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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게 뭐야, 내가 좋다는데 - 모로 가도 뭐든 하면 되지
이해범 지음 / 들녘 / 2021년 9월
평점 :

찐성공의 삶은 아니라지만 본인이 행복하고 주변에 있는 가족이 행복하면 그것이야말로 성공한 삶이 아닐까 한다. 서른 중반을 넘어서며 '아저씨'란 단어를 거부하고 있는 '오빠(?)'의 기쁨과 아픔, 실패와 도전에 대한 이야기를 정말 재미있게 풀어놓는다. 웹툰 볼 때 마냥 미소 머금고 킥킥대며 책을 읽었던 적이 있던가?
모든 운동을 좋아하지만 누군가 잘 하는 운동이 무어냐고 물으면 글쎄요라고 대답하며 안정적인 직장 생활에 답답함을 느껴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즐기고 때로는 쿨하게 포기도 하고 때로 찌질하게 매달리는 그의 이야기는 아마 우리의 삶과 같지 않을까? 나는 결혼도 하고 아이도 있지만 그의 삶을 응원한다. 왜냐 그는 진정으로 즐기며 살고 있으니까.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법이다."
괴테 <파우스트>

87년생 30 하고도 5라는 숫자를 가지고 사는 이립 5년차. 아저씨를 거부하며 열심히 팩하며 관리하는 남자. 돈보다는 열정을 좇고, 내일보다는 오늘이 더 중요한 사람. 그냥 이 한마디가 모든 걸 설명해 준다. 폼이 나는 한량을 꿈꾸지만, 아직은 별 볼 일 없는 그냥 동네 백수 형. 근데 그러기에 너무 멋진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거 아닌가?
뭐가 정답인지.... 어쩌면 정답 없는 삶에 답을 억지로 끼워 맞추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내 스스로 아빠의 죽음을 족쇄처럼 사용한 건지도 모르겠다. 객관식처럼 딱 떨어지는 단순한 답이 있다고 생각하면 그게 편하니까. 하지만 인생은 객관식도, 주관식도 아닌 서술형이다. 최소 수 십 년의 인생 스토리에 마침표를 찍었을 때가 되어서야, 잘 살았는지 못 살았는지 조금은 알 수 있지 않을까.
p132
우리는 인생의 순간 순간 나와는 다른 넘사벽의 그들로 인해 질투로 인해 나의 마음을 좀먹으며 산다. 그리고 자존감은 땅속 깊숙이 굴을 파고 들어갈 때가 많다. 하지만 여기에 맞춤법 하나에 좌절하지만 책을 쓰고, 집중력이 극히 모자라며, 주의가 다소 산만하고, 정리 정돈 능력이 매우 부족하여 담임한테 정신과 상담을 권유받은 청년이 SNS를 통해 공황장애로 아픈 누군가를 위로하고 꼴지한 철인 경기에서 혼자만의 만족을 느끼며 또 다른 운동 어린이에게 코치가 되어주는 삶을 볼 수 있다. 그 청년의 삶은 어찌 보면 불안정한 삶이라 볼 수도 있다. 허나 그 기준이 무엇인가? 직장이 있으면 안정적인가? 돈이 많으면 안정적인가? 결혼하면 안정적인가? 남들이 정한 기준 따위에 얽매이지 않고 그저 자신이 하고픈 대로 에베레스트를 오르고, 철인 3종 경기에 나가고, 권투를 하고, 초보 주제에 상급자용 장비를 장착해 볼링을 배우는 어찌 보면 허세쩌는 87년생. 근데 지금이 아니면 그 삶을 저리 당당하게 즐길 수 있을까? 우리는 삶을 이겨내야 하는 무게로만 느끼며 살고 있지는 않은가. 피식 피식 웃음을 주면서 또한 인생이란 무엇일까라는 조금은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근데 그까짓 거 그냥 해보는 거지. 어느 순간 인생이 끝날지도 모르니까. 그냥 해보는 거야. 나도 너도 우리 모두.
우리에게 남아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적을 수도 있다. 인생은 진짜 모르는 거니까. 그러니까 시간이 있을 때 해보자. 아니, 하자. 기회를 뒤로 미루지 말고, 오른쪽으로도 가보고 왼쪽으로도 가보면서, 때로는 길을 잃고 비틀거릴지언정 방황 속에서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찾아보면 좋겠다.
p233
#알게뭐야내가좋다는데 #이해범 #들녘 #리뷰어스클럽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