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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를 선물하는 남자 - 명화와 함께 읽는 나의 섹스 감정 수업 29
김진국 지음 / 스토리3.0 / 2014년 8월
평점 :
1. 일본은 포르노가 사회 시스템에 녹아 있다. 일본영화가 한국영화만큼도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가 포르노로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투자자들이 영화에는 투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의 유명 영화들은 블록버스터급 액션영화는 없고 하나 같이 시나리오의 완성도에 의존하는 잔잔한 드라마들이다. 어쨌든 이런 일본을 우리나라 인터넷에서 '성진국'이라고 지칭한지 오래다.
2. 여기에 남자들이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을 덧붙인다면 "머리는 항일인데 아랫도리는 친일이다."라는 말이다.
3. 얼마 전에는 일본의 한 포르노 제작사가 한국의 불법 다운로드 때문에 피해를 보았다며 한국법원에 소송을 제기 했다가 기각된 일도 있었다.
위 세가지는 일본의 포르노가 한국에 너무도 깊숙히 들어와 있다는 방증이다.
우리나라의 성은 얼마나 왜곡되어 있는가. 폐쇄적 성문화 속에 침투한 일본의 포르노는 그야말로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적지 않은 변태와 바바리맨이 발생한 것에 대해 일본 포르노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저급하기로는 세계 상위를 차지할 국내 언론들은 온갖 종류의 성범죄를 찾아 신조어까지 만들어가며 연일 배설하고 있다. 폐쇄적 성문화 중에서도 유독 어두운 부분만 끊임없이 부각시킨다. 언론조차 관음증에 걸려 있는 형편이다. 이는 다시 성범죄를 자극하게 돼 그야말로 악순환이다.
이렇게 일본의 포르노와 선정적 언론이 왜곡된 성문화를 떠 받치고 있는 것이 한국의 실상이다.
나 역시 38살에 결혼해서야 성에 대한 나의 지식이 모두 잘못됐다는 것을 알게됐다. 결혼 후에야 자구책으로 구성애소장님의 동영상 강의를 찾아보기 시작했을 정도다.
"멀티를 선물하는 남자"
이 책의 저자는 결국 누군가는 나서서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고 본다.
구성애 소장님이 선구자로서 보수적인 견지에서 올바른 성문화에 대해 담론을 펼칠 수 있는 마당을 만들어 놓았다면 이 책의 저자는 좀 더 솔직한 입장 즉, 서로 즐기고 누리는 성의 구체적인 경험에 대해 논하고 있다. 실전 테크닉이다. 여기서 말하는 멀티도 여성의 멀티 오르가슴을 말하는 것이다.
대치동 학원가 국어과목의 스타강사였던 저자가 아프리카 방송의 BJ경험을 바탕으로 써 나간 이 책의 내용은 사실 파격적이다.
모두들 점잖게 애둘러 표현하던 것들을 매우 구체적으로 써내려가고 있어서 만약 한 부분만 발췌한다면 거의 야설(야한 소설)로 보일 정도이다. 10대들이 쓰는 은어, 속어조차 숨기지 않고 그대로 옮겨 썼을 정도이다.
책의 말미인 3부에 내용과는 별도로 저자의 인생분투기를 적지 않은 분량으로 담았는데 아마도 내용의 진솔한 면을 첨부하기 위한 듯 하다.
작가 스스로 국문과를 졸업하고 학원가 국어강사를 하다가 이제는 어릴 적 꿈이었던 문학작가가 되고 싶다고 소개하고 있다. 또한 이미 '유라의 하루'라는 소설을 출간하기도 했단다.
이 책은 문학작가로서의 필체는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성에 대해 더욱 도발적이고 자극적이며 직설적인 이야기가 되긴 했다.
전체적으로 마치 격앙된 목소리로 떠드는 방송을 듣는 듯한 문체이다. 방송인 노홍철씨의 말투? 아마도 성에 대한 기존의 잘못된 관념을 깨고 자신의 주장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선택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초반에 자신의 주장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것도 눈에 띈다. 어쨌든 내용이 내용인지라 단숨에 읽어나기기 쉬운데 지금까지 이 책이 가장 빨리 읽은 책이 됐다.
이 책의 특징이라면 서평에 옮길 수 없을 정도로 표현이 매우 구체적이고 솔직하다는 것이다. 나이 불문하고 자신의 성지식이 포르노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 이 책에 투자를 하는 것이 매우 유익할 것이다.
이 책은 성에 대한 호기심이 넘치는 청소년에게도 차라리 포르노보다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전망해 본다.
부제가 '명화와 함께 읽는 나의 섹스 감정 수업 29'이다. 내용을 부연설명할 수 있는 사진이나 그림을 넣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대신 내용과는 무관한 누드 명화들을 삽화로 많이 넣어두었다. 내용과 무관하지만 명화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함께 읽도록 만든 편집자의 노고가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