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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만날 때
엠마 칼라일 지음, 이현아 옮김 / 반출판사 / 2022년 10월
평점 :
이 그림책을 처음 만났을때 책 자체가 정말 나무와 닮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믿음직스럽고, 편안해 보이고, 품에 안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이다. 그림도 번역도 글씨체도 모든 것이 마음에 쏙 들어버렸다. 매일 출퇴길에 만나는 공원 앞의 나무와도 참 비슷해보인다.
책장을 넘길때마다 감탄, 만족, 힐링, 행복, 고마움, 뿌듯함 마저 느껴졌다. 소장하고 싶으면서도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고 매일 넘겨보고 싶은 그림책. 이 책도 2022에 만남 그림책 중에 다섯 손가락안에 꼽을 그림책으로 등극이다.
아침에 일어나 밤잠 들 때까지...나는 몇 그루의 나무들과 마주할까..문득 생각해본다.
매일 만나는 학교의 익숙한 나무들, 차 창 밖으로 빠르게 지나쳐가는 나무들, 그리고 낯선 곳에서 처음 만나보는 몇 그루의 나무들...학생들과 인사하듯, 이웃들과 인사하듯, 그렇게 나무들과 인사한다. 수백 아니 수천 그루쯤일까...오늘 하루도 많은 나무들과 인사할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이 절로 든다.
20년 넘게 한 학교에서 근무하다보니 익숙한 나무들이 꽤 있다. 그 나무들이 많이 자란 줄 모르다가 예전 사진들과 비교해보면 몇 년 사이에 무척 많이 자라나 있음을 알게 되기도 한다. 학교 건물도 그대로고 운동장도 그대로 인데 나무들만 자라나고 변하고 있음을 알게 되는 순간이다. 나무를 통해 사간이 흘러가고 있음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메타세퀘이어처럼 1년에 20센티미터식 자란다는 나무를 통해 시간을 종적으로 느끼기도 한다. 내가 만약 학교를 떠나 20년 정도 흐른 후에 그 나무들을 과연 얼마나 키 큰 나무가 되어 있을까...그 때는 키큰 나무가 아니라 높은 나무가 되어있겠지
나는 왜 해가 갈수록 점점 나무에 관심이 많아지고 나무를 바라보는 일이 즐겁고 행복한 일이 되어가는 것일까...
그 이유를 잘은 모르겠지만 일단 나무가 품은 생명력에 대해 늘 감탄할 수 있어서 인것 같다. 긴긴 겨울이 지나고 죽어 있는 것으로만 보이던 그 딱딱하고 시커먼 밑둥과 가지에 새 눈이 움트고 연두빛으로 그 모양을 드러낼때 신생아의 고물고물한 손가락을 보는 것처럼 마냥 신비롭고 귀엽고 대견하다. 여름이면 무성하고 짙게 변해가는 잎파리들을 보는 일도 너무 즐겁고 충만하다, 또 가을이면 저마다 나 이런 나무였어라고 말하는 것 처럼 각 나무들이 고유의 색깔로 변해간다. (딴소리:사실 단풍든다는 것은 잎들의 색이 변해가는 것이 아니라 가을이 되어 기온이 내려가면서 더 이상 줄기에서 잎들에게 엽록소를 보내지 못해 원래 가진 색으로 발현되는 현상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 현상은 너무 갱년기 여성의 증상과 닮았다는 생각. 여성호르몬이 줄어들면서 어쩌면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가는 건 아닌지 ㅎㅎ)겨울엔 이 추위를 어떻게 견딜까 싶게 혹독한 추위에도 나무는 조용히 묵묵히 그 자리에서 겨울을 버티고 서 있다. (또 딴소리: 추위가 취약한 나는 나무에게 추위를 이기는 자세를 배워야하나...)봄이 올 걸 알기에 나무는 조급하지 않고 허망하지 않다고 말하며 서 있는 것 같다. 나무를 통해 많은 걸 보고 느끼고 배운다.
암튼 나의 나무 사랑은 이 그림책을 통해 더욱 견고해졌음을 느낀다.
도로, 빌딩, 자동차 같은 변함 없는 무생물들이 가득한 이 도시에 나무라는 오랜 생명력을 품은 존재를 앞으로도 더욱 애정하고 고마워하고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음이 감사하고 또 감사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