캑터스

캑터스
사라 헤이우드 지음, 김나연 옮김 / 시월이일 / 2021년 11월

결혼하고 출산을 하면서 아니 남편을 만나면서 많이 부드러워졌지만 나의 예전 별명은 까칠이었다. 합리적으로 나의 편을 들자면 나는 나를 건드리지 않으면 온화하다. 생각해 보면 인간관계에서의 감정에 대해 느끼는 센스가 조금 떨어진다. 그래서 내가 쫓아가지 못하는 그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지면 나는 도망친다. 관계가 소원해진다. 후회하는 이별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이별도 있지만 지금도 나의 감정을 소모하는 관계를 선호하지 않는다. 나의 너무 많은 것은 희생해야 한다. 그러한 희생을 감내할 만한 의지가 내게는 없다.

사라 헤이우드는 법학을 공부 한 후 변호사로 활동했다. 남편과 두 아들과 함게 리버풀에 살고 있다. 어쩌면 주인공 수잔이 작가 본인이 아닐까.

 선인장은 가시가 달린 식물이다. 엄연히 말하자면 극한의 환경에서 몸체의 수분을 보호하기 위해서 잎이 가늘다 못해 가시로 변한 것이다. 그저 내 몸을 보호하기 위해 그러한 모양새를 갖추 것인데 혹자는 그 뾰족함이 공격성이라 볼 수도 있겠다.

45세의 완벽한 골드 미스 수잔. 화려하고 합리적이라 생각하지만 결국 가까운 관계를 맺지 못하는 관계 불능자이며 선인장을 키우는 여자. 어느 날 원수 같은 동생에게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엄마가 돌아가셨다. 그 전화를 받고 평소와 같이 출근하는 수잔은 전혀 동요의 기색이 없다. 엄마의 장례식장에서 기절을 한 수잔은 임신 상태였다. 아이의 아버지는 그녀와 10년 넘게 쿨한 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리처드. 임신 사실을 알고 본인 스스로 모든 걸 감당하겠다는 마음으로 리처드와의 관계를 정리한다. 그리고 재산 상속이 불공평하다 느끼고 엄마가 심신 미약의 상태에서 강압에 의해 작성한 유언장이라며 다른 상속자인 동생 에드워드를 상대로 소송을 건다. 수잔, 엄마, 동생 에드워드, 에드워드의 친구 롭(선인장을 사랑하는 남자), 수잔의 이모 실비아, 그리고 수잔의 이웃사촌 케이트와의 관계에서 뾰족했던 수잔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다. 이십 대 초반에 약혼자가 사고로 죽은 이후 인간관계에 담을 쌓고 살아가던 그녀가 생각치도 못한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고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가족이 된다. 현실 육아는 지옥이라 해도 이제 곧 출산을 하고 아기와 마주하고 있는 그녀의 마음은 새로운 감동으로 충만하다. 그리고 그녀의 옆에는 아이의 친부는 아니지만 든든한 버팀목이 존재한다. 앞으로의 이야기는 그들만의 이야기로 남겨두고 우리가 읽은 여기까지에서 우리는 사람 사는 냄새를 맡으면 된다.

소설을 읽다 보면 그 뒷장의 이야기를 상상하게 된다. 항상 나의 상상과 이야기는 맞닿지 않는다. (그런 작가가 나온다면 나의 솔메이트)

소설에는 모든 인간의 모습이 나온다. 그래서 답답하기도 하고 짜증 나기도 하지만 재미있다. 나의 삶의 방식과 어딘지 비슷하면서도 다른 듯한 그들의 이야기에 오늘도 뭔가 모를 대리만족과 희열을 느낀다.

"당신이나 나나 똑같아요. 우리는 삶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그걸 쟁취하는 법도 알지요. 우린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신경 쓰지 않아요. 당신은 좋은 사람이에요. 수잔."
p19

유리온실 밖의 하늘이 어두워지고 인파가 빠져나가자, 마치 그곳에 롭과 나, 둘만 있는 기분이 들었다. 건조한 열대기후 구역에 가시가 박힌 커다란 골든 배럴 선인장 옆에 서 있자 문득 호기심이 일었다. 나는 그에게 이 모든 게 무엇 때문인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p314

그녀는 단지 아기를 낳기 이전의 삶으로 돌아간 게 아니었다. 이제 마음엔 아기만큼의 구멍이 뚫린 것이다.
p442

#캑터스 #사라헤이우드 #시월이일 #리뷰어스클럽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