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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넘어지는 연습 -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 걸을 수 있도록
조준호 지음 / 생각정원 / 2017년 11월
평점 :

유도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은 넘기는 기술이 아니라 넘어지는 방법이다. 넘어지는 것은 지는 것인데 왜 지는 것부터 가르칠까? 유도를 배우지 않은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잘 넘어지면 잘 넘어 뜨리는 방법을 알게 되는 거 아닐까?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잘 넘어지는 연습이라는 책은 2012년 런던 올림픽 66kg 이하급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조준호 선수의 인생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이 책의 제목을 내가 정했다면 아마도 '세 평에 살던 올림픽 동메달 리스트 두 평에서 시작한 이야기, 조준호'
올림픽 유도 역사상 처음으로 심판 판정 번복(연장전 후 3:0이 0:3으로 바뀜)으로 8강전에서 탈락, 패자부활전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조준호 선수의 이야기. 그리고 그는 쌍둥이라는 점. 그는 7연속 국제 대회 1회전 탈락의 기록자이기도 하다. 최근에 유튜브에서 그가 평창올림픽 화면에 등장하는 모습도 보았다. 조준호 코치님이 팔로워로 계셨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는 동메달 리스트라는 말에 붙는 '비운'이라는 말을 의아해한다. 세계 3등에게 비운이라는 말이 붙는 현실을 이해하지 않았다(p.22.3등은 1460일의 뜀박질 끝에 거둔 결과였다. 모든 경기를 통틀어 딱 한 번은 무조건 져야만 얻을 수 있는 등수, 포기하지 않아야만 비로소 거머쥘 수 있는 등수).
그는 꿈이었던 태릉선수촌에 들어갔지만 슬럼프에 빠졌다고 한다. 태릉선수촌 입촌이 결승선이었기 때문에. 목표를 이루고 찾아오는 안도감에 긴장이 빠졌다고 한다. 그는 그 과정을 '쉼표를 마침표로 착각'했다고 표현했다.
기억에 남은 글.
p.43.
이겨 낼 수 있는 시련은 언젠가 반드시 나에게 힘이 되어준다. - 이 페이지 끝에 8강에서 조준호 코치를 이긴 선수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쓰여 있다.
p.49.
억울함이나 분노의 감정은 생각보다 오래가지 못했고 나를 변화시켜주지도 않았다.
p.55.
우리 삶에 약간의 실패가 필요한 이유는 실패만이 우리를 멈추게 하기 때문이다.
p.101.
한 우물만 파는 것처럼 위험한 모험은 없다. 극단적으로 말해, 한 우물만 파다 보면 자기 무덤 파기 십상이다.
p.152.
나중에야 깨달은 사실은 바로 그렇게 스스로 정한 한계 때문에 실력이 일 년이나 늘지 않았다는 것이다.
p.172.
어느 순간부터는 진짜가 되기 위한 노력보다 가짜임을 숨기기 위한 노력을 더 많이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p.174.
진품 선수들은 이토록 뛰어나게 만든 것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노력의 순도'다. 주위 시선을 향한 의식과 타인과의 경쟁의식을 걷어낸 순도 100퍼센트의 노력이 그들을 그만큼 성장시킨 것이다.
p.198.
잉여는 열정의 부산물이다.
p.205.
나의 한계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방법을 배웠다면 그다음에는 내가 의도하지 않은, 내 열심과 상관없는 일을 잘 받아들이는 방법도 배워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생각하면 온몸에 힘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뭐든 내 힘으로 하려고 하니까 힘이 드는 것이다. 가끔은 신에게 맡겨봐도 괜찮다.
"나라는 사람은 배부르고 등이 따듯하면 금세 게을러지는 천성을 가지고 태어났다... 만약 유도장을 좀 더 작게 시작하고 남은 돈으로 그럴싸한 집을 구했다면, 나란 인간은 편안한 집에서 나오는 게 싫어서... 날라리 코치가 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조준호, 잘 넘어지는 연습 중
자기 성찰이 뛰어난 사람이다. 인문학을 가까이하는 그에게 더 큰 기대감이 생긴다. 내적 성찰 없는 다독은 개안이 되지 않는다. 그는 그걸 알고 있다. 그래서 기대가 생긴다. 그의 다음 책은 아마도 지금 가지고 있는 생각이 진화되어 깊이를 더해 세상에 나올 거 같다. 한 수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