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담배 말들의 흐름 1
정은 지음 / 시간의흐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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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말들의 흐름 시리즈를 충실하게 읽고 있네... 딱히 커피에 애착이 있는 것도 아니고 비흡연자라서 원래 <커피와 담배>는 읽을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정은 작가의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핸드드립 대충 맛있게 내리는 법 영상을 보고, 따라 해봤는데 정말 커피가 놀랍도록 맛있어져서 작가에 대한 호감도와 신뢰도가 급상승했고 그래서 책까지 읽게 되었다. 책에는 커피 맛있게 내리는 법, 담배 맛있게 피우는 법 같은 건 안나온다. 그저 한 명의 커피와 담배 애호가의 일상과 사연을 담은 책이다. 읽으면서 어쩔 수 없이 같은 시리즈의 다른 책들이랑 비교하게 되는데, 이전에 읽은 다른 책들보다 좀 무난했다. 내가 좋아하는 어떤 것에 대해 쓴다면 보통 이런 식으로 쓸 것 같았다. 좋아하는 것에 대한 예찬, 좋아하는 것과 관련된 에피소드, 좋아하는 것에 대한 예찬 한 번 더 반복하고, 또 그것과 관련된 에피소드, 그것에 애착이 생기게 된 계기 등등.. 동시에 커피와 담배는 조금 불리한 소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깐 영화나 시나 산책은 어떤 매체적인 특성이 있다. 그것 자체로 존재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영화와 시와 산책은 어떤 것을 담아내는 역할을 한다. 그에 비하면 커피와 담배는 그 자체로 존재하는 느낌이 강하다. 그러다보니 그것이 담고 있는 재밌고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헤치기 보다는 그것의 아우라나 분위기를 써야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러다보니 어쩔 수 없이 담배 피우는 모습을 보고 반한 순간이나 커피를 예찬하는 시를 작가는 쓰게 된 것이 아닐까. 어쩌면 커피와 담배를 잘 모르는 내가 커피와 담배와 이 책을 모욕하는 말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영화와 시와 산책도 잘 모르는 독자이기에 그렇게 봐주지는 말길... 아무튼 그래도 나는 재밌게 읽었다. 커피와 담배에 대한 애착이 크지 않는 독자로서 이 책에서 가장 매혹적인 부분은 작가 정은이었다. 그가 지나온 연애, 순례, 절, 알바, 카페 운영 등등에 대한 이야기가 재밌고 신기했다. 맨날 비슷한 일만 하는 나로서는 그의 넓은 경험의 폭이 부럽기도 했다. 물론 유쾌한 경험만 있었던 건 아니지만... 그런 일들은 읽을 때마다 씁쓸했다. 아, 그리고 원래는 이 책을 읽고 영감을 받아서 '커피와 담배'를 다룬 단편 시나리오를 쓰려고 했는데(궁금하신 분은 내 마지막 이전의 마지막 영화 일기를 보라... 그 글에 시나리오가 실려 있는 건 아니지만...) 아쉽게도 시나리오를 위한 영감은 받지 못했다. 그래도 마지막에 실린 소설같기도 하고, 매일 마주하는 커피와 담배 같기도 하고, 꿈 같기도 한 '커피와 담배'를 제목으로 달고 있는 이야기는 영화로 보고 싶을 만큼 좋았다. 돌고 도는 꿈, 커피, 빈잔, 냅킨, 사진, 예언, 운, 스타벅스, 담배, 손님,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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