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은 원하는 인생을 살아라 - 카이스트 윤태성 교수가 말하는 나를 위한 다섯 가지 용기
윤태성 지음 / 다산북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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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든 야구든 지금의 명감독이 과거 현역시절에도 뛰어난 선수였던 경우는 많지 않다. 자신이 실력으로 구현하는 재능과 남을 가르치는 재능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는 현역시절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선수가 명감독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잘하지 못하는 선수의 마음과 그 원인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반대로 역시절에 뛰어난 실력과 재능으로 제 몸값과 명성이 높았던 선수치고 감독으로서의 명성과 실력을 이어가는 경우를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


이 책의 저자인 윤태성 교수의 이력은 화려하고 다양하다. 그의 이력을 지하철 노선도처럼 그려 본다면 마치 자기 마음대로 가고 싶은 방향으로 진로를 바꿔가며 성공적으로 살아 온 엄친아처럼 보인다. 


진로와 인생이라는 현역무대에서 실력 좋은 프로선수이다. 더구나 이 책을 보니 아직 현역으로 뛰면서도 감독으로서의 재능마저도 갖추고 있으니 프로 스포츠에서도 보기 드문 유능한 선수이자 명감독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진로와 커리어에 대한 가이드이다. 진로고민, 커리어 디자인이라는 인생의 추상적인 문제들을 사진을 보여주듯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풀어주고 있다. 그뿐 아니라 표현 역시 막힘이 없으며 에둘러 말하지 않고 직구를 던진다. 뒷방 노인네의 퀴퀴 묵은 잔소리나 무용담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20대에 만났더라면...



저자는 프롤로그에서부터 인생에는 답이 있다고 말한다. 내 인생이기 때문에 내가 정답을 정하고 채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서두부터 공격적으로 개념을 정립하기 때문인지 본문에서도 인상 깊게 남아 마음을 움직이는 부분들이 많다. 남에게 추상적인 개념을 전달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기존 언어에 대한 새로운 정의定義를 내리는 것이다. 윤태성교수는 이것이 능력이고 장점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이런 능력이 가능했던 이유도 알 수 있다. 


저자는 평소에 메모를 세 가지로 분류해서 기록하며 중요하고 복잡한 생각은 이미지화 시켜서 기록함으로써 생각을 계속 확장시켜갈 수 있는 방법을 터득했다. 더불어 본인 스스로 진로가 변경되는 갈림길, 중요한 고민의 순간에 그 과정 자체를 모두 체계적인 기록으로 남겨 두었던 것이다. 그리곤 그에 따른 실패와 성공의 결과들을 평가한 것이다.


이 책의 부제가 '카이스트 윤태성 교수가 말하는 나를 위한 다섯 가지 용기'라고 되어 있듯이 저자는 전체적인 분류를 다섯 가지로 나누어 제시하고 있다. 이미 진로가 결정되어 있는 내 입장에서는 (나는 아무것도 없지만 진로가 결정되어 있다는 것이 지금의 20대에겐 가장 부러운 점이리라. 특히 아직도 진로를 고민 중인 30대라면 더욱 절실할 것이다.) 인상 깊었던 부분들이 성실과 긍정의 인생관과 인간중심의 경영관이라는 두 가지 관점으로 다가와 내 마음에 자리 잡았다.


1. 성실과 긍정의 인생관


- 오늘은 오늘 분량의 낙숫물 한 방울만 떨어뜨린다고 생각해야 한다. 바위가 뚤어지려면 낙숫물을 계속 떨어뜨리는 지속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마음이 조급하다고 하루에 세 방울 떨어뜨리는 것도 아니고 3일에 한 방울 떨어뜨리는 것도 아니다. 그저 오늘은 오늘 분량의 한 방울만 떨어뜨리면 된다. (41쪽)


- 나는 왜 이렇게 끈기가 없을까 고민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나는 약한 자이니까. 약한 자인 것을 알고 있으니까 매일 조금씩 10년 동안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된다.(43쪽)


- 체증효과란 투입한 내용에 비해서 산출되는 내용이 현격하게 증가하는 효과를 말한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는 마음으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그러므로 조금이라도 매일하는 것이 좋다. (51쪽)


- 나는 결과보다 과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과정은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다. (중략)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성실성이다. 매일매일 성실하게 보내면 그걸로 만족할 수 있다. 그러나 결과는 내가 제어할 수 없다. 결과는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121쪽)


학창시절을 생각해 보자. 다가올 시험을 대비 해 평소에 공부하고 익힌다는 것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측정할 수도 없다. (하긴 얼마나 자습했는지 공부한 흔적으로 낙서가 된 연습장의 장수를 기준으로 검사하는 선생님이 있긴 했다.)

하지만 평소에 열심히 공부했다면 시험이라는 계기를 만나 그 동안 머릿속에 누적됐던 공부가 실력이라는 형태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과 누적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엄청난 차이를 만든다. 이는 복리이자에 비유할 수 있겠다. 눈에 보이지 않게 누적된다는 것은 그 과정이 매우 지루하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성실하기가 힘들다.


법화경法華經에서는 일념一念을 생명에 새긴다고 한다. 즉 눈에 보이지 않는 나의 올바른 일념을 생명에 쌓아갔을 때 연緣을 만나 그것이 내 생명에서 발현된다는 원리이다. 저자도 인생의 시크릿 같은 이 지점을 명확하게 체득하여 체계적으로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 작은 파도는 항상 있다. 파도가 있으니까 바다다. 이 때 뒤집히지 않으려면 파도에 대해서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 뱃머리가 파도에 직각으로 향하지 않으면 아무리 큰 배라도 뒤집어진다. (100쪽)



가장 크게 내 마음에 와닿는 글이다. 내 스승께서도 인생은 파도의 연속이라고 자주 말씀 해 주셨다. 작은 파도로 단련받아야 더 큰 파도를 타고 넘을 용기가 생긴다고. 마흔이 넘었어도 인생은 녹록치 않다. 오히려 내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든데 나뭇잎 같은 조각배에 처자식까지 태우고 있다. 하지만 아직 남아있는 열정으로 역경을 주시하고 정면으로 돌파하라는 말에 오히려 용기를 얻어간다. '파도가 있으니까 바다다'라는 말은 정말 멋지지 않은가!



- 한 사람이 평생 동안 가질 수 있는 감정의 총량이 일정하다면 가급적 인생의 말년에 행복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111쪽)


- 인생에는 후회는 없어야 한다. (중략) 후회는 성과와는 상관이 없다. (227쪽)


-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필요한 성실성은 배려의 형태로 나타난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은 하고 원하지 않는 것은 하지 않는 것이다. (231쪽)


- 힘든 순간을 견디기 위해서는 입에서 나오는 표현도 바꾸어야 한다. (중략)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은 가장 먼저 내 귀가 듣는다. 내 입과 내 귀가 수시로 소통하면 결국 내 마음이 움직이기 때문에 먼저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을 스스로 제어해야 한다. 그러므로 극단적인 표현을 삼가고 내가 견딜 수 있을 정도의 표현을 해야 한다. (323쪽)



이런 내용을 보면 저자는 인생을 그저 권선징악의 수준에서 말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인생의 고투 속에서 깊은 사색을 통해 누구보다 힘겹게 역경을 이겨낸 사람의 조언이다. 인생의 묘미를 맛 본 사람만이 쏟아낼 수 있는 말들이다. 그 사색의 깊이가 얼마나 깊은지 가늠하기 어렵다.


오직 분노와 좌절만이 횡행하는 가치관 상실의 시대에서 이러한 깊이에서 후배를 다독이고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점에서 윤태성교수는 명감독이다.




2. 인간중심의 경영관


- 아무리 좋은 회사라도 이직률이 제로가 되지는 않는다. 회사에서 열심히 교육시키고 경험을 쌓게 해서 양성한 인제라도 언젠가는 사직한다. 그러므로 회사의 입장에서 중요시 해야 하는 것은 이직률이 아니다. 사직한 사람들이 다른 곳에서 맹활약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 넓게 보았을 때 우리 회사를 사직한 사람이 우리 편이 되도록 해야 한다. (31쪽)


- 기업에서는 기술, 제품, 마케팅, 영업, 조직을 포함해서 모든 것이 다 중요하다. 그런데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한 가지만 말하라고 한다면 역시 사람이다. (340쪽)


내가 만나 본 대부분의 사업자들은 직원의 못마땅한 점을 찾아내기에 혈안이 되어 술안주로 삼았고,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못마땅한 직원을 찾아 어떻게 자를까를 고민했다. 특허도 아닌데 직원이 자신의 사업아이템으로 독립하여 경쟁 해 오면 어쩌나 전전긍긍하는 사람도 있었다. 동네에서는 '사장님'소리를 들을지는 몰라도 경영자라기 보다는 장삿꾼이다. 


나 역시도 이런 생각의 틀 안에 있었다는 것을 이 글을 보고 나서야 알았다. 보다 넓은 시야로 생각한다면 내 사업장이 아니라 업종의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요타에선 수소차 원천기술을 공개하고, 테슬라 모터에선 전기차 기술을 공개했다. 시장을 키우기 위한 일환이라고 평가받지만 이런 관점을 사람에게 적용시킨다면 자신의 사업장이 해당 업종의 사관학교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 '출세했다'는 말을 다르게 표현하면 '가족과 세상의 범위가 커졌다'는 의미다. (237쪽)


-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이 세상을 좋게 바꾸겠다는 신념이다. 신념이 없이 그저 기업을 키워서 자본 이득을 보고 부자가 되겠다는 마음만 가진다면 장삿길에 들어서는 것에 불과하다. (329쪽)



장사수완보다 자신의 확고한 철학이 먼저라는 말이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 HP 창업자 윌리엄 휴렛과 데이비드 팩커드,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 등 이미 성공한 수많은 사람들이 강조했던 것이다. 하지만 창업을 하는 목적이 나에게는 물론 가족에게도 좋고, 사람들에게도 좋고, 세상도 좋게 하는 일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저자의 말이 더 가슴을 울리고 있다.


- 프로는 자신의 일을 성공적으로 해내고 있다는 자신감과 자기 일 자체에 대한 자부심이 넘쳐난다. 그러나 동시에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서 항상 두려움을 느낀다. 이 점이 아마추어와 다른 점이다. (237쪽)


-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은 본능인데 이는 능력에 앞서는 것이다. 능력이 있으면 그 일을 하는 것이 어렵다거나 부담스럽다고 느끼지 않는다. 그러므로 즐기면서 동시에 일을 처리하기 위한 능력이 있다면 내가 잘하는 것이라고 판단해도 무리가 없다. (263쪽)


- 중요한 것은 나와 다른 사람의 차별화가 아니라 나와 나의 차별화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달라야 하며 내일의 나는 또다시 달라져야 한다는 의미다. (279쪽)


- 창의력은 절대 우연히 생기지 않는다. 성실하게 움직이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매일 조금씩 새로운 것이 탄생한다. 그러다가 어느 날 새로운 것이 내 눈에 보이게 된다. 창의력의 출발은 문제를 의식하는 것이며 창의력의 실현은 지식 사이에 존재하는 관련성을 이해하는 것이다. 창의력은 지식과 지식 사이를 관련짓는 능력이다. (281쪽)



나는 지금 내가 하는 사진일이 좋다. 하루 종일 무거운 장비를 들고 다니며 힘들게 일해도 사진촬영 자체가 내게는 즐거움이다. 사진은 고객의 주관적 평가가 좌우하면서도 정작 부정적 평가가 직접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특성이 있다.

처음에는 전문가라는 자부심 같은 자만심이 가득했다. 


몇 해전부터 스스로 창의력이 부족하고 감성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발전은 하고 있는 것인지, 더 나아가 차마 직접 말하지 못했던 고객의 마음을 읽지 못한 것은 아닌지도 고민이 됐다. 이제는 매번 셔터를 누를 때마다 그런 고민들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프로사진사 10년만에 요즘처럼 사진촬영이 두려운 적이 없었다. 


본문에서 40세 전에는 모르고 배우고, 이후에는 알고 배운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사진경력 10년만에 이제서야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알게 됐다. 무엇을 더 공부해야 하는지, 무엇을 더 연구해야 하는지 알게 된 것이다. 



- 경영은 경영학과 다르다. 경영은 미래를 선택하는 결단이고 경영학은 과거를 분석하는 프레임이다. (293쪽)



가장 명쾌하게 와닿는 부분이다.

사진은 그 자체로 예술분야에 속하지만 업業으로는 기술이다. 소위 사진쟁이들은 다른 전문분야의 엔지니어들처럼 한결 같이 자기고집과 근성이 강하다. 더구나 '이 분야에선 나만이 옳다'는 판에 박힌 생각으로 굳어진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문제는 그것이 사진이라는 전문분야를 넘어 사업과 경영전반에도 철저히 적용되어 진다는 것이다. 촬영기술과 마케팅은 물론 직원이 청소하는 방식마저도 자신의 생각만을 강조한다.

나는 학창시절 전기공학을 전공했지만 사진으로 사업을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을 때 방통대 경영학과에 편입했다. 물론 졸업은 못하고 있지만 이처럼 명쾌하게 경영학과 실제 경영의 차이를 설명한 것을 보고 들은 바가 없다.



내 입장에서 두 가지 관점으로 나누어 보았지만 이 책에는 유익한 내용이 넘친다. 여기에 모두 옮기지 못할 뿐이다.

내가 이 책을 '가이드'라고 했는데 진로고민과 커리어디자인에 대한 마인드셋이기도 하면서 몇몇 부분들에서는 매뉴얼 수준의 구체성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잘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중에서 선택하는 방법을 보면 매트리스를 작성하고 8020법칙을 적용하여 자신의 진로를 찾아 결정하는 것도 있다. 이것은 진로가 결정된 사람에겐 한번 보기만 할 정도이겠지만 진로문제를 고민하고 있는 사람에겐 무척이나 유용하고 실용적이다. 또 기록하고 이미지화 시켜서 생각을 확장시켜가는 방법, 웃음 연습의 필요성과 연습방법, 슬럼프 극복 방법 등도 매우 구체적으로 소개되고 있다.


40대 초반을 지나고 있는 내게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인 것은 말할 나위 없다. 중간까지 읽었을 때는 앞서 말한 것처럼 '내가 20대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이라고 생각했지만 마지막 장을 덮을 때는 이제라도 읽어서 좋았다라는 생각이 된다. 저자를 직접 만나보고 대화 해 보고 싶다고 느끼는 것도 오랜만이다.


2~30대에겐 망망대해에 표류하듯 형체없는 고민에 빠져있을 때 한줄기 등대불빛처럼 명쾌하고 구체적인 방향제시가 된다는 점에서 유익할 것이다. 40대에겐 인생의 정오를 관통하며 과거를 정리하고 미래로 향하는 내 계획들을 점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익하다.


나이를 떠나 지금 진로문제로 고민하는 사람이 이 책을 만난다면 마치 한화이글스가 김성근감독을 만난 것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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