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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하게 위대하게 - 주기도, 신학과 인문학의 눈으로 탐구하기
정진호 지음 / 세움북스 / 2022년 1월
평점 :
정진호, <은밀하게 위대하게>, 세움북스, 2022
1.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라”고 하신 예수님의 기도지침, 짧은 8개의 문장은 그리스도교 전통 안에 있는 사람에게만 아니라 전 인류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기도문 중에 하나다. 많은 사람들이 기도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반응하면서도 막상 기도해야 할 때, ‘어떻게 해야 하며(방법), 무엇을 기도(내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자주 물음표가 따라 붙는다. 그때에 제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기도의 모범이 바로 예수님의 주기도문이다.
2. 정진호 목사님의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또 하나의 주기도 해설이다. 이미 독자들은 주기도를 다루는 유익하고 다양한 책들을 많이 접하고 있다. 나만 해도 주기도 관련 책만 두꺼운 책부터 얇은 책까지 십수권은 되는 듯하다(다 읽었다는 건 아니고). 그래서 이 책이 독자에게 어떤 의미가 되려면 다른 책들과 구별되는 지점들이 있어야 할 것이다. 아마도 이 책의 특징은, 부제처럼 <주기도, 신학과 인문학의 눈으로 탐구하기> 신학과 인문학의 통합적 접근을 통해 주기도를 탐구하고, 독자들로 하여금 기도의 자리로 이끈다는 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3. 신학이 신에 관하여, 신에 의하여, 신을 위하여 탐구하는 학문이라면, 인문학은 사람에 관하여, 사람에 의하여, 사람을 위하여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서로 정반대의 대상을 지향하는 학문의 융합의 결과로 내놓는 주기도 해설은 얼마나 창의적일지 궁금했다. 단지 좋은 말 대잔치가 아니길 바랐고, 주기도의 의미가 퇴색되거나 변질되지 않기를 바랐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도 곁길로 흐르지 않는 균형감이 있으면서도 저자의 신학적 식견과 인문학적 통찰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독서였다.
4. 저자는 다양한 신학자들의 주장에서, 소설 이야기에서, 노랫말 가사에서, 시 구절에서 통찰들을 뽑아냈고 그것을 다시 주기도의 단어 하나, 하나를 분석, 해석하고 적용하는 데 적잖은 에너지를 쏟았다. 각 챕터가 시작할 때, 독자를 본론으로 이끌고 갈 때, 결론을 제시할 때마다 인용하는 인문학의 글감들이 해설의 내용적 질서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개연성 있게 연결했다. 다만 나처럼 인문학적 소양이 부족한 사람은 글감의 생소함 때문에라도 주의집중이 필요하기는 했다.
5. 주기도의 구조는 전반부는 하나님께 대한 간구로, 후반부는 우리에 대한 간구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신학과 인문학의 눈으로 탐구하기>라는 부제가 더욱 잘 어울리게 느껴졌다. 전반부는 하나님에 관하여, 후반부는 사람에 관하여 다루기 때문이다. 물론 짧은 8개의 기도 문장이 400페이지 단행본으로 변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랍기는 했지만 정진호 목사님의 신학적 해석과 인문학적 통찰을 통합하는 과정은 주기도를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하도록 도와주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는 모든 이들이 각자의 골방에서 ‘은밀하게’, 주께서 맡기신 ‘위대한’ 기도의 간구를 드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