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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졸업 - 소설가 8인의 학교 연대기
장강명 외 지음 / 창비 / 2016년 10월
평점 :
『환한 밤』[단편집‘다행히 졸업‘/김아정 저/창비/2016]
다양한 연령대의 작가들이 자신들의 학창 시절을 소재로 쓴 소설들을 모아놓은 단편집『다행히 졸업』은 대부분의 청소년 소설이 작가가 청소년의 생활을 상상해서 쓰거나, 자신이 경험한 어린 날의 이야기를 쓰기 때문에 ‘현재’에 맞지 않다는 생각 하에 기획 된 책이다.
9개의 단편 중 하나인『환한 밤』의 주인공인 ‘나’는 평범한 여고생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서울에서 강원도 시골로 이사를 가게 된다. 전학 간 학교에서 ‘나’는 가난하다는 사실을 숨기고 싶어 하고, 결국 친구를 제대로 사귀지 못한 채 혼자가 된다. 엄마에게 학교에서 혼자인 것을 들켜버린 ‘나’는 늦게까지 길거리를 배회하다 학교에 몰래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는 학교에서 몰래 숙식하는 다른 학급 친구 영지를 만나게 되고 가로등 불빛을 향해 달려가는 나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학교에서 잠을 청한 다음 날 학교로 찾아온 엄마는 ‘나’에게 사과를 하며, ‘나’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는 말을 한다.
얼마나 풍족해야 가난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 가난에도 상대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옆의 사람과 같은 집에 살고, 같은 돈을 벌어도 자신이 가난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또, 밥을 먹을 때마다, 물건을 살 때마다 돈 걱정을 한다면 자신이 가난하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주인공의 이름이 끝까지 나오지 않고 ‘나’라고 지칭하는 것도 이런 점을 전하고자 하는 게 아닐까. 누구나 가난을 겪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것을.
학급 친구는 자신도 가난한 적이 있다면서 “왜 자꾸 거짓말하는데?”라며 주인공을 다그친다. 그 말은 계속해서 ‘나’를 괴롭힌다. 가난은 잘못되거나 나쁜 것은 아니지만 한창 감정적인 여고생에게 있어서는 숨기고 싶은 것이 될 수 있다. 누군가는 가난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물론, 그렇겠지. 누군가에게는. 작가가 가난을 숨기려 하는 것을 ‘거짓말’이라는 단순한 단어로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여린 여고생의 마음을 담아낼 수 있는 말로 풀어냈다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학교로 찾아온 엄마를 보며 ‘나’는「밤새 혼자 학교에 있었던 시간, 아니, 영지와 함께 보냈던 시간」을 떠올리며 웃음 지었다고 써져있다. 마치 동질감을 느끼는 친구와의 만남과 부모님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가난으로 인한 괴로움을 극복한 것처럼. 청소년 소설이기 때문에 행복한 결말을 맞을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청소년 소설의 ‘현재성’을 추구하는 이 단편집의 의도에 부합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조금 의아함이 깃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이 소설을 통해 위안을 받을 것이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이 이 세상엔 존재하지 어려운 것처럼 모두를 위한 소설이 쓰여지기는 어려운 것이다. 조금이라도, 한 명이라도 위로해 줄 수 있다면 그것은 좋은 소설이며, 잘 쓴 소설이다. ‘나’가 영지를 만나고, 엄마와 슬픔을 나누며 위로를 받는 것처럼, 이 소설을 읽는 누군가는 또다른 것을 통해 위로를 받을 수 있음을 이 소설은 말하고 있는 것 같다. 가난을 걱정하고, 가난에 고통 받고 있는 청소년들이 이 소설을 읽으며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을 수 있기를 나 또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