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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않아 이별입니다
나가쓰키 아마네 지음, 이선희 옮김 / 해냄 / 2020년 7월
평점 :
"머지 않아 이별입니다" 제19회 소학관문고 소설상을 수상한 일본 장편소설입니다.
제목과 책 표지만 보면 젊은 연인들의 사랑이야기 일것 같아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책장을 넘겨봤어요.
이 소설의 주인공 이름은 시미즈 미소라. 장례식장인 반도회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입니다. 취직을 위해 6개월간 아르바이트를 쉬고, 부동산 회사에 지원을 하고 면접을 계속 보았는데도 계속 떨어져서 이제 지원할 곳도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청년고용률이 OECD 국가등 중 최악의 수준이라고 하고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청년들이 취업하기가 힘든 시기인데, 이 책의 주인공도 취업을 못하고 있는걸 보니 일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청년들의 취업난이 점점 심해지고 있나봅니다.
시미즈 미소라는 대학 4학년에 취업준비를 하며 지원서를 넣고 합격 전화를 기다리다 6개월간 아르바이트를 했던 반도회관의 정직원인 아카시아요코 선배로 부터 갑자기 일손이 필요하다는 전화를 받고 정례식장이 일손이 부족하면 얼마 힘든지 알기 때문에 거절을 못하고 6개월간 취업준비를 하며 힘들었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라도 다시 일을 할 수 있다는 기쁨으로 반도회관으로 다시 아르바이트를 나가게 됩니다.
"이별하는 곳"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찾아오는 도쿄 스카이트리. 그 바로 옆에 장례식장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스카이트리의 전망 데크에서 태평양 방면을 향한 쉬, 치바 쪽으로 몸을 약간 돌려 그대로 밑을 내려다 보면 제법 큰 4층짜리 건물이 레고 블록의 한 조각처럼 오도카니 놓여 있다. 바로 내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반도회관이다.
요코 선배가 시나 씨와 얼굴을 마주 보고 나서 말했다.
"우루시바라 씨는 우리 회사 사람이 아니야. 3년 전쯤 반도회관에서 독립했거든."
나는 지금까지 그가 반도회관 장례부 직원인 줄 알았다. 3년 전이라면 내가 막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을 무렵니다. 그런데 독립했다면 일주일 며칠밖에 오지 않은 내가 보지 못한 것도 이상할 게 없다.
"장례부 직원이 독립하는 건 그렇게 드문 일이 아냐. 그런데 우루시바라 선배가 담당하는 장례식은 거의 반도 사장님이 넘겨준 거라서, 반도회관의 지점이라고 해야 할까? 외부 현장도 많지만 여기에도 자주 얼굴을 내밀고 있지."
평소에 계속 사무실에 있어서 자세히 아는지, 요코 선배가 재빨리 덧붙였다.
"여기에 있을 때부터 사장님 부탁으로 특별한 일을 많이 했거든. 사장님이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그래. 그런 장례식은 역시 선배밖에 할 수 없어. 난 하라고 해도 못 하거든. 내가 가장 존경하는 선배지."
"그건 그래. 이을 완벽하게 마무리하니까."
시나 씨와 요코 선배는 서로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주로 어떤 일을 하는데요?"
나는 무심코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너랑 같은 부류라고나 할까?"
나에게 영감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요코 선배가 어깨를 들썩였다.
"그럼. 우루시바라 씨도......."
우루시바라 씨가 시킨 대로 서둘러 귀가해 저녁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욕조로 들어갔다. 코끝까지 물에 잠겨있다 서서히 흥분이 올라오는 게 느껴졌다. 사장님에게 칭찬을 받았다는 기쁨이 외부현장에서 일해야 한다는 불안보다 더 컸다.
천천히 목욕을 마치고 곧바로 잠들려 했지만 흥분으로 인해 눈이 말똥말똥하더니, 결국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몽롱한 상태에서 자명종 소리를 듣고 일어났다.
멍한 머릿속에는 어젯밤의 흥분과 반대로, 우리시바라씨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가득했다. 새벽에는 언니 꿈을 꾼 것 같기도 하다.
"누구든 사랑하는 사람 곁을 떠나고 싶진 않을 거예요."
"그건 그렇지만......."
"어제 겨우 깨달았어요. 저희 가족은 아무도 언니를 잊지 않았어요. 언니를 직접 만난 적이 없는 저만이 모르는척했을 뿐이죠. 그런데 히나를 보고 언니도 그런 식으로 가족 안에 있었다는걸 깨달았어요. 언니는 제가 태어나길 몹시 기다렸고, 그래서 지금 제 곁에 있다는 것도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초에 불을 켜고 향로에 향을 꽂았다. 그리고 차분하게 두손을 모으고 히나에게 말을 걸었다.
"히나, 아주 잠깐 헤어지는 거야. 무서워할 건 아무것도 없어."
"할머니 나이쯤 되면 항상 그런 마음으로 살아야 해. 이번에는 내가 하늘에서 너를 지켜보마. 이다음에, 오랜세월이 지난 후에 네가 올때까지. 그렇게 생각하면 아주 잠깐 헤어지는 게 아닐까 싶구나."
"그렇게 생각하면 외롭지 않을 것 같아요."
"그래. 우리는 항상 같이 있어, 마음 속에서는 말이야."
소설 "머지않아 이별입니다"는 시미즈 미소라는 취준생이 반도회관이라는 장례식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겪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요. 일본소설이라 일본의 장례식장이 배경입니다. 지금까지 장례식장에 조문을 하러 잠깐 들려보기는 했어도 아직 직접적으로 장례식을 치뤄본적이 없기 때문에 장례문화가 상당히 생소하고, 장례식장을 배경으로한 소설은 처음접해봐서 첫장부터 흥미롭게 다가 왔어요.
우리나라의 장례문화와 일본의 장례문화가 약간의 차이점은 있지만 비슷한 점도 많은 것 같아요.
처음엔 장례식장에서 상차림 아르바이트로 시작해서 어느순간 주인공이 영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두려움도 느끼지만 고인들의 넋을 위로하며 고인과 유가족이 아름다운 이별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일에 보람을 느낀 주인공은 대학까지 졸업해놓고 취업을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던 장례식장에서 장례디렉터를 선택합니다.
아르바이트의 연장선같은 상차림일을 하는 걸 반대하는 엄마의 반대를 극복하고 쉽게 선택하기 힘든일인 장례디렉터를 선택한 주인공이 멋지게 느껴지고, 장례식장에서 소중한 사람들을 읽은 유가족들의 아픔들을 보면서 그 아픔을 치료하고 아름다운 이별울 도와주려는 장례디렉터들을 보면서 이 소설을 통해 우리에게도 머지 않아 다가올 이별들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고민해봅니다.
지은이 나가쓰키 아마네
1977년 일본 니가타에서 내어났다. 다이쇼대학 문학부 일본문학과를 졸업했다. 2018년 「머지않아 이별입니다」로 제19회 소학관문고 소설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이후 「머지않아 이별입니다」 두번째 이야기 「머지않아 이별입니다 : 각자의 등불」을 출간했다. 나가쓰키 아마네라는 이름은 남편의 기일이자 음력 9월을 뜻하는 나가쓰키와 하늘의 소리를 뜻하는 아마네를 합쳐 만든 필명으로 슬픔을 딛고 앞으로 향하고자 하는 저자의 마음이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