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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움가트너
폴 오스터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4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열린책들 @openbooks21출판사에서 도서협찬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바움가트너』는 폴 오스터의 유작으로, 4월 30일, 그의 타계 1주기에 맞춰 발행된 소설이라 더욱 뜻깊다.
사랑하는 아내 애나를 잃은 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환지통처럼 상실을 안고 살아가는 노교수 바움가트너. 그의 일상과 회상을 밀도 있게 그리며 상실 이후의 삶을 작가 특유의 언어로 풀어냈다.
그는 이제 인간 그루터기, 자신을 온전하게 만들어 주었던 반쪽을 잃어버리고 반 쪽만 남은 사람인데, 그래, 사라진 팔다리는 아직 그대로이고, 아직 아프다.
37p
'정원사'라는 뜻을 가진 그의 성처럼, 바움가트너는 기억의 정원에 얽혀 있는 삶의 단편들을 하나씩 찾아낸다. 1968년 뉴욕에서 가난한 문인 지망생으로 아내를 처음 만난 이후 함께한 40년간의 세월, 그리고 뉴어크에서의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에 대한 회상까지 나뭇가지처럼 기억의 파편들이 연결되어 커다란 서사를 이룬다.
바움가트너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말을 하고 싶지만, 수백 가지를 말하고 수백 가지를 묻고 싶지만 입을 열어 말할 힘이 사라진 듯하다. 상관없다, 그는 혼잣말을 한다, 굳이 왜 말을 할까? 이 전화는 당장이라도 톡 끊어질 수 있고, 그가 원하는 것은 오로지 그녀의 목소리에 계속 귀를 기울이는 것뿐인데, 시간이 다 되어 애나가 다시 어둠으로 사라질 때까지.
76p
작품은 상실과 애도의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독자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특히, 바움가트너의 일상 속에서 드러나는 감정의 흐름과 기억의 조각들은 삶과 죽음, 사랑과 상실에 대한 깊은 사유를 불러일으킨다.
또한, 소설은 폴 오스터 특유의 문체와 서사 구조를 통해 독자를 몰입하게 하며, 그의 초기 작품들을 연상시키는 동시에 작가의 원숙한 사유를 보여준다. 바움가트너의 내면 여행은 독자에게도 자기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며,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지금 이 집, 그가 베브 코언의 나이보다 긴 세월을 살아온 집에서 그들이 함께 보낼 며칠 또는 몇 주 또는 몇 달보다 지금 그에게 의미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직전 바움가트너는 물러서서 그녀가 원하는 대로 하라고 말하고 그녀의 여행에 행운을 빌어 준다.
23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