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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 남미 - 그 남자 그 여자의 진짜 여행기
한가옥.신종협 지음 / 지콜론북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적나라한 남미에 대해 말하고 있다.
여행기라고 하기엔 그들이 머무른 시간도,
그들이 범접한 범위도 광활하다.
"19금 남미"라는 자극적인 책의
제목처럼, 표지 안에 감춰진 내용에서도
햇빛 가득한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다. 대부분의 내용들이, 합법적으로 벌이지지 않는,
(합법적일지도 모르는) 마약, 매춘,
절도, 사기, 폭력에 관한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들은 억지로 독자들을 자극하기 위한 것이
아닌, 피하고 싶었음에도 마주칠 수
밖에 없었던 일상들이었다. 19금이 되고 싶지 않았지만
19금이 될 수 밖에 없었던 남미에
관한 이야기다.
책은 크게 두 파트로 나눠져있다.
하나는 '그 남자,' 신종협 작가가 약 20개월 동안 남미를 떠돌며 겪은 이야기다. 체류하는 동안 '더러운 중국인'이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던, 마음에 상처가 나고 결국엔
곪아터져 치료를 위해 한국으로 돌아와야만 했던 작가의 길고 긴 체류기는 지독했다.
"닥쳐! 너는 아까부터 내 주머니에
있는 돈 가져갈 생각만 하는 주제에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내가 호구도 아니고 왜 여기
있어야 되는데?" 라는 작가의 외침이
점점 고립되어져가는 작가의 여행기 전체를 대변해주는 것 같았다. 계속해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질문을 던질 수 밖에 없었던 남미 유랑 속에서 작가는 '일상에서 나의 위선을 붙잡고
공고히 삶을 쌓아가겠다'는 인생의 방향을 찾는다. 핏빛 역사 때문에 외유내강이 될 수 밖에 없었던 남미처럼 조금은 강인해진
작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 여자,' 한가옥 작가는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한 3년간의 콜롬비아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게스트 하우스 운영은 읽다보면 기가막힐 정도였다. 마치 자극적인 허구소설들이 뒤섞인 것 처럼, 사기,
귀신, 섹스 스캔들 등 까지, 한 사람이 겪었다기에는 피말리는 듯한 이벤트들이 줄지어 나온다. 처음 말머리에 적어 놓은 작가의 경고(?)처럼,
읽는 이로 하여금 '피곤하게' 만들었다.
3년 간의 생활을 정리하고 발걸음을 돌리는 작가의 마지막 글은 자기고백으로 마무리한다. 여행자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작가의 과거와, 그 과거에서 벗어나 새로운 정의가 덧입혀진 여행 속에서 작가는 스스로를
'행복한 여행자'라 칭한다.
그래서 피곤해 보였던 3년간의 여정에 감사하다고 말할
수 있는 거겠지. '행복한 여행자는 영원히 떠나는
자가 아니라, 미래도 과거도 없는 이 현재를
매 시간 기념하는 자,' 이기에.
신종협 작가의 시작하는 말에서 "인터넷으로 접하기 힘든 날 것의 지구촌 이야기를 접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라는 말처럼, "나는 무조건적으로
동경 받는 여행자들의 행태가 아니라 내가 선택한 기로에 모둔 것을 던졌을 때 드러나는 남미의 거친 맨 얼굴을 보여주고 싶다," 라는 한가옥 작가의 시작글처럼, 낭만과 열정의 도시 라틴 아메리카가 아닌, 조금은 '민낯'의 라틴 아메리카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