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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끝 여자친구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평점 :
세계의 끝 남자친구
헤어질 것을 알고 있었기에 우리는
무척 행복했고, 또 무척 슬펐을 거야.
우리가 함께 했던 날들과,
세계의 끝,
에노시마.
정말이지, 모든 것이 다 그리움이 되겠지. 너도 그럴 거야,
내가 너를 생각하고 있는 것만큼 너도 나를 생각하겠지.
힘든 시간이 될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어.
하지만,
지금은 우리가 이렇게 서로를 기억하고 있는데ㅡ
시간이 가면 모두 희미해진다는 것이, 두려워.
너를 잃고 싶지 않은데, 그리고 지금의 내 감정도.
그래,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세계의 끝에 갔던 거겠지.
모든 것을 다 잊어도.
그 장소, 그 이름을 들을 때면
서로의 모든 것을 단 한번에 떠올리기 위해서.
새로운 사랑이 시작되면 나는 또 다시
그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들에 적응하게 될 거야.
하지만 나는 이미
세계의 끝에 한 그루의 메타세쿼이어 나무를 심어놓았어.
나의 1년 3개월을 채워 주었던
추억들을 묻어놓았어.
난 이제 또 어떤 장소에서 어떤 추억들을 쌓으며 살게 될까.
어떤 사람을 만나 사랑을 하고, 가슴 아파하고, 다시 웃고 울게 될까.
아직은 추억이 다져지지 않아서 설레이기 보다는 마음이 아파.
한 그루의 메타세쿼이어가
화석이 되는 날에는,
나는
너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에노시마에서의 하루
서로 다른 미래가 있다면 사진은 찍지 말자.
- 샐러드 기념일, 타와라 마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