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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지적인 산책 - 나를 둘러싼 것들에 대한 끝없는 놀라움에 관하여
알렉산드라 호로비츠 지음, 박다솜 옮김 / 라이온북스 / 2024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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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지적인산책 #알렉산드라호로비츠 #라이온북스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하나 해드리겠소. 길을 가다가 땅에 떨어진 보석을 보고 허리를 굽혀 줍는 건 그 보석을 보았기 때문이오 .그러나, 보석을 보지 못했다면 무심코 지나쳐 돌아보지도 않을 것이오."
-셰익스피어의 [자에는 자로] 중에서
13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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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걷기에 대한 글을 쓰면 어떨까 고민했다. 동생이 입원하기 전 함께 산책하면서, 그냥 같이 걸으며 하는 시덥잖은 이야기들을 기록해도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이런저런 바쁜 일들로 지금까지도 미뤄둔 숙제인데,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산책이든 이동이든 어떤 목적이건 간에 걷기에 대한 애정과 관심, 그리고 그것을 기록하고 싶다는 마음이 되살아났다.
올해 읽은 책 중에 인덱스 플래그를 제일 많이 붙인 것 같다. 살면서 떼어놓기 힘든 부분을 두고, 다각도로 따뜻하고 명료하게 이야기하는 방식이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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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과학 박사이자 동물 행동 전문가인 저자는 혼자 산책을 하다가 길 위에서 반복되는 시간을 더 '잘' 보내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열 한 번의 산책과 그에 대한 글을 쓰기로 결심한다.
사랑하는 아들, 지질학자, 타이포그라퍼, 일러스트레이터, 곤충 박사, 야생동물 연구가, 도시사회학자, 의사와 물리치료사, 시각장애인, 음향 엔지니어, 반려견과 함께 한 산책과 그들에게서 발견한 길 위의 것들을 차분하지만 생생하게 풀어낸 책이다.
글을 쓰기로 결심한 산책, 열한 번의 산책을 마무리한 후 혼자 한 산책을 포함해 총 열세 번의 산책을 하는 동안 저자는 길 위의 질감, 글자, 모양, 곤충과 동물, 사회적 의미, 사람들의 걸음걸이, 암흑, 소리, 그리고 사랑을 진정으로 보는 방법을 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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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하다가 툭하면 삼천포로 빠지기를 여러 번 반복하자, 나는 우리 개가 대체 무엇을 보고 어떤 냄새를 맡았기에 저 먼 곳으로 나를 이끄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어디로, 어떤 방식으로 움직일 것인지를 두고 사소한 의견 충돌을 거듭한 지난 경험들에 비춰 보건대, 나와 개는 같은 동네에서 전혀 다른 경험을 한 게 분명하다. 평소 나는 몽유병자처럼 눈앞에 나타나는 것들에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멍하니 거리를 활보했다. 내가 눈길을 던지고 주의를 기울이는 대상은 오로지 내가 이미 볼 거라고 예상하고 있던 것들뿐이다. 그런 내게 개가 깨달음을 주었다. 내가 한 가지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필연적으로 그 밖에 모든 것을 무시한다는 사실을 알려준 것이다.
10~11p
어디선가 쓰레기 냄새가 났다. 쓰레기 트럭이 수집한 쓰레기를 으깨서 분쇄하는 소리가 공중에 떠돌았다. 길바닥에는 소스를 묻힌 스파게티 한 덩이가 햇살 모양으로 엎질러져 비둘기 한 떼의 이목을 끌고 있었다. 쓰레기 트럭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러나 보도에서 차도까지 점점이 떨어진 쓰레기들은 하나의 길을 형성하며 그 동네 주민들의 식사, 씻는 습관, 원치 않은 기억들을 모두 내보이고 있었다.
16p
아이는 종종걸음으로 흉벽을 올랐고 내려올 때는 대담하게 보폭을 넓혔다.
"삼각형이 어때, 다정하니? 노란색이야?" 내가 물었다.
"초록색, 행복해." 아이가 근엄하게 대답했다.
나는 조금도 행복해 보이지 않고 초록색도 아닌 삼각형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무슨 자격으로 아이 머릿속의 시냅스를 끊어놓는단 말인가?
42p
@alice__bookworm 에서 진행한 #서평단 모집에 선정되어
@lionbooks_kr 에서 제공해주신 책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