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기회에 집중하는가 - 결단의 승부사, 손정의가 인생에 도전하는 법
미키 타케노부 지음, 김윤수 옮김 / 다산북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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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마사요시 회장은 일본의 대표적 IT기업인 소프트뱅크의 회장이다. 그의 존재조차 몰랐으며 어떠한 도움도 주지 않았던 한국이 지금은 한국이름으로 손정의회장이라 부르며 한민족의 자긍심으로 소개하고 있다.


평소엔 해외거주 교포에 대해 무관심하다가 국제적 명성을 날리거나 실적을 이루면 한민족의 자긍심이라며 유난을 떤다. 마치 한국이 키운 것처럼.


기자회견이나 간담회라도 하게 되면 뻔뻔하고 뻔하게도 꼭 '한국인의 핏줄'과 '마음의 고향'을 묻는다. 아니 강요한다. 너무도 민망한 장면이지만 요즈음은 골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교포선수가 많아서 자주 보게 된다.


교포 3세에게 굳이 핏줄 확인을 받아서 뭐하려나? 국내에 있는 다문화가정 자녀들 차별이나 하지 말지. 민족이기주의다. 그냥 거지근성인가?


어쨌든 이 책은 손정의회장의 경영마인드에서 배우는 자기계발서이다.


저자 소개를 보면 저자인 미키 타케노부는 스티븐 코비StephenR. Covey나 브라이언 트레이시Brian Tracy와 같은 동기부여전문가 또는 자기계발전문가가 아니다.


손정의회장과 오랜기간 함께 일했으며 현재도 일본 내 현역 경영자로 활약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손정의회장에게 느끼고 배운 것을 정리하여 질문과 답변 형태로 써나가고 있다.

 


그 동안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 워렌 버핏의 이야기는 정말 많이 듣고 읽었다. 아시아에서 빌 게이츠를 능가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경영인으로 손정의회장이 꼽힌다니 이제 그에 대한 관심은 한민족의 핏줄이라는 이유를 넘어서는 듯 하다. 아마도 이 책이 그에 대한 방증이 아닐까 싶다.


분량이 많지 않은 이 책의 목차를 둘러 보면 기존의 자기계발서보다 독특하거나 별다른 것은 눈에 띄지 않는다. 목차만 보면 기존의 자기계발서들을 요약정리하여 복습한다는 느낌이랄까?


읽어가기 시작하면 비로소 참신한 부분도 볼 수 있다. 자기계발전문가 내지 저널리스트, 기자, 전기작가 등이 기업의 밖에서 바라보고 경영자의 주변인물을 인터뷰하여 집필한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경영자와 함께 야근하고 부대끼며 실무를 보았던 사람의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기업을 둘러싼 사회환경과 사람들에 대한 비판적 시각과 뛰어난 현실감각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 사회구조는 이미 완성되어 있으니 거기에 편승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좋은 대학에 진학해서 좋은 회사에 들어가려는 사람이 많다. 안정된 회사에서 최대한 튀지 않고 정년까지 근무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사람도 많다. 요즘 같은 사회에서 사람들이 꿈을 잃어버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23~24쪽)


- 가사이 임원은 "새로운 걸 해도 리스크, 안 해도 리스크"라고 하였다.(중략) 회사는 창업한 이상, 인간은 태어난 이상 사회에서 어떤 포지션이든 취해야 한다. 사람들의 바람과 달리 절대로 안정된 것은 없다는 뜻이다.(24~25쪽)


- 그러나 처음부터 대기업에 취직하길 원했던 사람이라면 대안으로 벤처기업 창업이나 취직을 고민하지 마라. 솔직히 이런 사람은 벤처기업 사원이 되건 창업자가 되건 크게 성공하기 어렵다. 그냥 대기업 취직 준비에만 집중하는 편이 본인을 위해 좋다.(75쪽)


- 빠른 이해를 위해 합격률이 낮은 사법고시를 떠올려보자.(중략) 그런데 재미있는 건 합격하지 못한 사람들은 운이 나빳다거나, 컨디션이 안 좋았다는 등의 이유를 필사적으로 찾아낸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그렇게 결과를 합리화시킨 다음 다시 고시 준비에 엄청난 시간을 투자한다.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정말 안타까운 노릇이다. 아마 이들이 조금 더 현명했더라면 적절한 철수 기준을 미리 정해놓고 도전하지 않았을까. (79쪽)



각 파트마다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을 강조하거나 보충하기 위해 곁들인 말들이지만 이러한 냉정한 지적이야말로 진로문제를 고민하는 청년들에겐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다.


기 업조직을 이해하는 관점도 제시된다. 그 동안 우리는 기업의 연공서열을 무조건 낡은 관습이며 비효율적이며 불평등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것이 문화적 토양이 다른 미국식 인센티브제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면서 생긴 편견이었음을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 과거 일본 기업에서는 부하 직원의 과실을 상사가 책임지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내가 처음으로 취직했던 미쓰비시지쇼 같은 전형적인 대기업에도 "책임은 내가 질 테니 젊은 친구들은 자유롭게 꿈을 펼쳐라."하고 말하는 듬직한 부장이 있었다. 이런 기업 문화가 정착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연공서열'이라는 제도가 있었다. 지금은 능력에 상관없이 오랫동안 근무했다는 이유만으로 승진하는 관행을 비합리적이라고 보지만, 사실 시간을 들여 그 사람을 평가한다는 점에서는 연공서열이 합리적이기도 하다. (중략) 보통 사내에는 실적으로 형성된 신뢰 관계가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실적이 없는 아랫사람이 큰일을 하려면 기존에 실력을 인정받은 상사가 보증을 설 필요가 있다. (114쪽)


드라마 '미생'의 오차장 같은 상사는 연공서열의 조직에서 만나기가 더 쉽고, 실적으로 서로 경쟁하는 인센티브제 조직에선 부하의 아이디어마저 빼앗아가는 마부장이 더 현실적이라는 말이다.


저자가 실무에서 잔뼈가 굵어진 프로젝트 전문가이다보니 이미 조직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실무차원에서 도움이 될만한 매뉴얼적 내용들도 소개되고 있다.


오 늘 가능한 일을 오늘 끝내는 법, 손정의식 키워드조합을 통한 기획 발상법, 업무속도가 느린 사람들을 위한 '1박 2일 문서 작성법' 등이다. 구체적으로 조언하고 있고 방법이 간단해서 곧바로 자신의 업무 플로어에 적용시킬 수 있는 것들이다. 짧은 분량에 이렇게 핵심만 담아 전하는 것도 저자가 프로젝트 매니저로서의 다년간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 같다. 그래서 독자가 하나 더 얻는 것이 있다면 조직의 프로젝트에 관한 명확한 개념의 정립이다.


실패의 당위성을 설명하기 위해 시작된 프로젝트에 관한 내용은 책의 후반부에 이르면 왜 무의미해 보이는 수많은 프로젝트가 하달되는지, 중요 프로젝트 매니저는 왜 외부에서 채용하는지, 왜 우리에게 프로젝트의 올바른 문화가 정립되지 않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자연스레 해소 해 준다.


프로젝트란 끊임없이 새로 시작되어야 하는 것이고 이는 실패를 통해 성공을 다져가는 과정인 것이다. 손정의회장처럼 실패한 프로젝트에 대해선 절대 질책을 하거나 책임을 물어서는 안되는 것이 기업 프로젝트의 본질이었던 것이다. 

 




사실 이런 내용보다는 저자의 원래 의도는 손정의의 경영마인드를 통한 자기계발법을 소개하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저자가 소개하는 손정의회장은 70년대 한국 경제개발의 전형 즉, 군대식 밀어붙이기의 달인이다. 마치 숯불구이에서 기름이 빠지 듯 아전인수, 안하무인, 독재가 빠진 군대식 밀어붙이기이다. 추진력이 엄청난 경영자이다.


여 기에 성공한 경영자들의 공통 특성이라고 할 수 있는 목표설정, 말하기보다 듣기, 권위의식보단 직접 행동하는 리더쉽, 발상의 전환 등을 손정의회장도 모두 훌륭히 갖추고 있다. 하다못해 철저한 준비로 원고없이 발표하는 스타일마저 갖추고 있다.


이 중에서 목 표설정은 수많은 자기계발서들이 꼭 다루는 것이고 똑같이 강조하는 것이지만 정말이지 재차 강조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목표도 없는 자기계발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손정의회장의 목표설정에 대한 언급은 매우 인상적이다.


- 내가 20대 후반이었을 때, 손정의와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사람들이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를 아나?"  "으음······. 잘 모르겠습니다."   "(화이트보드에 우뚝 솟은 산과 그 아래를 빙글빙글 도는 나선을 그리면서) 사람들은 올라갈 산을 정하지 않고 산기슭을 빙글빙글 돌기만 하거든. 이래서야 어떻게 정상을 올라가겠나. 먼저 자신이 올라갈 산을 정해야 돼. 그리고 그 산의 정상을 목표로 삼아 차근차근 걸어가는 거야." (53쪽)


주변을 둘러보면 놀 랍게도 인생의 목표없이 부표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렇다고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소욕지족의 삶을 누리는 것도 결코 아니다. 오히려 욕심이 과하여 매주 로또를 사며 환경 탓, 남 탓, 조상 탓을 더 많이 한다. 그러니 이런 손정의회장의 비유는 촌철이 아닐 수 없다.


나 역시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으로서 발상의 전환을 갖게 해 주는 내용에 더 집중하게 된다.


- 일반적으로 빚이라고 하면 '마이너스'로 생각하기 쉽지만, 손정의의 생각은 다르다. 오히려 빚을 질 수 있다는 건 그만큼 회사가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사람들이 안심하고 돈을 맡긴다는 뜻이다. 은행의 구조를 생각하면 손정의의 생각이 이해된다. 은행은 사람들로부터 예금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모은다. 은행에 있는 돈은 대부분 고객의 것이지만, 사람들은 은행이 예금을 모으는 걸 마이너스나 나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은행은 행원에게 예금 할당량을 주고 돈을 끌어모을 정도다. 예금 규모가 크다는 건 그만큼 은행의 신용도가 높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돈을 맡아 이자를 붙여서 돌려준다는 점에서 보면 은행이나 기업이나 다를 바 없다. (83~84쪽)


- 비록 목적에 이르는 방법은 달라졌어도 신규 사업이나 기업 인수 같은 최종 목표는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견은 바꿀지 몰라도 의도는 바꾸지 않는다'는 게 손정의의 원칙이다. (180쪽)



부채마저도 긍정의 단어와 마인드로 바꾸고 반대의견도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방법을 보면 역시 범인은 아닌 듯 하다.


이 책도 기존의 자기계발서들이 수없이 말해왔던 것들을 담고 있다. 하지만 손정의식이며 보다 동양적이다. 그래서 내가 겪고 있고, 내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처럼 느껴진다.


사 람은 절대 독설로 변화하지 않는다. 영화나 드라마가 이것을 착각하게 만들어왔다. 기존의 자기계발서들은 매우 자상하게도 독자를 납득 시키고 더 나아가 감동을 시켜 움직이길 바랬다. 그러다보니 내용이 많다. 여러 이야기들과 구체적인 사례들이 수도 없이 소개되고 있다. 이 책은 거두절미하고 핵심만을 짚어서 말한다. 


질문과 답변의 형식이 아니었다면 의제-질문-를 끌어오는 과정도 필요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주저리 주저리 내용이 길어졌을 것이다.


책 의 구성도 매우 깔끔하다. 질문에 간결하게 답하고 중요한 문구는 색을 넣어 두어 굳이 밑줄을 긋지 않아도 된다. 각 답변의 끝에는 '손정의의 결단'이라는 박스를 만들어 요약 해 두어 매우 일목요연하다. 목차를 보며 다시 찾아보는 것이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구성이 잘되어 있다.


피상적으로만 알았던 손정의회장의 경영마인드와 철학을 구체적으로 접할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 엄청난 의욕을 끌어내지 않고도 곧바로 실천할 수 있는 유익하고 구체적인 내용들이 잘 정리되어 있어 마음에 든다.


저자는 자신이 수없이 많은 프레젠테이션을 반복했기에 지금은 페이지당 발표시간이 3분가량 소요된다고 한다. 그래서 주어진 시간에 맞춰 프레젠테이션을 정확히 작성할 수 있다고 한다. 같은 맥락에서 본다면 이 책은 매우 잘 만들어진 프레젠테이션이다. 독자의 시간마저 아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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