딸에게 보내는 편지
마야 안젤루 지음, 이은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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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 안젤루 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다. 그녀의 자전적 소설인 [세상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를 인상깊게 읽었고, 외국 작가의 이름을 잘 외우지 못하는 나 이지만 그녀의 이름만큼은 잊혀지질 않았다. 그 마야 안젤루가 세상의 모든 딸 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이야기 해준다. 난 남자이지만 이 책이 꼭 여자에게만 하는 말은 아니기에, 살면서 누구나 겪을수 있는 좌절과 희망을 이야기 했기에 남녀 구분없이 읽어도 좋을 책이다. 무엇보다 그녀가 하는 말은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지만 강한 힘이 느껴진다. 그녀의 삶이 어땠는지 알기 때문에 더 큰 설득력이 생기는지도 모르겠다.

어린 시절 겪었던 심한 인종 차별과 가장 가까워야 할 사람에게 당했던 성폭력 등은 어쩌면 한 여자의 삶을 벼랑 끝으로 몰수도 있었다. 대부분 어른이 되면 해맑고 즐거웠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위안을 받지만, 그녀에겐 그런 작은 기쁨조차 사치일만큼 어두웠다. 평생 세상을 원망하고 자기 안에 파묻혀 산다고 해도 놀랄 일이 아닐 정도로 그녀가 당한 정신적 육체적 폭력은 무자비했다.  

하지만 마여 안젤루는 일어섰다. 그녀의 주변엔 사랑을 전해주는 이들이 있었고, 그녀 속에 숨겨지있던 강한 열정과 따스한 마음이 마침내 껍질을 깨고 나온 것이다. 이제 그녀는 말한다. 자신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베풀줄 아는 인정많은 사람이어서 행복하다고.

사랑하지도 않은 남자와의 하룻밤은 그녀에게 새 생명을 탄생시키게 했는데, 그녀는 이 일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라고 한다. 물론 뜻하지 않은 임신은 어린 그녀가 감당하기엔 힘들고 두려웠지만 어머니와 새 아버지는 그녀를 혼내지 않고 손자의 탄생을 축복해준다. 이렇듯 힘든 순간마다 그녀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데, 남자친구의 폭력 때문에 생사의 갈림길에 선 순간도 그랬다. 아무도 자신을 구해주지 않을 거라는 절망감과, 그래도 기도를 하며 희망을 놓지 않았던 순간 어머니는 달려와주었고 그녀를 꼭 안아주었다. 왜 그녀에게만 이런 아픈 일들이 일어나는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시련 속에서도 그녀가 버틸수 있던건 바로 가족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만약 마여 안젤루가 좋은 교육을 받고 굴곡진 삶을 살지 않았더라면 이토록 그녀의 말을 되새기고 감동받진 못할것이다. 그저 '좋은 말'은 누구나 할수 있기 때문이다. 인품이 좋지 않은 사람도 번지르르한 말과 그럴듯한 좋은 이야기를 대중들에게 할수 있다. 하지만 그 전달력이 얼마나 깊을까 하는 부분에선 의문이 든다. 그런 면에서 마여 안젤루는 낮은 곳부터 높은 곳까지 아우르는 깊이와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그녀의 삶은 그 자체로 감동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비록 그녀에게 안좋은 일이 많아서 절망스러운 순간도 있었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그랬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이 있는 말을 전하는게 아닐까 싶다. 물론 그녀가 강한 사람이고 항상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테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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