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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말하다 - 이규현 목사의 교회론
이규현 지음 / 두란노 / 2021년 10월
평점 :
#이규현목사 #교회를말하다 #두란노 #두피플3기
‘교회는 여전히 세상의 소망인가?’ 발칙한 물음일 수 있지만, 시대가 묻고 있는 질문이기도 하다. 교회가 지탄을 받는 이유도 교회에 대한 일말의 기대와 소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님은 교회를 세상의 소금이요 빛으로 부르셨지만, 현대의 많은 교회는 그 역할을 감당하기에는 역량미달처럼 보인다. 사람이 없어서도 아니요, 돈이 없어서도 아니다. 모든 조건을 갖추었고, 화려하게 꾸민 교회는 많아졌지만, 진리와 성령으로 예배드리는 교회는 찾아보기 힘들다. 진리 안에서 하나됨을 잃은 채, 게토화되고 있는 교회의 모습속에서 옅은 빛조차 발견하기 어렵다. 물론 작은 힘이나마 옅은 호롱불을 밝히고 있는 교회와 성도들이 있다는 것은 감사할 거리가 된다. 세상은 교회에 무엇을 기대할까? 소박하지 않을까. 그저 교회가 교회답기만을. 그 역할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다면 감사할 일이다.
<교회를 말하다>는 교회의 본질을 이야기한다. 교회의 교회됨을 말한다. 교회됨이 무엇인가? 진리 안에서 연합하고, 성령으로 충만하며, 세상을 향하여 빛을 발하는 공동체를 일컫는다. 이규현 목사는 교회를 말하기에 앞서 성경적 교회론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성경적 기초 위에 교회가 든든히 세워져야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시대의 교회들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유도 진리에 기초하지 않은 교회론의 부재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포스트모던 시대에 ‘유일한 진리’를 말하는 것을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폄하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라는 진리의 터 위에 세워졌기에 이것을 포기하는 순간 교회는 그 존재 이유를 상실하고 만다.
저자는 특별히 에베소서 본문을 중심으로 주님이 세우신 교회가 무엇인지,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해 무엇해야 하는지 충실하게 소개한다. 이처럼 저자가 본질을 강조하는 이유는 그간 교회가 본질은 잊은 채로, 방법론에 치중한 나머지 교회의 위기를 자초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성공을 담보할 것처럼 호도하는 거짓된 방법론들을 걷어내고, 교회의 기초요 본질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굳게 붙들라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잃어버린 교회는 가야 할 길을 잃고서 방황하고 있다. 교회가 비판적 성찰을 통해 스스로를 점검하고 잃어버린 본질을 회복한다면 교회가 이 위기를 벗어나 주님이 기대하신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 다음은 저자가 에베소서를 통해 길어낸 교회의 본질이다.
1. 교회는 거룩한 공동체다.
2. 교회는 그리스도의 피로 구속받은 공동체다.
3. 교회는 성령으로 인 치심을 받은 공동체다.
4. 교회는 예배하는 공동체다.
5. 교회는 새로운 가족 공동체다.
6. 교회는 사도들의 터 위에, 함께 지어져 가는 공동체다.
7.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하나됨(연합)을 이루는 공동체다.
8. 교회는 눈이 보이는(가시적) 공동체다.
9. 교회는 날마다 자라는 공동체다.
10. 교회는 다양성을 가진 공동체다.
11. 교회는 회복이 있는 공동체다.
12. 교회는 영적전투하는 공동체다.
13. 교회는 담장 너머로 향하는 공동체다.
챕터1에서는 현대 교회의 실패를 진단하고, 챕터2에서 교회의 본질에 대한 서론적 요약을 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챕터들에서 챕터2에서 요약했던 문장들을 세심하게 풀어 놓는다. 목회자로서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할 내용으로 가득하다.
한편, 저자의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괴리감은 저자가 시무하는 교회의 지위 때문일지도 모른다. 소위 메가처치로 불리는 교회의 2대 담임을 지내는 저자는 그가 말하는 교회의 본질이 시무교회와 목양에 얼마만큼이나 적용되고 있는지를 실례로 보여주었다면 더욱 와 닿는 교회론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이 책에는 저자의 교회론과목회철학이 담겨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독자의 입장에서 볼 때, 참된 교회의 본질과 메가처치는 서로 어울리기 힘든 친구로 보인다. <목회를 말하다>, <설교를 말하다>, <교회를 말하다>. 이 세 권의 책을 통해 얻은 유익이 크나, 마치 그늘처럼 따라다니는 괴리감은 어쩔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