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느려도 좋다 - 하루 한 번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연습
이규현 지음 / 두란노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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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느려도 좋다
 
요즘 "느림"은 곧 "무능력"으로 인식된다. 클릭하거나 터치하면 바로 반응이 이뤄져야 한다. 버퍼링이 생기거나 렉이라도 걸리면 바로 꺼버리는 것이 어쩌면 요즘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더 좋은 성능의 제품들을 구입하려는 것은 어쩌면 더 빨리 무엇인가 해내기 위함이 아닐까 싶다. 요즘 사람은 느린 것을 참지 못한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빠름"이 우리 삶의 "본질"인 것처럼 뿌리내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제목은 내 마음을 우선 크게 울렸다. 세상은 더 빨라져야 한다고 강요하지만 이 책에서는 "아니야, 그쯤이면 됐어. 이젠 좀 쉬어보는 건 어때?" 하고 권해주는 것 같았다. 따뜻한 손을 가진 친구가 손 잡아 주면서 나를 잡아끄는 느낌이었다.
 
이 책의 내지 구성은 좀 특이하게 "여백"이 많다는 것이다. 단순히 책의 여백을 일러스트 그림으로 채우는 것과는 다른 디자인이다. 그것은 마치 이 책의 제목처럼 책을 급하게 읽지 말라고, 느리게 읽으라고, 여백의 크기만큼 쉬어가라고 다독이는 것 같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책을 만들 때 가독성에 방해만 되지 않는다면 한정된 지면에 최대한 많은 내용을 넣으려고 한다. 하지만 이 책은 많이 비워두었다. 여백을 통해서나마 독자로 하여금 쉼을 주려고 하는 배려가 느껴진다.
 
이 책은 느림의 미학을 이야기 한다. 급하게, 바쁘게 살 때 우리는 삶의 많은 부분들을 놓치게 된다. 어떤 스님의 책 제목처럼 멈출 때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다. 빠른 자동차에서 내려 느리게 걸을 때 비로소 길가에 핀 꽃들이 보이기 마련인 것처럼 우리 삶의 템포를 늦출 때 삶의 소소한 즐거움들을 맛볼 수 있게 된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림의 미학이야 말로 세상을 진정 가치있게 한다.
 
물론 요즘 같이 바쁘게 돌아가는 시대에서 나의 모든 삶을 "느림"으로 바꿀 순 없을 것이다. 이 책의 구성이 모든 페이지에 과도한 여백을 넣지 않은 것처럼 우리 삶에 한 구석에라도 "느림"을 끼워넣어야 우리의 삶이 더 풍요로워지고 아름답게 될 것이다. 바다를 짜게 하는 것은 많은 양의 소금이 아니라 소량의 소금이다. 우리의 삶에 느림이라는 소금을 조금이라도 뿌려준다면 빡빡한 삶에서 풍요로운 삶으로 바뀌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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