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도 휴가가 필요해서
아리(임현경) 지음 / 북튼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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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직 3년차, 엄마로서 갓 1년차를 바라보는 초보이지만 가끔은 자유가 그립다. 분기별로 춘하추동 자체휴가를 만들어서 떠났던 나로서는 코로나가, 사랑은 하지만 발을 붙잡은 우리 아이가 버거울 때가 있다. 이렇게 말하면 못된 엄마라고 손가락질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쩌겠는가. 엄마이기 전에 나는 나다!

그러기에 부러웠던 작가의 휴가기. 자신을 찾고 싶어서, 숨쉴 곳을 찾고 싶어서 모든 것을 접어두고 떠난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더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서 떠난 작가.

누군가는 나에게 결혼을 통해 “오롯히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라고 하지만, 왕관의 무게를 견디라는 말이 있듯 결혼 후 나의 삶은 무게감이 더 느껴지는 삶이었기에, 작기의 휴가기를 통해 위로를 받았다.

삶의 배터리를 채우는 방법은 생의 순간마다 달랐다. p.232

내 배터리를 채우는 방법은 여행을 가거나, 맛난 걸 먹거나, 잠을 자거나. 요새 내 배터리는 한번쯤 누구나 봤을 법한 문구. “책을 통한 여행”. 떠나지 못하는 지금에는, 특히 이 책을 읽을 때는 한번도 가보지 못한 발리, 우붓의 이야기를 통해 동남아를 여행했다.

나만의 속도가 옳다는 믿음, 나만의 방향이 옳다는 믿음이 생긴 덕분이었다. 남들보다 늦어도 절대 뒤처지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 이런 느린 삶도 괜찮다는 확신, 번역한 책의 목록이 남들만큼 빨리 쌓이지 않아도 내가 그 시간을 충실히 보내고 있다는 안심 덕분이었다. p.241

내가 늦다고 절대로 걱정하지 말 것. 아이를 키울 때 아이가 1000명이면 1000가지의 방법이 있듯이, 나의 삶도 1000명의 삶중 하나이고, 내가 가는 것이 답이라는, 자신감을 가질 것. 알면서도 어려운 이 말이 읽을 때는 얼마나 와닿던지

그냥 그렇게 시작하면 될 일이었다. 그뿐이었다. 그런데 나는 해보기도 전에 왜 그렇게 겁을 먹었을까? 왜 그렇게 긴장을 했을까? p.209

작가가 CCTV 달아놓은 마냥 옆에서 잔소리하는 것 같았다. 겁이 많은 나로서는 뭔가 해보는걸 되게 걱정한다. 스터디 하나 들어가는 것 조차도..되게 몇 날 며칠을 고민하면서 신청을 일단 저지르고 하고 나서 뿌듯해 하는.. 근데 돌이켜 보면 정말.. 그냥 ‘시작’하면 될 일이었다.

엄마가 되고 나서 들은 여러 가지 말 중 하나는, 나에게 긍정적인 기운이 있어야 아이에게도 긍정적인 기운이 간다는 것이었다. 예전의 우리네 엄마들의 세대는 자녀들에게 헌신했던 시대라지만, 자립하고 꿈을 갖는 여성상을 교육받은 우리로서는 모든 것을 자녀에게 헌신하고 꿈을 접는 것은 가히 쉬운 일이 절대, 네버 아니다. 순간순간 아이를 위해 잠시 내려놓거나 하고자 하는 것을 포기해야 하는 순간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소중한 근본적인 ‘나’를 돌보는게 이렇게나 중요한 것을. 작가 역시 여행을 통해 스스로를 다독이며 에너지를 충전하고 그 긍정적인 에너지가 딸에게 가고 있음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그 누구보다 나를 돌보기를 주저하지 않는 것. 그것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멋지고 통쾌한 떠남이자 모험이 아닐까?’-에필로그 중

자기합리화일지도 모르겠지만, 이 글을 쓰고 나서 단 10분만이라도 좋아하는 노래를 귀에 꽂고 동네 한바퀴를 돌며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봐야겠다.

*'엄마의 꿈방' 서평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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