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이강의 다리 위에 조선인이 있었네 - 역사에 연루된 나와 당신의 이야기
조형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콰이강다리위에조선인이있었네
#조형근 #한겨레출판

💡
'포로감시원'이라는 존재에 대해서는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는 단 한 번도 생각도 상상도 존재를 인지해 본 적도 없다.
돈을 벌기 위해, 혹은 죽지 않기 위해 끌려와
상관 없는 나라 사람들을 감시하고 벌주고 폭력을 집행해야 하는,
그러지 않으면 너무나도 쉽게 폭력의 피해자가 되는 사람들의 심정이 어떨지
도저히 상상도 가지 않는다.
전쟁이 끝난 후 가해자로 처벌-심지어 사형-을 받아야 하고
스스로 변론할 기회조차 없는 사람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임을 부인하지는 않는 사람들의 사람됨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많이 들어본 사람들의 이름과, 난생 처음 들어보는 사람들의 이름 사이에서
경중을 따질 수 없다.
모두에게 무거운 시간이다.

🔖
한나 아렌트는 '사유'가 '과거와 미래 사이에 나를 끼워 넣는 일'이라고 말한다. 쉽게 말해 '연루됨의 존재가 됨을 의미한다. 그가 말하는 사유의 의미는, 우리가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 있다. 이 책에 담긴 열여덟 개의 이야기들이, 우리가 과거와 미래 사이로 틈입해 들어갈 수 있는 길, 새로운 사유의 길을 열어주리라 확신한다.
6p

포로감시원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잘 감시하는지 늘 감시받았다. 잘 때리라고 늘 맞았다. 피에르 불은 <콰이강의 다리>에서 이렇게 적는다. "(니컬슨) 대령은 다시 구타를 당했고, 고릴라 같은 조선인은 처음 며칠 동안의 가혹한 체제를 재개하라는 엄명을 받았다. 사이토는 감시원까지 때렸다. 그는 ... 죄수뿐만 아니라 간수에게도 권총을 사용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들은 가해자이자 피해자였다. 중첩된 운명의 희생자였다. 조선인 B, C급 전범의 비극을 연구한 일본의 사회학자 우쓰미 아이코는 포로감시원들의 개인적 학대가 없지 않았지만, 식량과 의약품이 부족해 포로를 학대할 수밖에 없던 상황 자체를 문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60~61p

조선인 포로감시원은 일제의 전쟁 수행에 협력한 가해자였다. 이런 사례들을 근거로 한국도 일본과 같은 전범국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현실적 함의는 일본에 동조한 같은 전범국이니 일본에 대해 전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전쟁 책임을 부인하는 논리에 동조하는 논리 중 하나일 뿐이다. 다른 한편에는 그들은 강제로 끌려간 것이니 그저 순전한 피해자일 뿐이라는 생각이 있다. 구조적 악이 있다면 그에 동조한 개인의 윤리적 책임은 간단히 면제될 수 있을까? 이학래가 수기에서 고백하듯 결코 그렇지 않다. 일본과 동일시하지 않으면서 우리가 져야 할 몫의 역사적 책임을 인식해야 한다. 그래야만 윤리적 주체가 될 수 있다.
62~63p

※ 이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은 #서평단 활동의 일원으로,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하니포터 #하니포터9기 @hanibook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