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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들의 예정 - 불확실성 시대에 믿음의 거인들이 붙든 항구적인 확실성 ㅣ 세움클래식 9
한병수 지음 / 세움북스 / 2022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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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이라는 주제는 피조물이며 유한한 인간의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교리일 것이다. 은혜로 선택받은 사람들 입장에서야 그것이 은혜인 것이지만, 애초에 유기될 것으로 정해진 사람의 입장에서는 무슨 이런 날벼락이 있나 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적으로도 이 민감한 주제를 놓고 논쟁이 끊임없이 진행되었고 시대를 거듭하면서 예정론은 그 내용이 더욱 풍성하면서도 예리하게 다듬어졌다.
한병수 교수님의 <거인들의 예정>은 목회자, 신학생, 일반 성도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 ‘예정론’ 교리에 관하여 역사적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 시대를 거치며 예정론이 어떤 형태로 논의되었으며, 그 핵심이 무엇이고, 현재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예정론은 어디에 근거를 두고 있는지 역사적, 성경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교부시대부터 17세기에 이르기까지 정통 개혁신학의 관점에서 중요한 인물들, 그들의 논거, 성경적 근거를 들어 풀어주고 있다. 그러나 다루는 주제의 특성상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병수 교수님의 글쓰기 특징이 잘 살아 있어 한 문장도 음미하지 않고는 아쉬워서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게 한다. 학술적인 글이 이리도 아름다울 수 있구나 감탄하게 될 것이다.
유한한 인간이 무한하신 하나님의 일을 다 이해할 수는 없다. 그러한 한계 때문에라도 예정을 탐구하는 데 있어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것이 ‘겸손’이다. 또한 우리가 근거로 삼아야 하는 것은 ‘성경’ 외에 다른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하나님의 예정을 이해하기 위하여 하나님의 말씀 외에 다른 것을 통하는 것은 본디 그 의미를 퇴색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 원칙을 따라 언제나 해설에 앞서 그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기 위해 애쓰며 교리를 안정적으로 풀어낸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예정 교리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부분은 선택 교리보다 유기 교리 때문일 것이다. 하나님이 선택한 사람이 있지만, 버린 사람도 있다는 교리는 선뜻 납득하기 쉽지는 않기 때문이다. 믿지 않는 사람에게 겁을 주어 믿게 하려는 술수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그 교리에 반발하며 그런 옹졸한 신이라면 믿을 가치가 없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인간적인 면에서는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예정은 어디까지 ‘하나님의 뜻’에 유일한 원인을 두고 있기 때문에 인간의 이해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해되지 않는 영역을 신비로 남겨두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 몇 가지를 짚을 수 있다. 먼저는 칼빈 신학에 정통한 저자이기에 저자를 아는 많은 독자들은 칼빈의 예정론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설을 기대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른 챕터에 비해 칼빈의 예정론에 적은 분량을 할애한 것 같은 느낌이 아쉽다. 또한 저자의 학문적 배경 탓도 있겠지만 철저히 정통 개혁신학의 입장에서 예정론을 다루었기 때문에 이 스펙트럼에서 벗어난 예정론과의 비교 연구가 빠져 아쉽기도 하다. 마지막으로는 17세기 이후 예정론을 마지막으로 다루고 있는데, 예정론에 대한 현대적 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이어오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더 붙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자칫 17세기 이후 예정론에 대한 논의가 지지부진한 것처럼 오해될 수도 있고, 예정론의 논의가 발전이 지연된 채로 그 시대에 갇혀 있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마도 의도가 있어 <거인들의 예정>이라고 시대적으로 한정을 지어놓은 것 같기도 하다.
특별히 정통 개혁산학 전통에 서 있는 사람들에 있어서 만큼은 예정론과 관련한 그 역사를 훑으며 내가 이해하고 있는 예정론의 맥락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책이 출판되었다고 생각한다. 이후에도 보완하여 예정론에 관한 완성판이 개정되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