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의 시간, 영원한 현재 - 김봉렬의 건축 인문학
김봉렬 지음 / 플레져미디어 / 2021년 9월
평점 :
절판


벼락 치기로 학창 시절을 버텨온 내게 있어 역사란 과목은 외울게 너무나도 많은 아주 성가신 과목이었다. 투자 시간 대비 가성비가 아주 많이 떨어지는... 그래서 그저 외울 뿐 그 안에 포함되어 있는 스토리를 알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모든 부분은 시간과 공간으로 채워질 것이다. 시간이란 역사이고 공간이란 지리다. 그 둘을 다 포함하고 오랜 세월을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이 건축이 아닐까 생각한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고 역사의 아픔을 안고 있으며 또한 위대한 웅장함도 가지고 있는 그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역사를 싫어하는 내게도 재미있게 다가와 놀랐다.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했다는 작가님은 현재 교수님이시다. 이 책은 서울신문에서 2년간 연재했던 <김봉렬과 함께하는 건축 시간 여행>을 보완한 것이라 한다.

시대적 사회적 한계 속에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려고 온갖 궁리와 시도의 과정을 통해 우리에게 남겨진 28개 건축물들이 이야기가 그려져있다.

⊙ 300t에 달하는 무거운 돌덩어리는 들어 올려 고정하면서 불가능하리라 생각했던 일을 실현해 감동을 주는 우리나라 최초의 건축물 고인돌.

⊙ 광활한 고구려의 웅장함을 뽐내기보다는 적절함의 미학을 제대로 보여주며 '동방의 금자탑'이라 불리는 장군총.

⊙ 동아시아 최대 절터였던 미륵사, 그리고  현존하는 가장 오래되고 큰 석탑이지만 최악의 문화재 복원이라는 오명을 쓴 재건 작업과 더불어 자료가 턱없이 부족하여 진실이 무엇인지 확실하지 않은 미륵사지 석탑.

⊙ 고려 건축물 중 가장 오래됐으며 비슷한 시기에 근접한 지역에 지어졌지만, 건물의 구조와 형태는 달라도 너무 다르며, 구조적 아름다움과 조형적 아름다움을 자랑하지만 실은 부속 건물로 추정되는 봉정사 극락전과 부석사 무량수전.

⊙ 고려의 몸통에 몽골의 머리를 얹고 있는 마곡사5층탑.

⊙ 임진왜란의 아픈 흔적 왜성

⊙ 여러 특산물의 산지로 산성 도시로 번성했던 병자호란 마지막 방패 남한산성

⊙ 무릉도원에서의 참혹한 전염병과 지저분한 세속을 피하려고 4대에 걸쳐 지은 매산고택을 품고 있는 격리된 낙원 매화골

⊙ 철저하게 일본적인 유럽풍 경성역

⊙ 중일 전쟁의 치욕스러운 폐허 알뜨르비행장

⊙ 동양 최대 쇼핑센터를 그렸지만 흉물이 되어 버린 세운 상가

역사의 기록은 승자의 기록이기에 기록자의 세계관으로 윤색되기 일쑤다. 그러나 건축의 흔적, 즉 유적들은 왜곡도 과장도 없이 정직하게 남는다고 한다. 세상의 모든 것이 사라져도 남아 있는 시간에 우린 건축적 행위로 만들어진 건축의 시간을 따라 걸어가 보자. 흔적만 남은 유적의 상상력에 의존한 번역 작업 또한 역사의 시간과 건축의 시간을 이해하기에 꼭 필요한 과정이 아닌가 한다. 당시의 정치 문화적인 사회사를 엿볼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또 다른 재미다. 여기에 있는 곳 중 가장 먼저 직접 보고 느껴보고 싶은 곳은 암만 그래도 최초의 건축물이라는 고인돌이다. 그 웅장함에 한번 깔려볼까?

건축은 기술과 예술의 양면성을 가진다. 그러나 더 근본적으로 건축은 인간 사유의 물리적 결과물이다. 공학 기술과 디자인 능력으로 기능적 건축은 가능하다. 그러나 삶의 기쁨과 슬픔을 공감해야 인간적 건축이 가능하며, 사회적 갈등과 모순을 이해해야 사회적 건축이 가능하다. 역사의 질곡과 진실을 알아야 역사적 건축에 도전할 수 있다. 그래서 건축은 기초적인 인문학에 속하며, 지식인 건축가는 포괄적인 인문학자로서 성찰하고 사유하면 깨닫고 실행해야 한다.

p308-309


#건축의시간영원한현재 #김봉렬 #플레져미디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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