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향연 - 광우병의 비밀을 추적한 공포와 전율의 다큐멘터리 메디컬 사이언스 7
리처드 로즈 지음, 안정희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광우병과 그에 관련한 질병들에 대한 역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책이다. 기존에 "프리온"이라는 광우병의 한 종류에 대해서 들어서 알고 있었고, 그것의 발병원인이 정확하게 발혀진 것은 없지만 같은 종족을 먹음으로서 생기는 것이라는 정도의 지식은 있었다. 책은 그 이외에도 1930~40년대부터 있어 온 식인종의 "쿠루"라는 병에서부터, 크루이츠펠트야콥슨병 (CJD), 스크래피, 전염성 밍크뇌증 등 유사한 병을 모두 다루고 있다. 이 분야에 있어서 최고의 권위자인 가이듀섹이 쿠루를 연구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세계의 많은 과학자들이 연구에 달라붙고 영국에서부터 시작한 광우병에 전세계가 관심을 갖기까지의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렸다.

과학적 발견의 순서를 따라가 볼 수 있기 때문에, 과학도들이라면 정말 흥미진진하게 책을 볼 수 있다. 처음에는 단지 병이 있다는 것만 인식할 수 있었고, 그 병의 현상과 발병분포를 파악하는데에만도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다. 그러다가 점차 여러가지 "가능성"들을 하나씩 제거해나가며 결국에 "식인"습관이 병의 "원인"이라는 것에 다다를 때까지의 과학적 접근에 몰입이 된다. 그 후에는 병의 "전파"에 대한 기작, "발병"에 대한 자세한 기작을 알기 위해 여러가지 가설을 세우는 상황에서 과학적 접근과 가설을 위한 상상력에 푹 빠질 수 있게 된다. 작은 바이러스 입자일 수 있다는 "바이리노설", 단백질의 결정체일 수 있다는 "비정상 단백질 결정화 이론", 그리고 잘 알려진 "프리온 설"등 과학자들의 발견에서 이끌어 내는 가설의 통찰이 눈여겨 볼 만하다. 만약 내가 이 책을 고등학교 때 읽고 이해할 수 있었으면 Biology를 전공으로 하지 않았을까?

반면 문제와 관련된 영국 정부와 한국정부의 미온한 태도도 엿볼 수 있다. 책이 1996년에 발간된 것이라서 (우리나라에는 왜 이렇게 늦게 번역되었는가! 이것도 혹시 정부의 음모?) 미국의 광우병에 대한 내용은 없지만, 광우병의 시초, 대부격이 되는 영국정부의 대처에 대한 미온한 태도, 자신의 경제만을 생각하며 축산업자에 대한 배려를 생각하지 않은 정책이 전세계의 광우병을 널리 전파시켰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면 분노를 금치 않을 수 없다. 더 놀랍고 경악할 만한 것은 10여년이 지난 영국정부의 행태를 우리나라가 2006년 지금 똑같이 따라하고 있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여러 새 용어의 압박으로 읽지 못했던 추천사를 마지막으로 보면서, 한국정부가 행하고 있는 FTA에 대한 태도, 광우병에 대한 안일한 대처(믿을 수 없는 4가지 치졸한 변명)에 분노하게 된다.

읽는 내내 "이 책을 다 보게되면 광우병이 무서워서 절대 쇠고기는 먹지 않게 되겠군"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이게 왠걸? 책의 후반부에 보면 11년간 채식을 하던 영국여성이 광우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잠복기가 긴 병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미 채식을 많이 해버렸는데 그렇게되면 너무 허무하지 않은가! 게다가 우리나라는 원산지를 제대로 표시하지 않기에 한우라고 사먹어도 미국, 영국산 쇠고기일 수 있는법! 어차피 잠복기가 긴 병이고 100만명에 한명씩 걸리는 병이라고 하니, "내가 아니길", "혹시 나여도 50년 잠복기가 있기를"하고 바랄뿐이다. 어쩌겠는가, 대한민국의 서민이여! 아는게 많아져서 두려움이 많아진, 고기를 좋아하는 서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