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를 말하다 - 이규현 목사의 설교론
이규현 지음 / 두란노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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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현, <설교를 말하다>, 두란노, 2020


어렸을 적 기억에 ‘설교하고 자빠졌네.’라는 핀잔을 종종 들었던 것 같다. 감사해야 할 일인지 모르겠지만, 그때 그이의 예언대로 나는 설교하는 사람이 되어 있다. 보통 이 말은 남들이 듣고 싶지 않은 잔소리를 늘어놓는 사람에게 그 입을 다물라는 요구를 할 때 주로 쓰인다. 설교는 어쩌다 듣고 싶지 않은 잔소리 취급을 받게 되었을까. 목회자에게 있어서 설교는 영광이라는데, 청중에게 있어서 설교는 듣고 싶지 않은 지루한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작년 출간된 이규현 목사의 ‘목회를 말하다’를 올해의 책으로 꼽는 목사들을 꽤 많이 보았다. 호주에서 이민교회를 개척해서 섬기며 아파했던 목회현장 경험과 부산 수영로교회 2대 담임으로서 경험하게 된 대형 목회의 경험이 녹아들어 많은 목회자들에게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보수교단의 대형교회 목사답지 않은 열린 자세와 목회와 강단에 대한 진지한 열심이 그것을 대하는 목회자들로 하여금 마음을 움직이게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책 역시도 대형교회 담임목사답지 않게 설교 강단에 대한 순수한 열의를 보게 되면서 신선함을 느꼈고, 반대로 대형교회 목회자가 여실히 드러내는 한계를 보게 되는 묘한 책이었다. ‘설교를 말하다’는 그 이름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목회를 말하다’ 후속편으로 추진된 듯하다. 표지 이미지만 봐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그 안에 들어있는 장단점도 뚜렷해 보였다.


내용상의 차별성은 떨어졌다. 대게 설교관련 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 간혹 설교자들은 이미 알고 있지만, 놓치게 되는 본질적인 부분들에 대한 따끔한 충고들이 마음을 간지럽히는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책 전체 내용을 갈무리 한다면, 나름 목회와 설교에 있어서 ‘성공’한 목사라고 평가받는 이규현 목사가 동료 목회자들에게 전하는 사려 깊은 설교 코멘트 정도로 보면 적당할 것 같다.


이 책의 장점이라고 하면, 최근 강조되고 있는 인문학적 이해를 설교에 적절히 녹여야 함을 논리적으로 설명해 두었고, 여기에 도움이 될 만한 저자 또는 도서들을 친절히 기록해둠으로써 설교자들이 들여야 할 품을 줄여준다는 점일 것이다. 설교자에게 있어서 책과 독서는 굉장한 무기가 되는데, 좋은 무기를 여럿 소개해준다.


그러나 한계도 명확하다. 이민교회, 대형교회에서 주로 설교 사역을 해왔던 저자의 한계가 여실이 드러나는 대목이 있다. 설교에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 설교 사역에 올인All-in할 수 있는 환경에서 사역하고 있기에 가능한 말들을 배려없이 쏟아놓는 것이다. 그런 여건과 지원이 어려운 목회자들이 한국교회의 95% 이상이고, 더욱이 부교역자라면 그런 준비는 사치라고 느껴질 정도로 물리적인 시간과 재정, 여건이 마련되지 않기 때문에,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 아닐 수 없다. 읽다보면 ‘그대는 그렇게 준비할 수 있어서 좋겠수다.’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교자가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태도와 준비과정에서의 치밀함, 목회자로서 청중을 이해하려는 자세 등은 모든 목회자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들이라고 생각한다. 설교가 복음(좋은 소리)이 아니라, 잔소리가 되고 있다는 사실은 굉장히 마음 아픈 현실이다. 


물론 책이야 뻔한 얘기를 한다지만, 뻔한 이야기들을 지켜 행하지 않는 많은 설교자들 때문에 한국교회 강단이 무너졌다. 그 뻔해 보이는 일들을 성실하게 지켜 행하는 설교자가 동료 사역자에게 요청하고 있다. 제발 우리가 알고 있는 대로만 해보자고 말이다. 이 책이 설교에 대한 열정을 잃은 많은 설교자들에게 위로가 되고, 때로는 회초리가 되어서 한국교회 강단이 회복하는 데 큰 힘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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