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100세 노인 - 죽음의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사람의 인생 수업
에디 제이쿠 지음, 홍현숙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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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동의 70년대를 이틀 산자로서 개인사로 인한 격변기는 있었으나 나라의 혼란기 또는 급변기에 나는 존재하지 않았거나 아무것도 모르는 갓난아이였다. 그런 나도 어느덧 중년의 나이다. 시골서 나고 자라 제도권이라는 아주 평범한 테두리 안에서 아주 평범하게(?) 학교를 졸업하고 직업을 구하고 결혼을 하고 어느덧 부모라는 자리에 서 있다. 내 인생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싱겁다'이다. 모범생과 날라리의 어중간한 방황 속에서 한량을 꿈꾸지만 또 이것저것 걸리는 게 많아 저지르지 못하는 쫄보. 그렇게 열정러들에게 질투 가득한 시선만 던지고는 무엇 하나 실행하지 못했던 게으른 천성. 그런 내게 100세 인생을 살면서 천국과 지옥을 오갔지만 행복하다고 말하는 할아버지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정확히 말하자면 어둑한 바탕에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는 주름 가득한 할아버지의 팔과 손에 나의 눈이 고정되었다. 표지를 보고 책을 골랐다는 말이다.

유대계 독일인으로 유복하고 사랑이 넘치는 어린 시절을 보낸 에디 제이쿠 할아버지. 그의 인생은 나치 정권 이후로 수용소에서의 삶을 전전하며 생지옥을 경험한다. 종전 후 호주로 이주하여 가정을 이루고 사업에 성공하여 풍요로운 삶을 사는 그가 노년에 홀로코스트 경험담을 세상에 꺼내놓는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는 에디 할아버지의 인생 풀 스토리 한번 들어보자.

 

당신의 인생을 아름답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당신 손에 달려 있습니다.
에디 제이쿠

 

오랜 문화의 중심지 라이프니츠에서 나고 자라며 독일인으로 자유와 행복을 만끽했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자랑스러운 나의 조국 그리고 그에 따른 자부심이 유대인이란 이유로 깡그리 사라진다. 나라는 물론 이웃까지도 나를 버리고 다른 나라에선 독일인이라는 이유로 핍박받는 신세로 전락한다면? 나치 정권이 들어서면서 시작된 유대인 탄압을 정면으로 맞으며 부모님을 잃고 여동생과 둘만이 홀로코스트의 잔인하고 사악한 현장에서 만신창이의 몸으로 살아남는다. 인간의 존엄성 따위 존재하지 않는 그곳에서의 생활과 그 끝에 부모님을 잃은 슬픔으로 절망한다. 하지만 결혼과 출생의 감동을 겪으며 증오 대신 행복을 다짐한다. 전쟁 후 벨기에에서 난민 신분으로 살다가 호주로 이주한다. 호주에서는 유대인이기에 감당해야 하는 불편한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고 따뜻한 사람들의 도움으로 사업도 번창한다. 그리고 노년에 한 번도 꺼내지 않았던 홀로코스트의 경험을 말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유대인에서 학생 그리고 호주 국민 더 나아가 테드 강연까지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그 슬프고도 아픈 역사를 인자한 표정으로 담담히 말하며 가족을 사랑하라고 말하는 에디 할아버지의 강연은 듣는 모든 이에게 슬픔과 함께 감동을 전한다.

 

그는 인간의 끝을 보기도 했지만 위기의 순간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따뜻한 사람을 만나 삶을 살아야 하는 용기를 다짐한다. 내가 먼저 남에게 베풀어야 한다는 아버지의 가르침으로 그는 결정적인 순간에 인간의 존엄을 지킨다. 책을 읽는 내내 슬펐다. 나라면 두려움 때문에 사악해지고도 남았으리라. 나라면 순간의 고통이 괴로워 자살했으리라. 나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삶에 대한 의지를 놓고 그저 죽음을 기다렸으리라. 나라면 그 트라우마를 이기지 못하고 평생 증오 가득한 인생을 살았으리라. 나라면 억울해서 정상적인 생활을 못 했으리라. 하지만 질투와 증오는 결국 나를 갉아먹는다. 나의 건강한 삶을 위해 다른 이의 삶에 대한 부러움과 증오의 시선을 거두고 어제 보다 좀 더 나은 나의 행복을 위해 의지를 다지자. 내 인생은 누가 살아 주지 않는다. 오로지 나만이 내 삶의 주인공이다. 우리가 어디서 주인공을 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이 한 번뿐인 주인공 역할에 최선을 다해 사랑을 나누고 행복을 나무고 기쁨을 나누고 슬픔도 나누자. 인간 이하의 삶에서 살아돌아와 100살까지 산 할아버지의 깊지만 무겁지마는 많은 한 마디 한 마디 가슴에 새긴다면 지금 이 세상은 정말로 살만한 세상이 될 것이다.

 

수완이 좋고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하는 것과, 목숨을 잃은 불쌍한 군인의 존엄을 훔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다. 그것은 전쟁도 빼앗지 못한, 그 군인의 마지막 남은 존엄이었다.
p74

영국인들만 배를 탈 수 있다는 말에 친구는 죽은 영국 군인의 군복을 벗겨 입었지만, 에디 할아버지는 죽은 영국군의 총알이 배를 관통한 것을 보고 차마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목숨이 위험한 순간에도 그는 죽은 자의 존엄을 지켜주었다.

 

아우슈비츠에는 과거도 미래도 없었다. 오직 생존만이 있을 뿐이었다.
p155

행복한 사람에게 인생은 더할 나위 없이 멋진 것이다. 나보다 잘 사는 이웃만 쳐다보며 질투심에 속을 썩인다면 행복은 저 멀리 달아나고 만다.
p214

나는 자유로운 나라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그 나라는 나의 감옥이 되었다. 나는 함께 고통을 겪은 이들과 그 감정을 나눠야 했다.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되고,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될 수 있으므로.
p238

 

텅 빈 들판일지라도, 내가 힘을 쏟아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면 머지않아 아름다운 정원이 될 수 있다. 인생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당신이 먼저 무언가를 주어라. 그러면 되돌아올 것이다. 그렇지만 아무것도 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돌아오지 않는다. 당신의 정원에 꽃 한 송이를 피워라. 그것은 기적의 시작이다. 당신이 피운 꽃 한 송이는 그냥 꽃 한 송이가 아니다. 그것은 바로 드넓은 정원의 시작이다.
p254-255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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