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반
폴 비티 지음, 이나경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인종차별, 은밀함과 드러냄 사이


2016 맨부커상 수상작
 소설가 한강님의 수상으로 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진 맨부커상은 영국연방 국가에서 출판된 영어 소설 가운데 뛰어난 작품을 선정하여 주는 문학상으로,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로 꼽힌다. 그렇기 때문에 맨부커상을 수상했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소설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바로 이 소설 『배반』은 2016년 맨부커상 수상작이다. 인종차별이라는 소재를 블랙코미디로 풀어나가면서 신랄한 풍자를 하고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인종 분리 정책
 주인공은 지도상에서 사라진 도시이자 자신의 고향인 디킨스 시에서 인종 분리 정책을 실시하다가 대법원 상고심에 소환된다. 인종차별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미국에서 어째서 흑인인 주인공은 인종 분리 정책을 실시하려고 하였을까? 아마 인종차별을 철폐하려는 시도들이 완벽하지 않은 법률과 완벽하지 않은 문화와 완벽하지 않은 인식으로 인해 오히려 혼란을 일으켰다고 주인공은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사라진 자신의 고향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안정이 필요했고, 안정을 위해서는 인종 분리 정책의 부활이 주인공이 생각한 답이었다.

그는 대체 어떻게 오늘날 이 시대에 흑인이 노예를 소유함으로써 수정 헌법 13조를 어길 수 있는지 따지고 있다. 어떻게 내가 대놓고 수정 헌법 14조를 무시하면서 인종 분리가 사람들은 통합시킬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는지 ··· 대체 언제부터 노예 제도와 분리 정책이 사람을 해쳤다고 이러는 건가? 그렇다고 하더라도, 까짓것 뭐가 대수라고.

 
인종 차별
  사실 예전 같았으면 인종 차별이라는 것이 와 닿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나라를 단일민족이라 지칭하는 만큼 다른 인종을 만날 기회가 적었을 테니까. 하지만 시대가 흐르면서 많은 인종들이 대한민국에 거주하고 있어서 주변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에서 인종 차별적 행동에 피해보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자주 들려온다. 겉으로는 평등, 이해를 외치면서 사실은 그것이 내면화 되어있지 않다는 것이 요즘 사회의 큰 문제점이 아닐까? 인종차별은 우월하고 열등하고를 가르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차별하는 이의 입장에서 차별한다는 것 안에는 그들을 소수거나 약자인 즉, 열등한 존재로 보기 때문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인종 때문에 직접적인 차별을 당해 본 것은 평생 단 한 번이었다. 어느 날 나는 어리석게도 아버지에게 미국에 인종차별이 없다고 말했다. 평등한 기회가 있지만, 우리 흑인들은 스스로 책임을 지기 싫어서 발로 걷어차 버린다고 했다 ··· 백인 남자들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침을 뱉으면서 서로에게 물었다. 세 명 중 가장 말이 없던 사람이 일어나더니 <나스카에서 니거를 퇴출하라>라고 적힌 티셔츠를 내보였다.

 
현실 풍자
  『배반』은 인종차별의 현실을 그대로 가져와 재현해 낸 것이 아니라, 강력한 인종차별을 보여주는 것으로 풍자를 하고 있다. 블랙 코미디적 요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볍게 읽힐 수도 있으나, 깊이 생각해보면 그 어떤 것보다 신랄한 풍자가 아닐 수 없다. 과거와 달리 현재의 세계는 평등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아직 그 과정이 순탄치가 않다. 법적인 제도 즉, 문자로만 평등을 외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러한 법적인 제도가 존재함으로 인해서 사람들은 인종차별에 대해 자신들이 성숙해졌다고 생각해 버린다. 법의 제정이 사람들의 사소한 인종차별을 덮어주는 가림막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배반』은 그런 점들을 캐치하여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보호막이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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