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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나에게 생활비를 주지 않는다 - 나를 전공하고 있습니까?
이종은 지음 / 캘리포니아미디어 / 2022년 8월
평점 :

온전히 책 제목을 보고 선택했다. 막연히 여자가 주인공이겠구나 했는데 다만 나는 찢어지게 가난한 자의 이야기로 예상했다. 그러나 강남 오공주 출신 할머니의 백조의 삶과 같은 이야기다.
관계는 일방의 것이 아니라 쌍방이기에 양쪽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대개 우리의 삶인지라 재미나게 읽었다. 신은 인간에게 짊어질 수 있는 만큼의 짐을 주신다 했다.

법과 MBA를 전공한 이종은 작가님은 책으로 따뜻해진 세상을 꿈꾼다.
1부 아무도 나에게 생활비를 주지 않는다
2부 날아올랐어?
3부 나를 전공하고 있습니까?
4부 초대합니다
5부 여기가 거기니?
목차
나는 강남의 오공주다. 큰 아이 유치원 엄마 모임에서 공주 같은 삶을 살자며 지었던 모임의 이름이다. 이제 아이들은 성인이 되었고 나는 공주가 아닌 남편을 떠나보내고 생활비를 걱정하는 할머니가 되었다.
가난한 집의 가운데 끼인 딸로서 집안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나는 늦깎이 대학생이었지만 결국 휴학을 하고 인턴으로 취직하게 된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자신의 능력이 정규직 직원들보다 뛰어난 것을 알지만 그들의 월급과 나의 월급은 격이 다르다. 그 회사에서 상사의 커피 심부름에 나서는 남자에게 호기심이 일었고 그는 회사 최대 인기남이었다. 좋은 집안의 여자가 아닌 며느리로 반대에 부딪혔지만 둘은 그렇게 결혼을 하고 네 명의 아이를 낳는다.
큰 딸 서희는 내 첫사랑이다. 우리 부부의 기대보다 뛰어난 딸 덕분에 나는 우쭐했다. 서희가 법학과가 아니 미학과를 가겠다고 했을 때 나는 한번 무너졌고 영화를 만들겠다고 유학을 가겠다고 했을 때 두 번 무너졌지만 모든 걸 끌어모아 학비를 댔다. 서희의 영화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서희 다음으로 아들을 바랐던 시댁의 바람과 언짢음에 둘째 서현은 찬밥 신세였다. 공부도 관심 없다. 서현은 전문대를 갔다. 일찍 독립해 나가 여행을 자주 다니더니 중국계 미국인을 만나 결혼했다. 지금 본인의 쇼핑몰을 운영 중이다. 아이를 낳지 않고 있다.
서준은 서희에 이어 우리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자란 아들이다. 공부, 운동, 외모 무엇 하나 빠지는 게 없는 자랑스러운 아들이다. 연세대 경제학과를 나와 본교 교수 자리를 위해 유학을 보내달라고 했지만 남편이 죽고 서희의 학비로 여유가 없어 유학을 보내지 못했다. 결국 지방대 교수가 된 서준은 아직도 유학 탓을 하고 있다. 서준이가 데려온 며느리 자리는 탐탁지 않다. 모든 가족이 반대하는데도 서준은 그녀와 결혼해야 한다고 고집을 부린다. 며느리는 쌍둥이를 가졌다.
생각지도 않게 찾아온 막내 하이. 하이에게는 우리의 기대와 욕심을 내려놓고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기회를 열어줬다. 몇 번의 참견을 남편의 힘으로 나의 힘으로 참았다. 공부를 시키지 않았는데 카이스트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1년을 다니더니 사업을 하겠다고 휴학을 했다. 몇 번의 사업 실패에도 하이는 나의 도움을 거절한다. 진정한 스타트업은 실패를 발판 삼아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남편이 죽고 아이들 뒷바라지로 남은 재산이 없다. 이제 남은 건 집 한 채뿐이다. 막내와 대화를 시작으로 아이들에게 나의 사정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나의 모든 노력이 아이들에게는 탓이 되어있다. 나의 전부였던 삶이 흔들린다.
어느 날 나는 남편이 남긴 열쇠를 발견한다. 그리고 과거의 아빠가 보낸 이메일을 미래의 서희, 서현, 서준, 하이는 받게 된다. 그렇게 엄마인 나의 진정한 자아 찾기는 시작된다.
돈이라는 것이 삶에서 중요하다. 나 또한 선뜻 무엇인가를 도전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이 돈이다. 다만 돈을 무기로 그 뒤에 숨은 경우도 많다. 나는 할 수 있는데 돈 때문이라며...
그녀의 삶은 중산층 이상의 삶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치만은 않은 삶이다.
한 가지 이유로 행복하고 각가지 사연으로 불행한 것이 맞는듯하다.
나의 삶을 대어본다.
지금도 자신밖에 모르는 아들 둘과 부모인 나의 삶 그리고
노쇠한 부모님과 수발하는 자식으로 나의 삶. 결국은 적절하게 분리되어야 한다. 우리는 그 경계가 너무 모호하다.
정신적인 여유도 경제적인 여유도 없었다. 이제 함께 의논할 상대가 없다. 생활비를 줄 사람도 없다. 모아둔 돈도 없다. 저축할 새가 어디 있었던 말인가.
p28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삶일까?
나의 어떤 과거가 나의 현재로 이끈 것일까?
모임을 떠나는 발걸음이 가볍지 않다.
p58
자식은... 모든 감정을 다 경험하게 하는 존재인 것 같아. 나의 삶을 돌보지 않고 애들만을 생각하고 살았는데 나의 현재는 생활비나 걱정하는 노인네가 되어 있네.
p81
돈보다 소중한 가치는 많지만 돈이 소중한 가치들을 희석시킬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p234-235
나이 드는 것은 강제지만 성장하는 것은 선택이다.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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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