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런지 돈을 끌어당기는 여자의 39가지 습관
와타나베 가오루 지음, 김윤수 옮김 / 다산북스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예전에 봤던 뉴스 제목이 기억난다. 

 

"'빌린 돈 갚지 마라'의 저자, 몸소 실행. 출판사사장에게 돈 빌려 도주"


노골적으로 돈을 다루는 책들은 마치 스포츠 신문의 정력제 광고처럼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제목을 달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 검증되지 않은 작가들이 단지 책의 판매를 목적으로 출간한 것은 아닌가라는 의심과 이미지만 갖고 있었다.


그 동안 돈이나 재테크에 관한 여러가지 실용서나 자기계발서에는 관심을 둔 적이 없다. 인터넷 기사, 신문의 칼럼, 방송에 출연한 경제학자나 전문가들이 재테크 비결이라며 소개하는 것들이 경제원론을 벗어난 적이 없었기에 더욱 그랬다.


'아껴서 소비를 줄이고 저축할 것. 수익성과 리스크는 비례함으로 연금, 펀드, 주식 등 자신에게 맞는 금융상품을 고를 것. 2~3년의 단기적금을 반복하여 몫돈을 키워 갈 것. 주식은 10년이상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할 것.'


솔직히 돈에 관한 책들에 관심을 갖고 기웃거리는 것 자체가 천박한 취향을 가졌다고 인정하는 양, 자의식 강한 내겐 스스로 용납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 책은 돈에 대한 나의 바로 그 지점을 정확하게 파고 들었다.


일본의 파워블로거이자 유능한 멘탈 코치인 와타나베 가오루라는 일본인 작가가 쓴 '왜 그런지 돈을 끌어당기는 여자의 39가지 습관'이라는 책을 받아들고도 사실 별다른 기대는 없었다. 목차를 살펴봐도 눈에 띌만한 것은 별반 없어 보였다.


먼저 프롤로그에서 제시한 개괄적 결론이 "돈의 법칙은 사람이 돈을 어떻게 인식하는지와 관계가 있다."이다. 돈에 대해 접근하는 방법이 다르다고 생각되자 처음부터 마음이 열렸다.


이 책은 실용서라기보다 자기계발서다. 자기계발서는 독자의 변화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반드시 고정관념의 변화, 패러다임의 전환, 개념의 전환이 필수적으로 제시될 수밖에 없다.


서른 아홉가지 중 첫 번째를 읽고 나서 이 책의 구성과 접근방식이 무척이나 마음이 들었다. 장황하지 않은 간결한 설명에 핵심내용은 보기 좋고 찾기도 좋게 빨간색으로 정리 해 두었다.



"돈은 갖고 있느냐, 갖고 있지 않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이 내 눈앞을 지나가느냐?'가 포인트다."



첫 번째 요점부터 개념을 전환시켜주고 있다. 경제원론이 아니라 실전감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패러다임의 전환, 개념의 전환은 계속 된다.



"'꺼내다'와 '들어오다'는 전적으로 자연의 섭리다. 들어오기 때문에 꺼내는 것이 아니라, 꺼내기 때문에 들어오는 것이다."


"쇼핑은 손해나 이익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다. 갖고 싶으면 사는 것이지, 싸기 때문에 사서는 안 되는 것이다."


내 주변에 쇼셜커머스에 중독증상을 갖는 사람을 몇몇 볼 수 있으며 나도 당장은 필요없지만 할인율이 크다는 이유로 미리 구매해 봤기때문에 크게 공감하는 부분이다. 


"진짜 부자들은 눈에 보인는 것이 아니라 '경험'에 돈을 사용한다. 경험으로 얻은 감성이나 지혜는 아무도 빼앗지 못할뿐더러 잃는 일도 없다."



피상적으로만 인지하던 부자들의 소비행태를 보다 가치적인 관점에서 정의하여 소개 해 주고 있다.


이처럼 우리가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던 돈에 대한 일반적인 개념을 모두 바꿀 것을 주문하고 있다. 또한 일본인 저자답게 심리적 위치를 정확하게 찾아 끄집어 내 준다. 



"그런데 실은 그와는 모순되게 '돈을 받는 일에 서툰' 사람들이 많다. 가령 다음과 같은 경우다. 

●거래처에 일을 해주고 돈을 받아야 하는데, 결제가 늦어져도 빨리 처리해달라는 말을 잘 못한다.

●친구나 지인 사이에서는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게 모호해져서 차마 돌려달라고 하지 못한다.

●작은 물건을 사다주고 상대가 돈을 내밀면 "괜찮아, 선물이라고 생각해"하고 말한다.

●상대가 도움의 대가로 "이거 얼마 안 되지만...."하고 사례를 하면 "아니, 됐어요"라며 절대 받지 않는다.

의외로 이와 같은 사람들이 많이 있다."




마치 내 마음 속을 들어왔다가 나간 것처럼 너무도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다. 여기까지 왔을 때 나는 저자의 의도대로 돈에 대한 나의 잘못된 인식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기존의 개념과 관행의 오류를 찾았으면 바꿔서 실행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하는 것 역시 자기계발서의 중요한 역할이다. 그 실행과 실천 부분에서 이 책은 몇 해 전 발간되었던 '시크릿'을 연상케 한다. 



"돈이 들어올 때에는 '감사와 기쁨'을! 돈이 나갈 때에도 '감사와 기쁨'을! 절대로 '마이넛 감정'을 실어서는 안 된다. 가장 중요한 점이다."


"'감사'는 지금 현재 '내게 있는 것' '내가 소유하고 있는 것'을 인식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감정이다. 반대로, 나한테 '있다'거나 내가 '갖고 있다'는 걸 느끼지 못하면, 감사가 아니라 '갈망'이나 '집착'이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갈망'이나 '집착'은 실제로 '있는' 것이 보이지 않거나 '가지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기 때문에 늘 다른 무언가를 갈구하는 상태다. 자신의 마음과 사고, 모든 행동들이 모두 '나한테는 없다'고 믿는 상태다. 나 자신한테 '없는 것' '갖고 있지 않는 것'을 계속 잠재의식 속에 인풋하는 행위다."


"예를 들면, 노후가 불안하기 때문에 열심히 돈을 모아야겠다는 마음은 언뜻 전향적이며 계획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돈을 모아야겠다는 동기가 '두려움'과 '불안'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불안을 없애기 위해 돈을 갖고 싶다는 마음이라면, 오히려 돈의 순환은 나빠질 수 있다. (중략)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실제 '무슨 일'로 일어나는 것이다. 매사에 감사할 줄 알던 나도 그 '두려움'과 '불안'에 발목 잡혔고 '더 바라는 건 과욕'이라고 생각했다. 그 에너지가 강하다 보니 그쪽이 현실화되었던 것이다."


"돈을 부정하는 어떤 말도 피하는 게 상책이다. "나는 돈이 없어"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면 현실이 되어버린다. 말이 씨가 된다고 했다. 그건 정말 맞는 말이다."



이 부분에 있어서 나는 주변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었고 나 스스로도 비굴했었다는 반성을 하게 된다.



"실제로 무언가를 해보면 정말로 자아상이나 마인드가 바뀌게 된다. 머릿속에서 이미지를 그리는 것뿐 아니라, 실제로 체험을 하는 걸 더 추천한다. 체험을 해보면 상상할 수 있는 게 점점 더 많아진다."


"지금 내가 가진 좋은 것들을 매일 세어보면 점점 행복의 개수가 많아진다. 반대로 부정적인 걸 센다면 불행의 개수가 점점 늘어날 뿐이다. 그게 자칫 버릇이 되면 뇌는 무의식적으로 불행을 더 찾아 나선다."


"명심해야 할 세 가지가 있다. 비교하지 않는다. 불만을 늘어놓지 않는다. 지금 가진 작은 행복을 일상에서 더 많이 찾아서 초점을 맞춘다."



세상은 내가 생각하고 말하는대로 되어가기 때문에 내 생각과 말을 올바른 방향으로 향해야 한다는 것이 시크릿이었다면 돈 역시 내가 주체가 됨으로써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쯤되면 이 책은 시크릿의 화폐버전이라 할만하다.


아쉬운 점 몇 가지도 눈에 띈다.


돈 관리는 기분이 좋아질 수 있는 방법으로 한다는 17번째는 독자에 따라서 다소 위험한 발상으로 될 수도 있다. 



"자연스레 돈 관리에 신경을 전혀 안 쓰게 되었는데 신기하게도 그 무렵부터는 돈을 쓰면 어디선가 새로 돈이 들어오는 일이 생겼다. 실제로 쇼핑을 하며 쓴 금액이 정말 그날 중에 고스란히 입금되는 경험을 여러 차례 했다. 참석하고 싶다고 생각한 심리학 트레이닝을 신청하느라 700만원을 지불하니 딱 그만큼의 수입이 바로 생기기도 했고, 코칭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600만원을 썼는데 다음 달에 그 비용을 충당할 일거리가 들어와 결과적으로 수지가 맞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꺼내면 들어온다'는 재미있는 법칙이 내 생활 속에서 실현되고 있었던 것이다."



저자도 오해 없기 바란다며 당부하고 있지만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책이 그 의도와는 다르게 적지 않은 주식 폐인을 만들어 낸 것을 보면 다소 위험한 발상이 될 수도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일본 특유의 애니미즘이 투영된 것이다.



"'장지갑을 쓰면 돈이 많이 들어온다!'고 믿는 사람들은 점점 풍족해질 수 있다. '그게 무슨 상관이야!'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또 '이 부적을 가지고 다니면 금전운이 상승할 거야'하고 믿는 사람들은 그렇게 될 것이고, '다 쓸데없는 짓이야. 이런 거 가지고 다닌다고 돈이 들어오겠어?'하고 생각하는 사람은 현재의 상황이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보름달을 보며 지급을 흔드는 일도 진심으로 믿고 실천하는 사람들에게는 돈이 따라온다. 굳이 보름달이 아니더라도 '나는 풍족해질 것이다'라고 늘 믿고 그대로 실천하는 사람들에게는 돈이 따르게 돼 있다. 다시 말해, 당신이 믿고 있는 것이 현실이 된다는 이야기다."



어쨌든 ​생각한대로 우주와 세상이 움직인다는 원리와 일본 특유의 애니미즘적 미신을 어디서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는 독자의 소양에 달려있다. 아마도 실천단계에서 본말이 뒤집히는 순간에 미신으로 치닫을 것이다.



"그때그때 정리하지 않으면 흐름이 막히는 법이다. 그리고 막혔을 때는 뚫어주어야 순환이 좋아진다. 돈의 흐름도 마찬가지다. 마음을 비우고 청소를 해보자. 물건들을 보기 좋게 잘 정리하자. 어느 새 돈의 순환도 좋아질 것이다."


"오빠는 조그만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매사에 귀찮아하는 성격이지만 호기심이 왕성한 오빠는 "화장실을 깨끗이 하면 금전운이 상승한다!"는 말을 듣고 매일같이 회사의 화장실 청소를 직접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전까지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화장실 청소를 말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오빠는 실제로 금전운이 좋아지고 있다고 느꼈다. 내내 정체 상태였던 주문도 대폭 늘었고, 까다로운 고객들에게 치이던 일도 이제는 없다고 한다. 오빠는 지금도 "화장실에는 신이 정말 있다"고 호탕하게 말하곤 한다."



예전에 직장생활할 때 "망해가는 회사는 화장실부터 더러워진다."는 말은 들어봤다. 방 청소를 하면 돈의 흐름이 뚫리고, 화장실 청소를 하면 돈이 들어온다는 말은 정리정돈에 유난을 떠는 나도 처음 듣는다. 더구나 화장실에 신이 있다니... 저자가 일본인이라는 특성을 감안하여 읽어야 할 대목이다.


이 책이 전체적으로 이런 미신적 요소가 깔려 있는 것은 아니다. 평소 사용하는 것들은 더 좋은 것으로 엄선한다는 22번째에서는 좀 더 납득하기 쉬운 새로운 소비개념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시계는 거의 매일 차기 때문에 300만원을 줬어도 20년을 사용하면 한 달의 비용은 1만2,500원이다. 유행을 타지 않는 시계는 충분히 20년 넘게 쓸 수 있는 것들이 많다. 30만원 주고 산 시계가 싫증나거나 유행이 지나서 2년밖에 차지 않았다면, 한 달의 비용은 300만원짜리 시계와 동일한 1만 2,500원이다. 한 달의 비용이 같다면 300만원짜리 시계와 30만원짜리 시계 중 당신은 어느 것을 선택하겠는가?"



"왜 그런지 돈을 끌어당기는 여자의 39가지 습관"이라는 다소 긴 제목을 가진 이 책은 돈에 대해 솔직한 담론을 벌이며 우리가 항상 전전긍긍하는 돈 문제에 있어서도 긍정의 에너지를 만들 것을 주문하고 있다. 


저자는 에필로그를 통해 "돈이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모을 때가 아니라, 돈을 가지고 당신이 기뻐할 일을 할 수 있을 때다." 라고 당부한다.


이 책을 통해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돈이 없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임으로써 비굴해졌던 나의 모습을 바라볼 수있었다. 또한 자칫 수동적으로 되기 쉬운 돈 문제에 허세가 아닌 긍정의 마인드로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라는 것은 고지식했던 나에게 매우 유익하다. 다른 독자들은 그것이 정답임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돈에 대한 솔직한 담론을 통해 작은 변화를 만들어 갈 수 있어 유익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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