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증언록 1~2 세트 - 전2권 - JP가 말하는 대한민국 현대사
김종필 지음, 중앙일보 김종필증언록팀 엮음 / 와이즈베리 / 2016년 3월
평점 :
품절


김종필 증언록 - 소이부답 , 그의 웃음에 대한 이야기를 담다

 

누군가 이태백에게 물었다.

무엇 때문에 이런 깊은 산속에서 사냐고..

 

그러자 이태백은 아무런 대답 없이 웃기만 했다. 속세를 벗어나 자연과 동화되어 사는 즐거움을 말로는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이부답(答)이다. ​ 


 

웃는 얼굴을 하고 있지만 무언가 속내를 알 수 없는 표정이다.

입은 온화하게 웃고 있지만 눈은 매섭고 날카롭다.

입가에 서운함이 서려있는 듯 하면서도 서운함을 내보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김종필 전 총리의 웃음은 소이부답이다.

그러나 김종필 전 총리의 소이부답은 조금 다르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즐거움보다는 말하기 어려운 처지를 말한다.

 

아니다. 수다스러운 질문에 그저 말을 아끼고, 웃음으로 대답하는 자세,

웃음으로 상대방의 긴장을 풀게 함과 동시에 상대방을 날까롭게 꿰뚫어 보는 자세,

 

어쩌면 김종필 전 총리의 지금까지의 정치적 지위를 이끌게 한 것은 그런 소이부답의 웃음일까.

 

김종필 증언록

이 책은 그런 김종필 전 총리의 소이부답의 정치 인생을 이야기하고 있다.

정치 인생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김종필 개인의 일화 보다는

1961년 5.16을 시작으로 2004년 정계 은퇴까지 43년간의 정치 인생에 초점을 두고 있다.

객관적 사실에 대한 증언을 표방하고 있지만,

어쩌면 이 책은 자신의 정치 인생에 대한 정치적 회고록일 것이다.

그래서 일까,

딱딱할 것이라 생각했던 김종필 증언록은 정치에 문외한 나였지만 의외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였다.

 

증언록을 표방하는 만큼 개인사에 대한 이야기는 적은 편이지만,

중간 중간 등장하는 김종필 전 총리의 젊은 시절의 이야기,

그의 가족과 아이에 대한 이야기는 관심이 없었던 김종필 전 총리를 친근한 인물로 다가오게 했다.


 

또한, 교과서에서는 볼 수 없었던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다양한 자료들은

그림만 보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재미가 있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진을 보다 느낀점은 그는 사진 속의 주인공이 아니였다는 점이다.

늘 누군가의 옆에서, 누군가의 뒷에서 이야기하거나 조용히 지켜본다.

누구나 알고 있는 2인자의 정치이다.

한때, 김종필 전 총리를 대통령 한 번 못해본 실패한 인물이라 생각했다.

3김 시대를 호령하면서도 유일하게 대통령을 해보지 못한 인물,

대통령을 만들며 한국 근현대사를 이끌었으나, 영원히 2인자에 머물렀던 인물

그러나 그의 정치적 행보는 실패 보다는 영리함이라 해야 할 것이다.

정치적 권력이 지나지체 커지는 것을 경계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견제가 시작되자, 김종필 전 총리는 모든 것을 순식간에 내려놓는다.

그리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견제가 끝나자 다시 정계에 복귀한다.

자민련 총재 자격으로 1997년 제15대 대통령 선거에서 DJP 연합을 결성하여 김대중 후보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킨다.

대통령을 되지 못하였으나, 김대중 전 대통령과 실질적인 권력을 반씩 나눠가진다.

비록 1인자가 되지 못했으나, 한국 근현대사의 오랜 시간동안 강력한 2인자로 군림했던 것은 그 자체로도 대단한 일이란 생각이 든다.

김종필 전 총리는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1인자에게 절대 밉보엿도, 1인자가 절대 서운하게 대하더라도 서운한 표현을 하지 말 것"

뱃심과 지략을 가졌던 그는 어쩌면 그의 인생에 있어서 1인자로 기억될 것이다.


 

교과서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다양한 근현대사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김종필 증언록은 작년 중앙일보에 연재하였던 이야기를 2권의 책으로 엮은 것이다.

정치에 관심이 없더라도, 한국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우리가 어떤 시대를 살아왔는지 들려주고 싶은, 아니 들려줘야 하는 아이가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소장하여 읽어볼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도 김종필 전 총리를 비롯한 정치인들이 국민들의 안위를 위해 한 몸 바쳐 일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는 점은 조금 씁쓸하다.

어쩌면, 정치는 나와 같은 일개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에 따라 권력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는 힘이라 할 것이고,

정치인들은 그 힘을 갖기 위해 서로 손을 잡고, 서로 총을 겨누는 존재는 아닐련지,

 

어제 일도 제대로 기억도 안나는 나인데, 40여년 전의 이야기를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는 김종필 전 총리를 보며,

블로그 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지만,,

사사로운 이야기라 할 지더라도, 꾸준히 기록을 해야 겠다는 작은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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