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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나우웬의 공동체 - 더불어 충만, 세상을 위한 그리스도의 몸
헨리 나우웬 지음, 윤종석 옮김 / 두란노 / 2022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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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나우웬이 쓴 글과 강연들 중에 ‘공동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엮은 책이다. 공동체라는 단어는 이 시대에 어울리지 않게 느껴진다. 이 시대는 개인을 강조되지만 외롭지는 않아야 하고, 내 고통에는 극도로 예민함을 표출하면서도 타인의 고통에는 끔찍하리 만큼 둔감한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니 ‘공동체’라는 말이 어색할뿐 아니라 교회에 붙여도 어색한 시대가 되어 가고 있다. 교회도 점차 개인영성을 중심에 두고 재편되었다.
헨리 나우웬이 주장하는 공동체는 선택에 따른 것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에서 필연적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공동체의 개념과는 사뭇 다른 개념으로 진술한다. 우리는 외롭다. 무언가 채움받기를 원하고, 사랑을 갈구한다. 타인으로부터 그런 관심과 사랑과 도움과 호의를 얻기를 바라지만 이 세상 그 누구도 나의 공허를 채울 수 있는 존재가 없다. 그 채움과 만족은 오직 하나님께로만 온다.
헨리 나우웬은 거기서 출발하라고 한다. 철저하게 하나님 앞에서 고독과 침묵 속에서 나의 외로움과 공허를 채워야 한다. 시간이 꽤 오래 걸릴수도 있고,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아무런 감각이 없어 당황스러울 수도 있지만 그 고독을 견디라고 한다. 그럴 때 하나님으로부터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사랑이 자신을 가득 채우고 흘러 넘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거기가 공동체의 출발점이다. 공동체는 나의 빈 마음을 하나님으로 가득 채우는 데서 시작한다.
그리고 타인을 바라본다. 그들 안에서 내가 보인다. 깨어진 모습, 상한 모습, 모난 모습, 부패한 모습들이 그들이 아니라 내 안에도 있음을 발견한다. 이것이 우리가 발견하는 공통점이다. 세상은 차이를 드러내며 나를 드러내려고 하지만 기독교는 다르다. 오히려 모두가 하나님 앞에서 깨어진 인간이라는 공통점으로부터 공동체의 동질성을 찾는다. 그게 우리가 함께 해야 할 이유다. 나를 포함한 모든 이들은 그 깨어진 모습으로 하나님 앞에 서 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채워줄 수 없다. 오직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온전한 회복과 치유가 필요하다.
하나님의 사랑을 충분하게 입은 나는 더이상 상대에게 사랑을 갈구하지 않는다. 이미 내게 충분하게 부어진 사랑을 상대에게 흘려 보낼 뿐이다. 내가 사랑하는 것은 무언가를 바라서가 아니라 그저 흘러 넘치는 그 사랑을 흘려 보내지 않으면 다른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의 빈 자리를 채우며 공동체를 이뤄가기 시작한다. 경쟁이 아니다. 너와 나의 다름에서 내 존재의 의미를 찾는 게 아니다. 우리 모두는 깨어진 인간이기 때문에 ‘긍휼’의 마음으로 서로를 대해야 한다.
그렇게 하나될 때, 공동체에는 ‘열매’가 열린다. 그 열매는 개인을 다시 살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회복이다. 각 개인은 하나님 앞에서 고독과 침묵을 견디며 하나님과 독대하는 시간을 통해 영적 에너지를 채움 받는다. 그리고 공동체로 모여 서로의 약함을 돌아보고 채우며 섬긴다. 그렇게 모두가 자신의 나약함을 인정하고 용납하고 수용하는 과정에서 아름다운 ‘열매’가 맺히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 열매는 각 개인의 깨어진 부분들의 온전한 회복이다. 공동체의 연합을 통해서 말이다.
헨리의 글은 보통의 사람들이 따르기 힘든 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각자의 상황에서 충분히 적용해 볼 만한 내용들이 정말 많다. 마음이 차분해지고 따뜻해진다. 영성 훈련의 면에서도 개인의 영성에 집착하지 않게 하고 공동체로 돌이켜 타인을 바라보게 한다. 현실 적용에 있어서 나뿐 아니라 모든 이들이 이런 방식으로 서로를 대할 수 있다면 영적 시너지가 넘칠 것인데 쉽지 않아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좋은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