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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를 했으면 이익을 내라 - 손님이 줄 서는 가게 사장들의 돈 버는 비밀 ㅣ 자영업자를 위한 ‘가장 쉬운’ 장사 시리즈
손봉석 지음 / 다산북스 / 2014년 10월
평점 :
전문회계사가 자신의 고객들의 경험을 토대로 쓴 자영업 안내서이다.
부제도 '손님이 줄 서는 가게 사장들의 돈 버는 비밀'이라고 되어 있어서 제목만 보면 마치 매뉴얼Manual로 예상되지만 내용은 마인드 셋Mind Set에 가깝다.
저자가 던지는 '매출은 손님이 가져오지만 이익은 회계가 가져온다'는 명제는 자영업자가 아니더라도 궁금증을 유발하기에 충분하다. 또한 이 명제 하나로 장사에 관한 모호했던 개념이 윤곽을 갖게 된다.
저자는 전문회계사답게 장사에 필요한 네 가지 숫자로 매출, 이익, 자금조달, 투자금 회수라고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규모의 경제 안에서 기업체의 성과를 논할 때 매출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소규모 점포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나 예비 창업자가 회계적 요소를 쉽게 간과하여 시행착오를 겪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전문가답게 기본에 충실한 시야와 관점을 제시함으로써 기존 자영업자나 창업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오류의 근본 원인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다.
창업 시 시장을 분석한 내용이 매출 추정과 연결되어야 하며, 추정 매출 달성 시 얼마나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 미리 계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 투자금을 어떻게 조달할지 고민할 때 시설 투자에 대한 감가상각과 매출 증가에 따른 추가 투자비 등을 미리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어서 투자금 회수에 대한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손익분기점을 계산할 줄 알아야 한다고 한다.
이렇듯 원론에 충실한 교과서적 내용이지만
"한 가지 주의할 것은 숫자에 대한 집착과 숫자를 좋아하는 것을 구분하는 것이다. 하루 매출이 얼마인지 숫자로 꼼꼼히 따져 보기만 하는 것은 숫자에 대한 집착이다. 반면 숫자를 좋아한다는 말은 장사한 것을 숫자로 바꿔보는 것보다 숫자가 의미하는 것을 알아채고 그 원인을 분석하여 장사에 활용하는 것에 가깝다. 쪽박 가게 사장은 숫자에 집착하지만 대박 가게 사장은 숫자를 좋아한다."(본문 30쪽)
라고 하여 현장을 뛰는 전문 회계사다운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
회계라는 것이 장사와 기업의 운영관리의 결과이기 때문인지 회계를 분석하여 운영상태를 진단하기도 하고, 더 나아가 다양한 점포 운영 사례까지도 직접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간단한 아이디어로 효과적으로 점포를 운영하는 성공사례를 소개하기도 하고 회계 관념이 부족해 실패하는 여러 사례도 소개해주고 있다. 하지만 다양한 성공 및 실패 사례를 소개하는 부분들은 사실 일반 창업 관련 서적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문 회계사적 관점의 백미는 '큰 숫자를 보면 업의 본질이 보인다'는 3장부터이다. 3장에서는 일반인들이 겉모습만 보고 잘못 판단하는 자영업의 속사정을 자세히 소개한다.
내가 창업과 경영에 관심을 갖고 방통대에서 경영학 공부를 하면서 지인들에게 농담식으로 '맥도날드는 햄버거 회사가 아니라 부동산회사다', '엡손은 프린터회사가 아니라 잉크회사다'라고 했던 것들과 어느 정도 일맥상통한다.
저자의 전문성은 상품가격정책에 관한 조언에서 빛난다.
"이렇게 가격을 결정할 때는 원가 중에서 고정비를 무시하고 가격을 결정해야 오류에 빠지지 않는다."(본문 155쪽)
"가격졀정은 단지 가격을 올리기 위해서만 활용하는 것은 아니다. 가격을 내리는 것 같아도 가게 전체적으로 이익을 가져다주는 경우가 많다. 이익을 늘리려면 판매량을 늘리거나 원가를 줄이거나 가격을 올려야 한다."(본문 156쪽)
"비지니스의 관점에서 가격졀정을 할 때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는 손님이 많이 올 수 있는 가격이 아니라 이익이 가장 많이 나는 가격을 찾는 것입니다. 또 싼 것을 찾는 손님들을 잡기 위해 가격을 낮출 경우, 좀 비싸도 기꺼이 구매할 의사를 갖고 있는 손님들을 대상으로 벌 수 있는 이익까지 줄어드는 문제가 생겨버리죠"(본문 201쪽)
"우리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맞는 명품의 가격정책을 써야 한다."(본문 202쪽)
결국 가격정책에 대한 저자의 전문적 식견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빛 좋은 개살구처럼 실익 없는 매출만을 높이기 위해 양적으로 더 많은 수의 고객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가격을 인하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가격을 올려도 고객이 '상품의 값어치'를 느낄 수 있도록 서비스하면 된다. 그러한 서비스의 원가를 따져보면 가격인상으로 얻는 수익보다 훨씬 작다. 고객을 만족시키면 가격을 올린다고 해도 매출이 줄지는 않는다.
출장사진 전문인 지니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내 친구는 창업한지 아직 10년이 되지 않았지만 안정기를 지나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런데 언제나 고민 하나가 있는데 매출을 보면 이제 어느 정도 버는 것 같지만 실제론 남는 돈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고민은 내가 학창시절 편의점 점장을 할 때도 주변 점포 사장님들께 숱하게 들었던 얘기다.
이 친구에게 사업 초기부터 장부를 써서 입출금을 확인하고 정산시점을 결정해서 손익분기를 분석하라고 수없이 잔소리하고 엑셀파일도 직접 만들어 줬다. 하지만 성격이 느긋하고 치밀한 것과는 거리가 멀어서 장부를 작성하지 않다가 최근에서야 장부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바로 이 지점도 날카롭게 파고들어 지적한다. 책의 앞부분에서부터 회계관리에 대한 개념전환을 요구하며 장부기록은 물론 점포 사장의 개인용 지출과 점포관리를 위한 지출을 구분해야 하며 통장자체를 분리시키라고 조언한다. 책의 후반부에 가서는 비용관리라는 측면에서 지출관리를 지적한다.
"부자가 되려면 매출이나 수입을 올리려고 위험을 감수하는 것보다 수입보다 적게 쓰고 나머지는 시간과의 싸움을 해야 한다."(본문 162쪽)
"결국 이익관리는 비용관리고 돈을 모으는 것은 수입의 문제라기보다는 지출의 문제다."(본문 166쪽)
책을 읽는 동안 내가 생각했던 부분들을 전문가에게 인정받는 것 같아 기분이 으쓱하기도 한다.
방송과 출판은 공익적인 요소가 있기 때문에 대놓고 탈세를 부추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보니 궁여지책으로 나온 말이 절세라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 이는 내가 내야 할 세금이 100이라면 내가 세법을 더 공부하면 할인받아 70이나 80만 낼 수 있다는 개념으로 된다.
그런데 국세청도 사용하고 있는 절세의 내용을 살펴보면 내가 낼 세금이 80인데 세법을 잘 모르고 부지런하지 못해 100이란 세금을 내게 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자는 의미이다. 세금을 전기나 수도요금으로 비유하자면 굳이 연체하여 불필요한 체납이자를 물지 말자는 개념일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혼돈을 주는 '절세'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매우 보수적인 관점이지만 그냥 직구를 던진다. 세금에 대한 잘못 된 개념을 전환해서 내야 할 세금은 내고 스트레스 받지 말자는 것이다. 그리고 내야 할 세금을 내는 것이 바로 절세라고 한다.
특히 부가세에 대해서도 고객이 내는 세금이지 자영업자인 당신이 내는 세금이 아니잖소? 그게 돈의 형태로 내 통장에 들어와 있으니 내 돈 같아서 착각하는 것 아니겠소?라고 묻는다.
그러니 가격을 정할 때 부가세 개념을 잊지 않고 적용시켜서 결정하라고 조언한다.
소득세 관련해서도 재산유무와 무관하게 소득이 기준이 된다는 것은 자영업자가 아니라도 일반 상식으로도 매우 유용한 정보이다. 더불어 사업체를 가족공동명의로 하여 소득을 분산시켜 세금을 낮추려는 의도가 갖는 리스크도 소개하고 있다.
또한 성장과 확대 지향의 공격적 사업이 갖는 보이지 않는 리스크에 대해서도 회계적 관점에서 납득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내가 보기에 가장 호쾌했던 것이 자동차 리스에 관련한 부분이었다.
내 주변에 사업자를 내서 자동차를 리스하면 자동차 운영에 대한 모든 것이 비용으로 상계 처리가 되어 세금이 줄어든다고 하는 사람이 많다. 특히 값비싼 외제차일지라도 리스로 굴리면 세금 혜택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리스로 3년마다 차를 바꿔 탄다며 자랑하던 사장님도 본 적이 있다. 물티슈 공장을 운영하는 그 사장님은 매월 적자를 보면서도 리스로 차를 굴리고 있었다.
내가 대충 계산 해 봐도 차를 구매하는 것보다 리스가 훨씬 더 많은 돈이 들어가는데 도대체 세금을 얼마나 감면해 주길래 그렇게 하는가 하는 의문이 항상 한켠에 있었다. 차량 구매비보다 더 들어가는 리스료 이상을 세금에서 상쇄시켜줘야 리스를 선택할텐데 과연 비용상계처리가 그보다 더 되는지 궁금했었다.
"그는 리스 회사로부터 제안을 받고 고민인 것 같았다. "세금만 보아서는 안 됩니다. 세금이란 것은 비용이 많으면 적어지기 때문이죠. 원장님이 리스료를 많이 내시면 리스 쪽이 세금이 적겠지요. 하지만 그것은 차량 구입보다 리스료가 더 많은 비용이 나가기 때문입니다." 즉 리스가 차량을 구입한는 것보다 비용이 많이 지출되므로 세금절감 효과가 큰 것이다. 그러므로 리스가 주는 세금절감 효과를 위해 차를 사지 않고 리스를 하라는 것은 정말 우스꽝스러운 제안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세금이 무서워서 돈을 벌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세금으로 낼 바에는 돈을 많이 지출해서라도 좋은 차를 타겠다면 말릴 수는 없지만 세금만 보고 차를 리스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것이다. 세금이란 항상 내가 벌어들인 소득의 일부를 내는 것이다. 그러니 세금을 많이 내는 것은 사실 많이 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본문 246쪽)
저자 덕분에 자동차 리스에 대한 본질을 제대로 알게 되었다. 내가 갖던 의구심을 확인 받을 수 있었다.
이렇듯 이 책에서는 저자가 직접 만나고, 컨설팅하고, 경험해 본 다양한 점포의 구체적인 일화를 예로 들어 쉽게 설명하고 있다. 회계 전문가이지만 어려운 전문 용어 하나 사용하지 않고 일상의 얘기를 하듯 풀어가고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구체적 사례로 들고 있는 업종이 거의 요식업 위주라는 것이다.
창업 업종의 대다수를 요식업이 차지하고 있고, 원가 계산 시 각 항목이 고루 존재하기 때문인지 요식업에 많이 치중되어 설명되고 있다. 도매유통업과 시설서비스업도 조금 소개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요식업 중심으로 설명되고 있어서 독자의 사고의 범위를 제한하지 않을까 싶다.
두 번째는 회계적 관념과 숫자를 강조 했음에도 그 구체성이 조금 떨어진다는 것이다.
'자산=자본+부채'라는 회계 기본에서 출발해서 손익분기 계산법과 고정비와 변동비에 대해 별도의 장을 할애해서 조금만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다.
소규모 점포를 운영하면서도 구체적인 원가 계산을 못하는 대부분의 사장님들은 고정비와 변동비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저자와 기획자가 대상 독자군과 그 수준을 그렇게 선정했을 것이고, 회계 특성상 구체적으로 파고 들면 그 범위와 수준을 제한하는 것이 더 어려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곤 하나 회계 전문가가 집필한 책이라고 하기엔 매뉴얼이라기 보다는 일반교양서에 더 가깝기에 조금 아쉽다.
그래서 저자의 이름으로 다른 저서가 있는지 검색을 해보니 역시 '회계 천재가 된 홍대리'라는 회계실무관련 시리즈물의 저자였다.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매뉴얼 시리즈를 이미 집필하고 있었기에 타겟 범위를 넓힌 이런 책도 집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우연일까? 이 서평의 작성이 끝나갈 무렵에 앞서 소개한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친구가 방문하였다가 이 책을 가져갔다.
그 친구가 읽으면 그 동안 나의 잔소리에 더해 전문가의 권위마저 실린 책이라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그 친구에겐 가장 필요한 책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