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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점》 해동 - 소설 《빙점》 최고의 해설서 ㅣ 세움 문학 2
모리시타 다쓰에 지음, 권요섭 옮김 / 세움북스 / 2022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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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문학 렌즈를 통해 성경을 해석하고 적용하여 설교로 연결시키려는 시도들이 많아졌다.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성도들에게 와닿는 설교를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이와 관련하여 인문학이 신자들의 신앙에 미치는 영향 등을 연구한 책들도 다양하게 소개되었다. 세움북스의 세움 문학 시리즈도 그러한 시도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애초에는 미우라 아야꼬의 <빙점>을 읽고서, <빙점 해동>을 참고해 읽으려고 계획했다. <빙점>을 읽으면서 캐치하지 못했던 내용들을 하나하나 벗겨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스토리 자체에서 짚어내야 할 포인트가 보이지 않아 당황스러웠다. 소설이 재미없어서가 아니라 재미와는 별개로 내가 소설이라는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탓이었다. 계획은 뒤로 하고 해설서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빙점>은 <빙점 해동>을 읽고서, 다시 읽어보는 것이 더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빙점 해동>이라는 재치 넘치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미우라 아야코의 <빙점>을 제대로 해동하는 해설서다. 이미 <빙점>은 지난 60년간 국내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로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빙점 해동>은 국내에 가장 잘 알려진 일본 작가 미우라 아야코의 문학 세계를 완전히 통달한 전문가가 녹여내기 시작하는데 이 소설이 어떻게 만들었고, 또 독자가 어떻게 먹는 것이 가장 맛있는지를 제대로 일러주는 최고의 레서피라고 할 수 있다.
<빙점>은 인간의 내면 깊은 곳의 자리한 지독한 면을 끊임없이 파헤치며 인간의 원죄를 수면 밖으로 끄집어 낸다. 주님은 원수를 사랑하라고 했으나 인간의 죄악됨은 사람을 끝모르는 복수로 이끌어가고 그 끝은 결국 나락으로 귀결된다. 알면서도 끌려가는 불륜의 늪이 가져온 결과와 그 사건의 복수를 위해 날카롭게 갈았던 칼날에 자기 자신이 깊이 베이기도 하는 인간 삶의 참상을 본다. 이 깊은 죄의 늪에서 빠져나올 방법이 있을까. 독자는 자기 안에 도사리는 죄의 쓴 맛을 공유하면서 그 희망의 빛을 함께 찾기 시작한다.
죄에 물든 모든 사람이 갖고 있는 ‘빙점’의 한계, 꽁꽁 얼어붙은 빙점을 녹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일을 계속함으로써 해동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빙점 해동>의 저자 모리시타 다쓰에는 “희망이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것”이라고 해설함으로써 미우라 아야코가 <빙점>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핵심을 잘 요약, 정리해준다. 소설이라는 장르가 갖는 힘, 이야기가 인간에게 미치는 힘이라는 것이 바로 그런 것 아닐까 싶다. 가상의 이야기처럼 멀어보이지만, 실상은 우리가 사는 현실과 맞닿아 있어서 나도 그 소설 속 세계와 무관하지 않음을 자각하게 하는 것. 그리고 한번쯤 ‘고민하게’ 하는 것이 작가의 의도 같다.
<빙점 해동>을 통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함’으로써 우리 안에 모든 빙점들이 해동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