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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파크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25년 5월
평점 :
#도서지원
《센트럴파크》는 기욤 뮈소의 11번째 장편소설이다. 판타지와 로맨스를 결합한 스타일이 강점이지만, 그는 이 책으로 본격적인 스릴러 장르에 도전했다. 그리고 성공한다. 프랑스 자국에서만 100만 부 이상 판매되었고, 기욤 뮈소의 변신은 대성공이라는 찬사를 이끌었다.
사실 요즘 나는 소설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이야기 속 전혀 다른 세계에 빠져들면 현재의 나는 사라지는 기분이 괜히 불편했다. 하지만 이 소설은 내가 흐릿해지는 대신 한 사람의 고통 안으로 내가 확장되는 경험을 주었다. 독자와 이야기를 이질감 없이 묶어내는 소설의 힘 덕분이다.
38살의 파리 경찰청 강력계 팀장 알리스.
옆에 누워있는 남자는 미국인 재즈피아니스트 가브리엘. 그는 어젯밤 아일랜드 더블린, 재즈클럽에서 공연을 마치고 취한 이후로 기억이 없다.
그리고 두 사람은 다음날 아침 8시에 뉴욕 센트럴파크 한가운데서 같이 눈을 뜬다. 손이 하나씩 수갑에 묶인 채로.
불확실한데다 결코 불가능한 일들이 동시에 휘몰아친다. 이 모든 복잡한 설정과 사건들이 단 하루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니! 수많은 서스펜스의 떡밥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회수해 준 작가에게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다.
미스터리 스릴러로 시작해 심리, 관계, 정체성, 결국은 사랑이라는 인간의 본질로 접근하는 전개는 '서스펜서 마스터'다웠다. 수사를 진행할수록 오히려 더 미궁에 빠지며,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소용돌이로 독자를 이끌고 가는 기막힌 솜씨! 챗 GPT도 이기지 못할 것이다.
《센트럴파크》는 겉은 추리물, 속은 심리극, 마무리는 드라마였다. 캐릭터와 서사뿐 아니라 인물들의 감정까지도 빈틈없이 설계된 미스터리였다. 결국은 사랑으로 모든 이야기가 모여드는 결말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머리도 쓰고, 마음도 울리는 소설을 원한다면 완전 취향 저격일 소설!
"나는 기억한다.
2011년 11월 21일에 자만심과 허영심에 사로잡힌 나는 지나친 만용을 부리다가 내 아기와 남편을 죽게 한다."
-161면
주인공 알리스는 운명적으로 사랑에 빠진 남자와 결혼하고 아이도 갖는다. 그러나 아이는 배 속에서 연쇄살인범에 의해 죽게 되고, 같은 날 남편도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끔찍하리만치 비극적인 불행을 겪은 알리스. 살아갈 이유를 모두 잃은 그녀가 인생을 포기하지 않도록 사랑으로 돌봐준 사람들이 있었다.
죽음보다 더 깊은 절망 속에서도, 살아 있으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다시 사랑하고, 살아갈 이유를 만든다. 사랑이 없다면 절망은 고통이지만, 사랑이 있다면 절망은 시작이다.
고난 앞에서 도망만 가고 싶은 소심이라면, 이 세상 누구보다도 결단력 있고 용감한 알리스 앞에서 삶을 직면하는 방식을 배울 것이다. 알리스가 과거를 회피하지 않게 붙들고, 스스로를 용서하며, 다시 '살아갈 이유'를 찾게 되는 이 소설에서 진짜 반전은"누가 죽였는가"가 아니라 "누가 포기하지 않았는가"였다.
"알리스가 잃어버린 것은 기억일까, 마음일까?"라는 질문을 손에 쥐고 읽는다면, 일시정지되는 순간들을 더 자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기억은 지워질 수 있지만 누군가를 살게 한 마음은 삶의 일부로 남아,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이것이 알리스와 그녀의 사람들이 내게 준 선물이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운명과 싸워 얻어낸 이 모든 순간들이야말로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들이었다고 말입니다.
아무도 그 소중한 순간들을
당신에게서 빼앗아 갈 수는 없다고 말입니다."
-34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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