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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ㅣ 에디터스 컬렉션 15
메리 셸리 / 문예출판사 / 2023년 1월
평점 :

중간중간에 읽는 스테디셀러이자 고전소설은 나름의 재미가 있다. 청소년기 독서와 거리가 멀었던 나는 이런 책을 지금에야 처음 접하는 것이다. 생각보다 그냥 그런 것도 있고 생각보다 재미있는 것도 요새 나오는 책들과 비슷하다. 다만 지금과는 분위기가 다른 그 시절 이야기는 궁금하다.

유명인 아버지와 자신을 낳고 죽은 엄마를 뒤로하고 재혼 가정에서 살아남기 위해 택한 방법은 독서다. 그리고 끊이지 않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이 그녀로 하여금 지금까지의 고딕소설과 다른 과학소설을 세상에 내놓았다.
등장인물과 주인공의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싹트는 견해들은 나의 평소 신념과는 무관함을 밝힌다.
p13
책을 받자마자 읽겠다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현실은 벼락치기다. 아직 물리적 시간이 다다르지 않았다고 애써 외면했지만서도 너무한 거 아니냐. 왜 이렇게 책 진도가 더디냔 말이냐. 내가 생각한 천 권 읽기에 지금 슬럼프 구간인듯하다. 근데 왜 몰입기는 안 오고 이런 지지부진한 슬럼프가 연속되는 거 같지. 대개 열심히 한 사람에게 슬럼프가 온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나는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 한 게 되는 건가. @@
간혹 주워들은 <프랑켄슈타인>의 이야기와 전혀 다르다. 지금 우리가 고전이라 부르는 그 시절 소설의 특징은 어찌 보면 바람, 외도와 같은 인간의 바닥을 드러내는 주제를 두르고 기가 막히게 철학적으로 풀어낸다. 간혹 착각이 든다. 내가 읽고 있는 것이 그 당시로 첫 과학소설이자 사회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던진 파격적인 소설인가 아니면 배고픈 소크라테스를 대표하는 철학서인가.
월턴이 여동생 마가렛에게 보내는 편지로 시작한다. 월턴은 남자지만 작가의 자전적인 등장인물이다. 미지의 땅 북극 탐험을 위해 항해를 시작한다. 그리고 빙하로 둘러싸여 갇힌 상황에 조난된 남자를 구조한다. 목숨이 경각에 달린 남자를 구해주려는 월턴에게 어디로 가는지 묻는다. 북쪽으로 가는 중이라는 말에 그러면 당신의 배에 오르겠다고 한다. 친구를 갈망하던 월턴은 자신이 구조한 프랑켄슈타인의 이야기에 빠져든다.
헌신적인 어머니와 가정적인 아버지의 보호 아래 빅터와 동생들은 화목하다.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죽음으로 슬픔에 빠지지만 엘리자베스는 가족에게서 슬픔을 거둬내려 애쓴다. 그리고 빅터는 공부를 하기 위해 떠난다. 화학과 교수의 인자하고 온화한 모습에 그는 자연철학과 화학에 빠져든다. 그는 당시 과학 수준을 높일 만큼 뛰어난 경지에 다다른다. 삶과 죽음을 생각하며 집요하게 죽음에서 생명을 끌어낸다. 다만 그가 만들어낸 창조물 앞에서 그는 불안, 증오, 두려움을 느끼고 그것을 방치한 채 떠난다. 괴물은 처음에 감각도 언어도 모르지만 어느 가정을 관찰하며 그들의 언어, 표정을 익히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실낙원>같은 책을 읽으며 인간에게 호감을 느낀다. 그러나 그의 혐오스러운 모습에 사람들은 그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빅터처럼 그를 증오한다. 그저 만들어진 피조물이 탄생과 동시에 증오와 두려움이 대상으로 전락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창조주에게 복수 하기로 하고 그를 찾아 나선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로 빅터에게 자신과 같은 여자 피조물을 만들어달라 부탁한다. 그렇게 하면 자신들은 인간 세상에서 사라지겠다 약속한다. 우여 곡절 끝에 빅터는 여자 피조물을 만들지만 완성의 순간 그것을 파괴시킨다. 그리고 괴물은 그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괴물은 복수를 다짐한다. 빅터의 친구 앙리, 엘리자베스, 그리고 아버지와 남동생의 죽음으로 결국 혼자 남는다. 이제 빅터가 괴물을 향한 복수심으로 그를 쫓기 시작한다. 그들의 복수전의 끝은 무엇일까.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인간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아름다운 외면인가 자애로운 내면인가.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받았을 때 나는 공명정대한 멋진 주인공의 모습을 하고 있을까 지질하고 이기적인 마음으로 주인공을 괴롭히는 악역의 모습을 하고 있을까. 가끔씩 상상해 본다. 만약 내가 일제강점기에 태어났다면 애국자, 매국노, 회색분자 중에 나는 어느 삶을 살았을까. 아마도 회색분자일 가능성이 가장 많고 그다음이 매국노 마지막으로 희박한 가능성이 애국자가 아닐까 생각한다.
책을 덮었는데 괴물이 오래도록 마음에 머문다.
어떤 것도 내 운명을 바꿀 순 없어.
p47
존재하는 무수한 사람 중에 나를 불쌍히 여기거나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소. 그런데 내가 내 적들에게 호의를 가져야겠소? 아니오. 그 순간부터 나는 인류, 아니 누구보다 나를 만들어 이토록 참을 수 없는 비참한 상황으로 내몬 자와의 영원한 전쟁을 선포했소.
p262
우리 감정이란 얼마나 변덕스러운가! 극도의 비참한 상황에서도 우리가 가지는 삶에 대한 끈질긴 애착은 얼마나 기괴한가!
p341
갑작스러운 커다란 변화만큼 인간에게 고통스러운 것은 없다. 여느 때처럼 태양은 빛나고 구름은 낮게 걸려 있을지 모르지만 나에게 어제와 똑같이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p391
하지만 바로 그런 것이 내 운명이 아닐까 두렵구나. 영광과 명예라는 이상의 버팀목이 없는 사람들은 결코 현재의 고난을 기꺼운 마음으로 계속 견디려 하지는 않을 거야.
p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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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