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 매일 쓰는 사람 정지우의 쓰는 법, 쓰는 생활
정지우 지음 / 문예출판사 / 2021년 12월

나는 글쓰기를 재미있어하지는 않는다. 뛰어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이런저런 끄적거림의 글쓰기에 대한 부담이 없다. 아마도 잘 쓰려 애쓰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나의 수준을 알기에 내가 아등바등 한들 그것을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을 아는 게지. 다만 쓰레기 같은 글도 쌓이다 보면 언젠가는 뭔가 하나는 건지겠지?라는 조금은 무모함을 담은 나름은 큰 소망(?)이랄까.

책을 읽고 서평이라 쓰고 리뷰라고 읽는 글을 쓰지만 반응이 없다. '베짱이의 책 다락방'이라는 대문을 걸긴 했지만 컴맹인지라 처음엔 그저 책 제목과 느낌만 써댔고, 서평을 쓰기 시작하면서 책 사진을 넣기 시작하면서 그나마 하루 방문자가 10명을 넘기 시작한 거 같다. 낯가림이 심한 성향이라 오프라인에서도 소수의 친한 사람만 소통하는 이 좁은 인간관계의 덫은 SNS 세상에서도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냥 종종대고만 있다. 그러나 읽는 책이 한 권 늘어가고 그에 따른 리뷰가 하나씩 늘어갈 때마다 그 시간의 쌓임은 무시하지 못하겠지. 티끌도 쌓이면 태산이 된다 하였으니.

작가이자 변호사인 작가님은 소설과 인문학 책 그리고 에세이를 쓴 능력자다. 그는 본인의 글쓰기 재능 때문이 아니고 매일매일 20년간 글을 썼기에 지금의 자리에 설 수 있다고 말한다. 모험과 동경 그리고 꾸준함이 만들어 낸 그의 말들은 뭔가 묵직하다. 글쓰기에 대한 글인가 싶다가도 인생이라는 여정을 잘 걷기 위한 방법이나 태도를 알려주는 철학 책인가 싶기도 하다. 쉬운 듯 하나 결코 쉽지 않고 머물러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 많다.

글쓰기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몸이 하는 거라고 말한다. 그것은 습관이 되어야 한다는 말일 것이다. 모든 분야에 적용되는 모험, 동경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꾸준함만이 임계점을 넘을 수 있다고 말한다. 작가 또한 20년 동안 1만 페이지가 넘는 글을 썼다고 한다. 그렇다고 그것이 대단한 결심에서 시작했다기보다는 작가가 되고 싶은 친구를 만난 것이 계기가 되어 마음이 잡혔다. 그 마음이 20년간 글을 쓰는 동기가 되었다. 진솔하게 써야 하지만 또 글을 쓰면서 울지 말고 조금은 떨어진 상태가 되어야 하고 글을 쓸 때 염두에 두어야 하는 타자가 있어야 하고 나는 항상 같은 인간이지만 나의 상황에 따라 나의 입장이 달라지지만 그 순간을 최대한 잘 그려 내는 일. 20년간 글쓰기를 하면서 생각하고 경험한 것을 담담히 말해주지만 먼가 열심히 받아 적어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다.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한다고 말하지만 또한 가벼이 여길 수 없는 것이 글쓰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왜냐 글쓰기의 재능을 떠나 나의 글쓰기는 내 인생을 녹여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슬픔, 고통, 행복, 좌절 그리고 각 분야의 역할에 맞게 세팅된 나의 여러 자아들을 드러내는 것이기에 서랍 속에 넣어두고 볼 일기가 아니라면 보고 또 보며 생각하고 다듬어야 할 것이 글쓰기라 생각한다. 또한 작가는 자신의 글쓰기에 대한 철학이 주변 상황이나 돈에 따라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겠다는 다짐처럼 들리기도 한다.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글쓰기란 '머리'로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몸'으로 하는 것에 가깝기 때문이다.
p6

문자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단순하게 생겼다. 그런데 흰 바탕에 검은 선이 그려내는 이 무미건조하고 볼 것 없는 문양이 세상의 모든 것을 담아낸다.
p119

 '글 쓰는 삶'에는 '내가 글을 쓴다'라는 의미도 있지만, '삶이 글을 쓴다'라느 의미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나는 삶이라는 거대한 무엇이 써나가는, 그리하여 그것을 그저 받아적을 뿐인 존재일는지도 모른다.
p221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