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인간 실격 ㅣ 에디터스 컬렉션 12
다자이 오사무 지음, 오유리 옮김 / 문예출판사 / 2022년 8월

독서 챌린지 목록에 있던 책이다. 이 책을 살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데 딱 좋은 타이밍에 서평단에 떴다. 고민 없이 신청했고 운 좋게 당첨이 되었다. 책을 읽기 시작한 초창기 때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몰라 추천 도서 목록을 볼 때마다 한자리 차지하고 있던 이름이다. 이제야 첫 만남을 갖게 되었다. 책의 두께는 생각보다 얇았으나 애껴 읽었다. 만연체로 인한 긴 문장의 호흡 때문이지 인간 본연의 모습에 대한 나의 혼란 때문인지 쉽게 읽히는 느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3일의 시간 동안 이 책을 야금 야금 읽었다.

다자이 오사무의 자선 소설인가, 아닌가 헷갈리지만 나의 결론은 그의 자전 소설이라는 생각에 한표다. 몇 번의 자살시도 끝에 결국 자살로 삶을 마감한 그의 생은 괴로움뿐이었을까? 지독한 괴로움에서 그의 뛰어난 작품이 태어난 걸까?

먼저 예술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 고정 관념이라는 방패를 내세워 뒤로 숨자면 예술가의 삶은 평탄치 않다는 것이다. 그건 뛰어난 천재성이 가진 고독에서 오는 것일까 아니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창작의 고통을 인내하며 생긴 특유의 괴팍함일까. 예술가 뿐만 아니라 천재는 일반인들과 어울릴 수 없는 성격상의 독특함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예술과 외설의 경계 또는 차이를 생각하게 된다. 나는 예술과 외설을 구분할 수 있을까.

외설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고는 못 하겠다. 그들의 평범함을 넘어선 광기에 나는 무엇인지 모를 불편함을 느낀다. 그것을 작품으로 온전히 받아내기에는 나의 그릇은 작다.

서문

첫 번째 수기

두 번째 수기

세 번째 수기

후기

차례

독특한 구조다. 서문으로 시작해서 수기로 이뤄지고 마지막 후기로 마무리한다. 누군가의 사진 석장으로 보고 그에 대한 느낌으로 문을 연다. 사진 속에 사람은 뭔가 이상한 느낌을 전한다. 잘 생긴 외모와 달리 살아있는 사람의 느낌이 아니다. 왜 그럴까?

첫 번째와 세 번째 수기는 주인공 요조의 이야기다. 그는 세상과 인간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신을 철저하게 포장하며 산다. 그런 자신의 연기는 살기 위한 처절한 전투다. 부유한 집안의 막내로 태어난 요조는 가만히 있어도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대상이다. 그 관심은 그에게는 공포다. 그의 친절을 받아낼 때도 거절할 때도 그는 거대한 두려움과 싸워야 한다.

사람들이 배고픔을 느끼는 것과 달리 배고픔을 느끼지 않는다. 그리고 하녀로부터 성폭행을 당했지만 그것을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는다. 그렇게 그는 세상과 담을 쌓고 본인의 성을 쌓는다.

공부도 잘한다. 그러나 생각지도 않게 본인이 연기가 들통난다. 그것은 요조가 전혀 고려 대상에 넣지 않았던 바보 같은 다케이치한테 말이다. 심장이 쿵 내려앉는다. 결국 처음으로 사람에게 애를 쓰며 다가가 귀가 아픈 다케이치를 치료해 준다. 그러면서 그의 두 가지 예언을 듣는다.

"넌 이다음에 꼭 여자들을 홀릴 거야"와 "너는 위대한 화가가 될 거야"였다.

과연 그의 삶은 어땠을까?

가만히 들여다보면 부와 명예의 문제가 아니다. 자신의 내면이 세상과 인간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세상을 달라진다. 요조에게 세상을 결코 만만치 않다.

자주 가는 카페의 종업원과 하룻밤을 보낸 그는 처음으로 사랑을 느낀다. 그러나 집안의 원조가 끊긴 상태의 가난한 그는 행복과 사랑으로부터 도망친다. 결국 친구와 다시 찾아간 카페에서 친구에게 그 여자를 소개하고 둘 사이의 진행 상황에 대해 불안감과 좌절감을 가지며 불안해하지만 호리키는 결국 싸구려 냄새가 난다고 츠네코를 거부한다. 그리고 서로의 통함을 느낀 츠네코와 요조는 바닷가에서 자살을 감행한다. 이때 요조만 살아남는다.

요조에게는 항상 2~3명의 여자가 있다. 그는 진정 사랑하지도 않는 그녀들과 관계가 힘들어 연기를 하고 철저히 외면하며 왜 여성들과의 성적인 관계는 유지했을까? 그리고 어느 날 어린 요시코의 순수함에 마음이 동해 결혼을 결심한다. 꿈같은 결혼생활에 호리키와 요조는 술을 마시다 누에콩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 요리코와 서른 중반의 출판사 장사치의 정사 장면을 목격한다. 그 일을 계기로 그의 머리를 하얗게 샌다.

부인 요리코의 불륜 장면을 목격하고 상처를 정면으로 맞서지 않고 끝내 외면한다. 요리코가 그의 행동에 전전긍긍하고 눈치를 본다는 것을 알지만 그는 그저 침묵한다. 아니 오히려 술로 도망간다. 점점 술에 의존하다가 각혈을 하고 술을 끊는다. 그러나 그가 선택한 방법은 약사가 챙겨준 모르핀이다. 결국 그는 모르핀 중독으로 정신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병원에서 퇴원하고 고향으로 돌아간다.

한 인간이 타락해 가는 과정이라고 해야 하나? 세상을 향해 호기롭게 도전하기보다는 세상은 역시 나를 휘몰아치게 하는 존재라는 사실에 그는 적극적인 도전이 아닌 자신만의 공간으로 도망간다. 그곳에서도 그는 결국 처절한 싸움 속에 살았으리라. 나도 낯선 세상이 두렵다. 사람도 두렵다. 내가 태연히 내뱉는 것처럼 보이는 말이나 행동이 사실은 엄청난 고민의 결과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관계 속에서 이런 고민을 하며 산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요조는 다른 이들보다 몇 배의 큰 고통을 받으며 살아간다. 그 고통이 깊어질수록 그에게서 생명의 냄새는 휘발되어간다.

잘 살았다 자부하는 삶은 아니지만 적어도 중독과 타락하는 삶에 빠지지 않으려 발버둥 치면 산다. 왜냐고? 결혼을 했고 키워야 할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해두자.

비합법. 내겐 그것이 은근한 즐거움이었습니다. 오히려 마음이 편했습니다.

p53

겁쟁이는 행복조차 두려워하는 법입니다. 목화솜에도 상처를 입습니다. 행복에 상처 입을 수도 있는 겁니다.

p66

내게 '세상'은 역시나 정체를 알 수 없고 무서운 곳이었습니다. 결코 내 관념 속에 있던 '단판 승부'로 결정 나는, 하나부터 열까지 정답이 정해져 있는, 단순한 곳이 아니었습니다.

p117

나의 불행은 거부할 능력이 없는 자의 불행이었습니다.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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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