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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하는 사람
텐도 아라타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2월
평점 :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난다면
나는 언제까지 그를 기억할 수 있을까요?
내가 세상을 떠난다면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언제까지 나를 기억해줄까요?
내가 누구를 사랑했는지,
누구에게 사랑받았는지,
누군가가 나에게 어떤 일로 감사를 표했었는지,
내가 누군가에게 어떤 일로 감사를 표했었는지.
내가 죽은 후 몇 년이 지나도
기억해줄 사람이 있을까요?
애도 라는 것은 추억하는 행위 라고 생각해요.
지금도 그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그 사람의 죽음을 억울해 하며
그 사람이 이 세상에 살았던 것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고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기는 것 이죠.
시즈토는 잠들기 전에 손전등을 켜고
그날 애도한 상대의 이름과 장소, 누구에게 사랑받고, 누구를 사랑하고,
사람들이 어떤 일로 고인에게 감사했는지 노트에 기록합니다.
그리고 페이지를 앞으로 넘겨 애도한 기록을 다시 읽고, 한 사람 한 사람 새롭게 애도합니다.
애도하는 상대가 많아서 암기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가슴 깊이 새기기 위해서는 다시 읽는 게 필요하기 때문이죠.
우리는 살아가면서
누군가를 사랑하고 미워하고, 그러면서 행복해 하고 슬퍼해요.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난 뒤 우리의 감정은, 모두 어디로 가는 걸까요?
미치도록 사랑하고, 그랬기 때문에 증오했던 나날들은 사실,
사라지지 않아요.
아마 지금쯤 몇백 광년 떨어진 우주 어딘가에 모여서 블랙홀을 이루고 있을걸요.
애도하는 감정도 그래요.
떠난 사람을 애도하고 추억하는 행위는 절대 의미없는 것이 아니에요.
이 세상에 태어나서 누군가에게 사랑받았고, 누군가를 사랑했던 사람을 생각하고 추억하면,
그 감정들은 우주 어딘가에 모여서 다시 그 사람을 만들어요.
그러면 그들은 때때로 우리의 꿈속에 나타나기도 하지요.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고 해서
끝나는 것은 아니에요.
우리는 '기억'할 줄 아는 '인간'이기 때문에 떠나간 이들을 '애도'하면서,
우리의 머릿속에, 마음속에 영원히 간직할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