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도둑 가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6
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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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도둑 가족] 따뜻함과 서늘함의 가장자리


도쿄의 한 마트, 한 남자가 마트직원의 눈치를 살핀다.

그리고 지퍼를 열어둔 배낭안에 초콜릿을 집어넣는다.

다음으로 남자의 타켓은 컵라면이다. 매운 돼지김치라면 진열대에서 서서 배낭을 발치에 내린다.

그러나, 진열대를 지키고 서 있는 점원은 떠나지 않는다.


공친다 생각한 찰나, 그의 협력자가 점원의 시야를 가린다.

어시스트 덕분에 원하던 상품을 배낭에 짚어넣은 남자는 유유히 사라진다.

소설은 그렇게, 우리가 흔치 않게 볼 수 있는 생계형 좀도둑들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영화 <어느 가족>의 원작소설, 좀도둑 가족은 도쿄에 사는 시바타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평범해보이는 이들 가족에게는, 연금을 기반으로한 도둑질과 일용직으로 힘겹게 사는

일본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동시에 담아내고 있다. 이런 가족에게 핏줄로 이어지지 않은, 버려진 아이

유리를 발견하게 되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핏줄로 이어지지 않은 유리이지만, 처음에 내쫓을까 생각하던 사람들도

'정'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정을 나누어주며 가족애를 느끼게 된다.

시간이 흘러 여름이 된 이들 가족에게는, 다리를 다쳐 건설 일용직에 못나가게 되는 아버지 오사무와

세탁공장에서 해고된 노부요가 집에서 놀게 되고, 바다로 놀러간 가족에게 닥쳐온 위기는,

할머니 하츠에가 사망하면서, 근근이 할머니의 연금으로 버티던 가족의 '해체'를 고한다.


내용은, 이렇듯 어느 가벼운 '가족'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 

그 내용 안에는 어두운 면도 포함되어있어, 일본사회의 빛과 어둠을 한번에 보여주는 작품이다.


감독이자 각본가, 소설가인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일본에서 칸 영화제 수상의 영광을 가져오는

뛰어난 감독이다. 그는, 일본사회의 '영광'만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 안에서 일본 사회 내에 핍박받으며 사는 재일한국인들과 일본 사회의 부조리함을 영화로서

잔잔하게 고발하였고, 그것은 칸 영화제 심사위원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깊은 감동을 주었다.


그럼에도, 아베 수상을 비롯한 일본의 주류 사회에서는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이 작품을

싸늘하게 바라보았다. '일본 사회에 어두운 면'을 보여주는 작품에 대해 강하게 부정적 감정을 표출한 것이다.

이에 대해 프랑스 신문지 피가로는 '아베는 일본계 외국인이 수상해도 축전을 보내더니, 이번에는

입 속에 벌레라도 있는 거 같다'며 일본사회의 이중적인 행태에 대해서 비판하였다.


하지만, 일본 내에서의 시각에 어떠하든 간에, 이 작품은 세계에서 큰 기록을 세우며

수상의 영광을 누린 작품이고, 우리나라에서도 15만 명 정도의 사람들이 관람하였다.

사실, 일본사회의 '어두운 면'이라고 했지만, 우리나라 사회에서도, 어느 나라 사회에서도

찬란한 마천루의 뒤에는 하루하루 근근이 사는 서민들의 삶들은 바닥에 붙은 껌처럼 쉽게 지나치기 쉽상인 문제이다.


이제 다음주에는 민족의 명절인 추석이 다가오지만, 이 추석기간에도 

가족을 만나지 못한채, 자신의 산업현장에서 묵묵하게, 또는 부대 주둔지의 경계를 서는 군인들,

추석임에도 집에서 TV만 보아야 하는 독거노인들 등, 그들은 어찌보면 이 좀도둑 가족에 나오는 시바타 가족과

같은 입장이다. 다가오는 추석, 그리고 이 소설속에 나온 가족들도 결과적으로 차가움 속에서도 따스한 가족애의 사랑을

느꼈듯, 이번 추석을 가족과 보내지 못하는 사람들 마음 속에도 '뜨거운 희망과 사랑'이 가득하길, 

읽으면서 내내 느끼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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