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도가 상당했던 책. (하루만에 다 읽었다!)소재 자체는 기괴하고 머리로는 납득할 수 없지만간결하면서도 섬세한 문장 하나하나가 마음을 후벼 판다.구를 죽음으로 몬 지독한 현실이 참 먹먹하고 아프다.마치 서로 사랑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들처럼,사랑의 한계가 없는 사람들처럼 서로의 전부가 되었던 구와 담.아마 담은 자기의 전부인 구를 잃은 것이 곧 자기를 잃어버린 것과 같았을까.그래서 자아도 인간성도 소멸한 채 그렇게 구를 애도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구야, 부디 고통 없는 세상에서 행복하길.
곰곰 생각하던 구가 대답했다..…………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세요.나는 구의 말을 마음으로 따라했다.구는 조금 망설이다가 덧붙였다.안 된다면 이번 생은 빨리 감기로 돌려주세요.그럼 빨리 죽잖아.그럼....…… 그냥 무로 돌려주세요. 아무것도 아닌 상태, 그래서모든 것인 상태로,싫어. 그것도 죽는 거잖아..죽는 거 아니야. 그냥 좀 담대해지는 거야. - P128
비합리적 신념은 자기 자신과 남에게 완벽함을 요구한다. 이 잣대는 너무 엄격해서 스스로를 불행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다.둘째, 지나치게 과장한다.애인과 말다툼을 한 후 상대방이 자신을 이해해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생각한다. - P93
그리고 우리의 삶이 얼마나 쉽고 어려운지에 상관없이, 그 표면 아래의 깊은 곳에서 결코 마르지 않을 기쁨의 근원, 사랑의 변함없는 물줄기가 언제나 흐르고 있기를 기도한다. - P261
구성이 독특한 책.2022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고 하여 궁금한 마음에 읽게 되었다.물고기, 다시 말해 어류라는 것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분류라는 것이 이 책의 제목이자 주제인 것 같았고,이 주제를 생물학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일생을 들여다보는 작가 자신의 관점에서 풀어내고 있다.일단 전반부에 나오는 조던이라는 사람은 꽤나 매력적으로 그려진다.그가 심취한 분류학이라는 분야도 참 생경해서 더 신비로웠다.작가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 사람임은 분명하구나 싶었는데, 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더라.그냥 자기 분야에 꽤나 열정을 가진 한 학자가 있었구나, 싶은 정도.후반부에 들어서면서 그 열정의 장본인은 그 열정을 자기 확신의 도구로 잘못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나치 독일의 뿌리가 된 사상으로도 유명한 ‘우생학’이 갑자기 등장하는데,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말로는 그 우생학을 지지하는 데에 모든 여력이 집중되었다고.거기서부터 약간의 충격과 흥미로움을 발견했던 것 같다.인간의 자기 확신과 한계, 그것이 야기할 수 있는 가공할 만한 파괴력.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놀라운 발견에도 불구하고, 어류라는 카테고리를 절대 포기하지 않는 인간의 고집스런 관념.그것을 말하는 책인 것 같다.작가 개인의 사생활(양성애자로서의)에 대해서는 노코멘트 하겠다. 그 또한 개인마다 받아들이고 싶은 대로 느끼고 해석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