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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 투쟁 - 청년, 그들의 연대에 홀로 맞서다
정태현 지음 / 열아홉 / 2022년 9월
평점 :
절판

책 제목과 표지가 눈에 들어왔다. 이끌려 서평 신청을 했고 으레 책을 받고 열흘 정도 시간이 있었기에 10월 7일에 택배를 받고 연휴 동안 고이 모셔두었다. 연휴 마지막 날인 어제 택배를 뜯었다. 엄훠 내일이 서평 마감일이다. 뜨악이다. 엄..여기가 아니다. 마감일이 오늘이 아니다. 카페와 yes24 두 군데서 하는데 정신줄 놨구나.

정태현 작가님의 첫 책은 아직 읽지 못했다.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경영학과를 나와 금융맨으로 일하다가 작가로 전향했다. 오마이뉴스 기사가 자신이 쓴 책 표절임을 알고 언론사와 투쟁한다. 아니 사실 오마이뉴스가 상식적으로 대처를 했다면 이런 일이 있었을까 싶다. 끝까지 뒤통수치는 언론사에 재차 실망한다.
정태현 작가님의 글은 묘한 매력이 있다. 논리적인 팩폭에 반박 불능이 된다. 그럼에도 유머를 담고 있다. 그의 글은 주식 1주를 사고 주주 행세를 하며 오마이뉴스 대표를 만나기 위해 강연장을 찾아가는 모습만큼 당돌하고 매력 있다. 장발이었던 그의 모습이 궁금했는데 아쉽다.
권리를 빼앗으려 하는 사람들은
우리를 매우 힘들고 매우 귀찮게,
그리고 스스로를 보잘 없는 인간으로 느끼게 만들어
권리를 포기하게 만든다.
p9
그의 첫 책 <여행은 결국, 누군가의 하루>가 출간된 지 2년이 지나고서야 정주행하며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그렇게 강연과 출간에 대한 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할 때 새해의 첫 태양을 보며 다짐하고 싶어서 친구들과 일출 여행을 떠났다.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때우다가 D 포털사이트의 메인 기사를 읽기 시작했다. '회사 때려치고 세계 일주? 지옥을 맛보다'란 기사가 그의 눈에 들어온다.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지고 덜덜 떨리기 시작한다. 기사에는 그의 책 <여행은 결국, 누군가의 하루>의 일부 내용이 그대로 들어가 있었다.
결국 여행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와 트위터에 표절 기사와 책의 내용을 사진을 찍어 올린다.
처음에 글을 작성한 시민 기자 K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다. 그러나 오마이 뉴스 편집부도 피해자 이니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자신의 블로그나 이메일로 연락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오마이뉴스 측의 대응은 어이가 없다. 글쓴이가 표절을 인정했고 원작자가 표절 기사를 삭제 요청했음에도 9일간 방치한다. 피해자가 받지 않는 일방적인 사과를 해놓고 모든 것이 됐다는 식이다. 피해자가 원하는 사항에 대해 과도한 요구라며 오히려 피해자를 조롱하거나 그를 향해 화를 낸다.
결국 그는 1인 시위 현장에 발을 들인다.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막상 사람들이 타인의 일에 무관심함을 절실히 깨닫는다. 그리고 시위자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에 대해 뼈져리게 느낀다.
한 달을 1인 시위해도 오마이뉴스 측에서는 연락이 없다. 대표를 직접 만나기로 하고 그의 강연장을 찾아간다. 그의 책을 읽고 강연을 듣고 그에게 반한다. 그러나 이 내용을 알고 있었다는 대표의 말과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면 핑계를 대고 자리를 피하는 대표에게 대실망한다.
그는 또 K사를 찾아가 주주로서 회사를 위한 의견을 내놓는다.
그의 요구는 합당하다. 그의 창작물은 표절되었다. 하지만 가해자는 모르쇠로 일관한다. 누군가는 말한다. 거대 언론사와 싸워서 니가 얻는 게 무엇이냐 시끄럽게 하지 말고 그냥 조용히 있으라 한다. 누군가의 침묵과 방관으로 지금의 현실처럼 지옥이 된 게 아닐까.
우리나라 구석구석은 이렇게 썩었다. 혈연, 학연, 지연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 그렇게 흙 수저들의 삶은 고되다
쫄보 심장을 가진 자로서 그의 깡에 격하게 박수를 보낸다.
오마이뉴스가 진보 성향의 언론사인지 몰랐다. 새삼 어떤 말이 생각한다. '기자는 사람이 아니고 생물이다'
끈질긴 노력에 결국 제대로 된 사과를 받나 했더니 막판에 꼼수를 부리는 진보 언론사에 할 말이 없다.
왜 우리는 실수에 대해 인정하고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못할까? 작가님의 프랑스 친구 메튜는 이런 실정을 이해하지 못한다. 누군가의 창작물에 대해 이렇게 하찮게 취급하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책을 쓰지 않아도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작가로 인정받는 그 나라가 부럽다.
이 책에서는 표절에 관해 말하지만 살면서 흔하지 않는 억울함의 피해자는 사람들이 동정도 동의도 얻기 힘들다. 대게는 무관심하다. 그리고 절반은 소모적인 소음에 신경질적이다. 나머지 절반은 참으라고 한다. 어쩌다 한 둘은 가엾이 여기지만 거기까지다.
계란으로 바위치기의 싸움은 결국 계란이 진다. 제도권 밖에 있는 개인은 냉혹한 추위에 그대로 던져진다.
피해 보상으로 작가님이 요구한 <오마이 투쟁> 책 소개가 오마이뉴스 메인 페이지에 9일 동안 게재됐는지 궁금하다.
또한 남다른 용기가 있어 회사를 그만둔 것도 아니었다. 내가 회사를 그만둔 건 오히려 두려움 때문이었다. 안정되고 풍요로운 삶을 지속하기 위해 해보고 싶은 일을 시도조차 해보지 않고서 죽기 전에 미련이 남아 후회 속에 눈을 감는 일이 너무도 두려웠다. 나는 늦기 전에 내가 가졌다고 생각하는 재능을 한번 시험해 보고 싶었다.
p12
인기 많은 언론사와 부딪히면 작가로서의 삶이 더욱 힘들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비겁한 작가가 될 수는 없었다. 작가라는 일은 내게 직업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p30
이 일이 전까지 나는 그야말로 일반 사람이었다. 하지만 언론사의 횡포에 저항하다가 순식간에 국민에서 제명되고, 일인국으로 쫓겨나 외국인이 되었다. 처음 일인국 외국인이 되었을 때는, 내가 도대체 무엇을 그토록 잘못하였기에 제명된 것일까 하고 한탄했다. 그다음으로는 배신감을 느꼈다. 썩어빠진 나라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고조된 감정이 잦아들자 이후 슬퍼졌다. 나는 살아오며 대체 무슨 잘못을 한 걸까, 내가 이런 고통을 받는 데는 어떤 이유가 있지 않을까.
p106
나의 적이 어느 정도 수준이 있는 곳이라 생각했다. 내 생각과 달리 적은 너무나도 비겁했고 당당하지 못했다. 그들이 쓴 위선의 가면에 속아 이토록 수준 낮은 곳과 싸우느라 나의 귀중한 시간과 노력을 허비했다는 사실에 분하고 억울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더는 이런 곳 때문에 나의 귀중한 시간과 노력을 허비할 수 없었다. 그런 이유로 오마이뉴스가 내게 찾아와 용서를 구할 기회를 거두기로 했다. 스스로 깨달을 수주니 되지 못한다면 외부 충격을 통해 그들에게 깨우치기로 결심했다. 앞으로 사과를 받지 않겠다.
p202
#사회비평 #오마이투쟁 #정태현 #열아홉 #오마이뉴스표절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