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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너무 낯선 나 - 정신건강의학이 포착하지 못한 복잡한 인간성에 대하여
레이첼 아비브 지음, 김유경 옮김 / 타인의사유 / 2024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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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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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살이라는 너무 어린 나이에 거식증에 걸렸다가, 가까스로 피했다는 생각으로 인해 정신질환의 초기 상태에 관심을 갖게 된 저자는
우울증 환자인 레이,
조현병 환자 바푸,
산후우울증을 겪은 나오미,
조울증과 경계선 인격 장애의 로라,
그리고 저자가 거식증을 앓을 때에 병원에서 만나 의지했던 하바
다섯 명의 정신질환자를 만나 나눈 이야기를 엮어냈다.
글은 단순히 이들의 "질환"으로서 조명하지 않는다.
그저 사람을 사람으로서 집중하고, 질환은 개인에 속해 있는 일부로 다루어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질환을 추적하고, 완전히 벗어나려, 떨쳐지지 않는다면 더불어 살아가려
치열하고 용감하게 싸워가는 사람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저 병명만으로 불리우며 병명만으로 정의되었을지를 반추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전 회사를 다니며 나 역시 평생 동안 느낄 수 없었던 불안증, 우울증 증세를 겪었다.
가만히 있어도 숨을 제대로 쉬기가 어려웠고
평소보다 인지 능력이 떨어져 있는 게 스스로도 느껴졌고
무슨 일이 없더라도 눈물이 줄줄 흘렀다.
그때 처음으로 정신과에 가 약을 처방 받았다.
약을 먹으면 확실히 날서 있던 신경이 어느 정도 가라앉아 아무 일에나 날뛰지 않을 수 있었다.
다행히 퇴사를 한 후 약을 먹을 필요는 없어져 자연스럽게 발길을 끊게 되었지만
언제 어떤 계기를 통해 재발할지 모를 일이다.
질환은 누구나, 언제나, 가질 수 있다.
정신 질환을 쉬쉬하는 문화가 팽배하는 시대는 스러졌지만
아직도 인식 개선이 시급한 것은 여전하다.
질환이 질환으로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사회,
개인이 개인으로 온전히 바로설 수 있는 사회가 굳건해지기를 바란다.
🔖
힐데 브루흐의 [황금 새장 속에 갇힌 소녀]를 찾아 읽었다. '거식증 부인'이라고 알려진 정신분석학자 브루흐는 거식증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1960년대에 거식증에 관한 책을 저술했다. 그녀는 거식증을 "정체성과 개성을 찾기 위한 맹목적인 탐색"이라고 묘사하면서, 이 질병에는 새로움이 필수적이라고 가정했다. 그리고 비판적인 소녀들이 모두 거식증에 걸리게 되면 거식증 자체가 더 이상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발병률도 줄어들리라는 기발한 예상을 했다. "거식증은 구원을 향한 자신만의 길을 발견했다고 생각하는 고립된 소녀의 자아 성취"라고 그녀는 썼다. "그들 각각은 어떻게 보면 독립으로 가는 잘못된 길을 고안해 낸 독창적 발명가라고 할 수 있다."
22p
'정신의 오지'와 우리가 '정상'이라고 부르는 환경 사이의 구분은 상호 침투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불안하기도 하지만 긍정적이기도 하다. 우리가 완전히 다른 삶을 살 가능성을 얼마나 아슬아슬하게 피했는지 혹은 놓쳤는지를 생각하면 다시 한번 모골이 송연할 따름이다.
48~49p
※ 이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은 #서평단 활동의 일원으로,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hbls_edi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