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하버드 창업가 바이블 - 전 세계 창업가들의 27가지 감동 스토리
다니엘 아이젠버그 & 캐런 딜론 지음, 유정식 옮김 / 다산북스 / 2014년 8월
평점 :
책과도 인연이 있다. 이번에 만난 '하버드 창업가 바이블'이 나에겐 매우 적확한 시기에 만나 선연이 된 책이다.
대부분의 경영/마케팅 서적들은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를 소개한다. 애플, MS, 페이스북, 구글 등 대부분 IT업계의 성공 신화를 분석하며 독자에게 마크 주커버그처럼 어린 나이 때부터, 스티브 잡스와 같은 혁신과, 빌 게이츠와 같은 경영감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스티브 잡스와 애플에 관한 내용은 너무 많이 듣고 읽어서 이젠 나더러 책을 쓰라고 해도 쓸 판이다.
한 때 정부에서조차도 정책을 통해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 같은 인재를 대량으로 육성할 수 있다고도 했으니...
이 책에는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성공사례는 없다. 더구나 창업가에 대한 막연했던 고정관념을 깨준다.
역설적이지만 고지식한 나는 이런 책이 좋다. 고지식한 성향임에도 종종 기존의 잘못된 관념들을 통렬히 깨 부수는 것에서 성취감과 희열을 느끼기 때문이다.
대체로 저자가 독자의 마음을 잘 이해할수록 전체 구성과 목차가 잘 정리되어 있는데 이 책이 그렇다.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에서는 기존의 관념을 부정하고 2부와 3부에서는 창업가의 공통점 또는 자격요건 등을 논한다. 마지막 4부에 가서는 저자가 정의하는 창업가를 설명하기 위해 가치 인식, 가치 창조, 가치 획득으로 개념을 정립하여 주장한다.
1부에서는 '창업가에 대한 잘못된 선입관'을 깬다. 창업가가 굳이 혁신가이지 않아도 된다고, 전문가이지 않아도 된다고, 더구나 젊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창업과 경영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앞부분부터 자극이 되어 책장을 서둘러 넘겨 보게 될 것이다.
2부에서는 성공한 창업가들에게 발견되는 공통점을 '역발상'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잠시 내 얘기를 해 보자.
내가 현재 일하고 있는 사진분야에서 7년만에 나만의 사업 아이템을 발견하여 3년여 정도 사업계획을 구상하고 다듬어 왔다.
올해 초에 창업을 위해 자금을 구하겠다고 했을 때 내 주변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말했다.
운영 중이던 스튜디오도 문을 닫을 정도로 경기가 좋지 않다. 누구나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데 사진관이 되겠느냐. 요즘 사진관 시작해서 투자비 회수나 가능하겠냐는 등. 맞는 말이다.
심지어 나를 상업사진분야로 끌어들인 친구마저 소상공인 지원 대출조차 불가능할 것이라고 못 박아줬다.
모바일 게임회사의 부사장으로 있는 선배만이 내 사업계획서를 검토 해 주었는데 오랜시간 고민하여 꼼꼼하게 잘 만든 사업계획이라고 평가 해 줬을 뿐이다.
한 번은 소상공인 지원센터의 창업기본교육을 받으러 안산시청에 갔을 때 일이다. 여섯명의 강사가 마치 함께 모여 작심이라도 한듯이 대다수 요식업 창업자들의 나태한 마인드와 창업행태를 신랄하게 비판하다 못해 물어 뜯었다. 나는 단지 요식업이 아니라는 점에서만 안도할 수 있었다.
"출발선에 섰을 때는 박수 받을 것을 기대하지 마라."
(중략)
창업하려는 사람이 열광하던 기회는 처음부터 좋은 호응을 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이것이 바로 창업가들이 역발상적으로 기회를 인식하고 체계화해나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특징이다.
(중략)
창업에 성공한 사람들은 대개 사람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우습게 생각하더라도 무시할 줄 안다. 역사는 아이디어에 대한 창업가의 확고한 자신감을 인정해주지 않은, '유명한' 거절 사례들로 가득하다.
(중략)
창업가들은 다른 사람들이 쓸데없고 불가능하고 멍청해 보인다고 간주하는 상황으로부터 가치를 발견하고 창조한다. 이것이 창업가의 일이다.
- 본문 중에서
2부의 본문 중에 이런 글을 읽었을 때 적어도 내겐 위안이 되고 용기를 불어 넣어주는 격려로 다가왔다. 이렇게 창업가는 외로울 수 밖에 없다는 것을 확인 받고서야 주변 반응에 대한 섭섭한 마음이 사라졌다.
3부에서는 창업가가 필연적으로 맞이하게 될 '역경'을 주제로 창업가에게 경고를 해 주기도 하고 주의를 환기시켜주기도 한다.
창업가정신이라는 '부엌'은 위험하고 뜨겁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그런 부엌에서 일할 운명을 타고난 것도 아니다. 그래서인지 새로운 무언가를 '요리'하려고 하면 항상 폄하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들은 요리하다가 불에 델 것을 두려워한다.
- 본문 중에서
역경을 대하는 태도가 바로 창업가의 최소 자격이며 더 나아가 '역경'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극복하는 것이 그 자체로 '진입장벽'을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창업가들은 외부의 역경을 마주할 때마다 자기 내부에서 결단력, 인내력, 유연한 문제 해결력 등이 생겨난다고 믿는다. 사실 많은 창업가들은 체스코와 아완처럼 외부의 역경을 극복하고 극히 불리한 환경 속에서 성공적으로 가치를 창조하는 능력이 바로 경쟁을 위한 전략이자 '잠재 경쟁자들을 막는 진입장벽'이라고 여긴다.
- 본문 중에서
4부에서는 저자가 주창하는 창업가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리기 위한 요소로 '비범한 가치 인식', '비범한 가치 창조', '비범한 가치 획득'이라는 개념을 정립한다.
비범한 가치의 인식과 창조는 2부에서 논한 역발상과 상당부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며 다른 마케팅/경영서적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개념이다.
창업자는 결국 결과(비범한 가치의 획득)로 평가받을 수 밖에 없으며 비범한 가치를 발견하고 창조하였더라도 정작 창업자 스스로 비범한 가치를 획득하지 못했다면 창업가라고 할 수 없다는 다소 파격적인 주장을 펼친다.
사실 가치의 획득이라는 부분에서 저자의 확고한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다소 불편했는데 내가 '가치'를 폭넓게 정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비범한 가치'를 단지 '경제적 가치'로만 국한 지어 생각한다면 저자의 주장을 훨씬 타당성 있게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개인적으로 처한 상황과 맞물려 이 책이 문학책도 아닌데도 내게 용기를 주는 책이 되었다.
저자도 서두에 말했듯이 '요리책'같은 창업관련 서적은 많다. 이 책은 그런 요리책이 될 수는 없다.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창업 아이템을 다시 한 번 점검 해 보고 창업과정 전반에 걸친 마음가짐을 점검하여 방향을 정할 수 있을 것이다.
단지 아쉬운 것은 몇 가지 대표사례가 계속해서 반복 소개되는 점이다. 애플과 잡스와 같은 유명한 사례를 모으려고 했다면 당사자를 직접 인터뷰하거나 회사를 방문하지 않고도 간접적인 경로를 통해 여러 사례들을 확보하여 소개했을 것이다.
이 책에 소개된 사례들은 모두 저자와 인맥이 닿거나 직접 인터뷰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성공창업 사례이기 때문에 다양성은 조금 부족한 것이라고 애둘러 이해 해 본다.
창업에 관심이 없고 계획이 없는 사람은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창업에 대한 관심이 생기거나 창업을 하겠다는 용기를 불러 낼 수는 없다.
창업을 계획하거나 아이템을 갖고 있으면서도 아직 방향을 찾지 못한 사람들에겐 이 책은 성능 좋은 나침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