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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기쁨과 슬픔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9월 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회사로 옮기게 되면서 1주일이라는 시간이 비게 되었어요.
와우- 마음놓고 쉴 수 있게 되었다고 기뻐했지만,
왠일!
평소처럼 아침 6시에 눈을 떴는데
일찍 일어나도 할 일이 없자 뭔가 불안해지기 시작했어요.
우선 가방에 책을 넣고 밖으로 나왔지만
커피숍에서 여유롭게 책을 읽는 것도 한두 시간이지,
점심을 먹고 나서도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힘든 거예요.
안정되지 못한 기분에 친구들에게 문자를 보냈어요.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
이럴 바에 회사에 나가는 게
나을 것 같아. 너라면
이 시간에 뭘 하겠니?>
그러던 중 한 친구가 보내준 문자가 제 마음에 생채기를 내 버렸어요.
"훗, 너 정말 삶의 여유를 느낄 줄 모르는 아이구나, 느리게 산다는 건 나름 괜찮다굿! ㅎ"
이 문자를 받고는
'아, 내가 진짜 그렇게 되어버렸나' 혼자 고민.
저는 제가 하는 일을 너무나 좋아하기 때문에,
'워커홀릭'이라는 말을 들어도 싫지는 않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이렇게 힘들어 하는 제 자신을 보고
일이라는 것이 얼마나 제 삶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지 새삼 깨달았어요.
'일의 기쁨과 슬픔'
알랭 드 보통은 이 책에서도 역시
자신의 특기인 <일상 생활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일>을 잘 발휘하고 있어요.
그러나 그가 발견한 '일'의 의미는
한없이 아름답거나 밝지만은 않아요.
무엇이 당신을 가슴 뛰게 하는가?
제 책상 앞에는 한비야 님이 하신 이 말이 곱게 붙여져 있어요.
사람들은 누구나 진정으로 가슴 뛰는 일을 하고 싶어하죠.
가슴 뛰는 일을 하면서,
자신의 일에서 보람을 찾고 기쁨을 찾는 사람이야말로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이예요.
그러나 사람들 중 대부분은 그렇지 못할 거예요.
친구들을 만나 알코올을 섭취하면서 말할 때 이야기의 주제의 70%는
지금 하는 일이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은데 그럴 수 없음에 대한 한탄 이니까요.
(나머지 30%는 연애 이야기)
고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들 중 누군가는
- 끊임없이 기계의 나사를 조여야 하고
- 거대한 식량창고를 밤새도록 지켜야 하며
- 비스킷이 만들어지는 가루에 티끌이 들어갈까 항상 감시해야 하죠.
이런 일들을 하면서 우리는 우리의 가슴이 뛰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나의 일을 자랑스러워 하며 기뻐할 수 있을까요?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 중 대부분은 일에서 '의미'를 찾기 힘들어 해요.
그러나 '성취'로서의 의미가 아닌 '생존'으로서의 의미는 분명히 존재해요.
알랭 드 보통의 에세이는 소설보다 더 큰 즐거움을 주는 것 같아요.
왠지 읽고 나면 머리가 좋아지는 느낌이랄까?
'우리는 그저 물질만 생각하는 동물이 아니라 의미에 초점을 맞추는 동물이기 때문에'
우리는 끊임없이 우리가 하는 행동에 대해 의문을 품고 답을 찾으려 하죠.
이 책은 알랭 드 보통이 알려주는 또 하나의 대답이라고 할 수 있겠죠.
개인적으로는 알랭 드 보통의 특별한 '사랑에 대한 관점'을 좋아하지만
이번에는 알랭 드 보통이 '일에 대한 관점'을 넓혀 줘서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