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가족 - 가족의 눈으로 본 한국전쟁
권헌익 지음, 정소영 옮김 / 창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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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자신의 사회를 겨냥해 자행한 폭력이 처음 촉발된 것은 1950년 6월 25일 전쟁이 발발한 후로서, 전쟁이 본격적인 국제분쟁으로 전환되기 이전에 남한 영역 전체에서 시행된 비상사태의 일환으로 시작되었다. 대량 체포와 학살은 진격해 오는 공산군에게 점령당할 위협에 처한 지역에서 처음 일어났다. 남한 전투경찰과 헌병대가 외딴 계곡이나 버려진 탄광에서 학살을 자행했다. 희생자는 대부분 전쟁 전부터 공산주의나 사회주의에 동조하는 인물로 여겨진 사람들이었고, 전쟁 전 남한에서 정치적 소요가 벌어졌을 때 체포된 수감자들도 포함되었다. 이들을 전부 몰살시킨다는 결정은 그들이 적에게 원조를 제공하는 일을 막는 일종의 예방적 조치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또한 전선에서 이루어지는 남한에 대한 전면적 공격과 적의 영역 내부로부터의 혁명 봉기를 결합한다는 북한의 혁명전쟁 전략에 대한 반응이기도 하다. 정확한 숫자는 지금까지도 확인되지 않았지만 한국전쟁 발발 당시 일어난 이러한 국가폭력의 소용돌이 속에서 희생된 목숨이 20만 명에 이른다고 본다. 그렇게 마구잡이로 이루어진 민간인 학살은 이후 전세가 역전되어 북한군이 밀려나면서, (적군에 협조했다고 알려진 자들에 대한) 응징적 폭력으로 그 성격을 바꾸어 전쟁 내내 거듭되었다. 여기에 공산군이 일시적으로 점령했던 지역에서 퇴각하면서 남한 체제의 동조자라고 보는 사람들에 대해 저지른 잔학행위가 이어졌다. 한쪽의 공격에 대한 상대편의 보복이 거듭되면서 폭력은 그 정도와 규모가 훨씬 더 심해졌고, 이렇게 민간인에게 자행된 폭력의 악순환으로 수많은 지역공동체가 완전히 초토화되었다.



소설가 박경리는 주인공 지영의 말을 빌려 1950년 9월 어느 마을의 상황에 대해 이렇게 증언한다.


비 오는 날에는 빗물만 괴고 맑은 날엔 햇빛만 비치고 사람의 그림자 하나 없던 빈터, 국민학교 교정에 유엔군은 천막을 쳤다. 황폐한 벌판은 별안간 수풀이 되었다. 온갖 것들이 다 돋아나서 모양과 소리는 뚜렷해진 것 같다. 재빨리 벌어진 시장에는 레이션 박스의 물건들이 쏟아져 나왔다.

아이들은 검둥이 뒤를 쫓아가며

"헬로우"

하고 손을 벌린다. 한편 마을에서는

"빨갱이는 모조리 죽여라! 새끼도 에미도 다 죽여라! 씨를 말려야 한다!

구십일 동안 두더지처럼 햇빛을 무서워한 사람들은 외치며 몰려나왔다.

"반동은 다 죽여라! 최후 발악하는 인민의 원수, 미 제국 주의 주구는 한 놈도 남기지 말고 무자비하게 무찔러라!"

- 산과 강물까지 말문을 닫게 했던 그 소리는 다시

"빨갱이는 죽여라! 씨를 말려가!"

메아리는 그렇게 돌아오고 피는 피를 부른다.

- 박경리 -


박완서의 증언에서는 이렇게 나온다. "몇 달을 두고 전선이 일진일퇴를 거듭하는 대로 세상도 손바닥 뒤집듯이 바뀌었으니 부역했다 고발하고 반동했다 고발해서 생사람 목숨을 빼앗는 일을 마을 사람들은 미친 듯이 되풀이했기 때문이다.



감골의 한 어르신은 이렇게 말한다

그때 우리는 무엇이 옳은지 몰랐어. 우익이 옳은지 좌익이 옳은지. 공산주의가 나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6.25가 나고서야.(...) 그이들은 좌익이건 우익이건 모두 잘못했어. 그이들은 자기들이 옳다고 했지만, 한 짓을 뒤돌아보면 둘 다 똑같아.



6. 25 전쟁은 많은 사람들에 목숨을 빼앗아 감과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적이 될 수밖에 없었고 많은 상처를 남기고 끝난 것 같아요.

위의 글에서 마을 사람들의 증언을 보면 많은 평범한 사람들은 정치적인 이념이 없이 단지 살아남기 위해서 국군이 마을을 점령하면 국군에게, 유엔군이 오면 유엔군에게 북한군이 오면 북한군에게 같은 민족이고 가족이고 마을 사람들이므로 식사제공을 하고 재워주고 숨겨주고 대화를 했을 뿐인데 ,

정치인들의 정치적 이념으로 인해 대량학살이 이루어져 한마을이 몰살당하고 혼란스러운 전쟁시기 부역했다, 반동했다 등으로 서로 보복성 고발을하며 생사람들의 목숨을 빼앗는 일 들이 발생하고,

이런 일들은 6.25전쟁을 겪은 모든 사람들에게 기억하기 싫은 상처와 폭력으로 남아있고, 공동체 차원의 사적 폭력과 비인격적인 폭력과는 조금 다르게 사적 폭력의 세부사항이 공동체에서 특히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용의자 개인만이 아니라 그의 가족들, 때로는 그가 속한 마을 공동체 전체를 대상로 무차별적으로 이루어져기 때문에 전시상태의 위태로운 삶 속에서 가족이 생존하기 위해서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다시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는 상황의 반복은 모든이들에게 크나큰 고통으로 남아 있을 것 같아요.

'전쟁과 가족' 이 책에서는 6.25전쟁, 연좌제, 도덕과 이념에 대해서도 가족의 눈에서 현실적인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 하고 있어요.


'전쟁과 가족'은 6.25전쟁을 겪지 않은 한국전쟁 전후를 우리가 모르던 내용까지 가족의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세세히 기록하고 있어, 우리세대가 꼭 읽어봐야할 한국전쟁 필독서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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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답을 찾는 수학 공부법 -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는 입시 로드맵
정진우 지음 / 한국경제신문i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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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단순히 대학입시를 위한 수단이 아니다. 인간이 사회에서 삶을 영위하는 데 꼭 필요한 개념이다. 대입을 준비하는 고등학생들은 반드시 명심해야 할 사실이다. 또한, 대학은 노동자를 키우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 아니다. 대학은 공학자, 개발자,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다. 그래서 수학, 과학과 같은 교과목을 잘 이수했는지를 판단해 학생을 선발한다. 그리고 이러한 학문적 지식을 토대로 각 학과의 전공 지식을 더해 인재를 양성한다.

수학을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수학을 왜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을 제일 멎저 해결해주어야 한다. 수학은 이러이러한 분야에 활용되고, 수학을 배워서 어디에 써먹을 수 있다고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수학 공부를 무겁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더 이상 수학 때문에 꿈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가슴 속에 하고 싶고, 되고 싶은 것이 있는데 성적이 뒷받침되지 않아 시작도 못 하고 포기한다면, 이보다 더 안타까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4장에서는 누구나 수학1등급을 달성할 수 있는 아주 보편적인 공부법을 소개해놓았다.

지금 당장 결심하자. 수학때문에 꿈 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답을 찾는 수학 공부법'에서는 수학을 어려워하는 진짜 이유와 잘못된 공부법을 알려주고 수학을 왜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기준을 제시하고 있어요.

저자는 서울의 강남, 서초에서 10년 가량 수학을 가르친 경험과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대안을 제시합니다. 고3때 저자가 했던 잘못된 수학공부법으로 수학 3등급을 맞아 대입에 실패하고, 재수생 생활을 하면서 제대로된 수학공부법을 정립하면서 1등급을 맞은 경험과 대학교 시절부터 과외를 하며 다양한 유형의 아이들을 가르쳐본 경험을 바탕으로 수학공부법을 가르쳐줍니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중3까지 미적분을 끝내고 고등학교에 올라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저자는 선행학습은 학교 진도까지의 내용을 완벽히 이해 한 후 한 학기 불량 정도만 하는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합니다.

수학이 공식암기를 해서 문제 풀어야 한다고 많은 학생들이 착각하고 공식을 암기하다 보니 조금이라도 변형이 생기면 풀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정답을 많이 맞히는 '쉬운 문제 풀이'와 '학원이나 인강수업 듣기'를 내가 공부했다고 착각을 합니다. 공부를 한다는 것은 자기 스스로 배운것을 복습하고 남에게 설명해줄 정도의 실력이 되어야 확실한 공부를 했다고 말 할 수 있데요.

저자는 수학기본서+내신 유형문제집 + 수능기출문제집, 문제집 선택방법도 자세히 알려줍니다.

요즘 어디서나 일타강사의 강의를 들을 수 있어서 많이 듣고 있는 인터넷 강의도 잘못하면 비효율적인 공부가 될 수 있고, 인터넷 강의 설명을 쉽게 해줘 듣기만해도 이해가 되는듯한 착각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해요.

수학은 학원에 다니기만한다고 성적이 오르지 않고, 혼자 문제 풀이를 하고 깨우칠때 실력이 향상된다고 합니다.

'스스로 답을 찾는 수학 공부법'은 수학공부에 답을 찾고 있는 중고등학생들과 학부모님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스스로답을찾는수학공부법 #정진우 #한국경제신문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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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부터는 물건은 뺄셈 마음은 덧셈 - 이것만 알아도 50 이후의 삶은 풍요로워진다 50의 서재 2
이노우에 가즈코 지음, 김진연 옮김 / 센시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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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나이 30에서 40으로 넘어갈때 3과 4의 숫자 차이가 얼마나 크게 느껴졌는지

40이 되자마자 30대에 아기들을 키우느라 미쳐 해보지 못했던 다양한 일탈을 해보려고 머리염색을 알록달록 다양한 색으로 해본다던가 있는 멋과 없는 멋을 다 부려본다던가 다이어트를 한다던가 40대의 시작과 함께 40대가 되기 싫어서 다양한 발악을 했던것 같아요.

이제 어느정도 철이 들어 40대를 받아들이고 즐기고 있는 지금.

아직 50이 되려면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만,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50을 이번에는 당황하지 않고 여유롭게 미리미리 대비하려고 이 책을 읽어봤어요.


"50부터는 버릴 것과 살릴 것만 구분하면

삶이 풍요로워진다"


50 이전의 삶은 내가 선택하지 않은 삶이다. '부모, 배우자, 자녀 때문에 어쩔 수 없이...'라는 변명이 붙었다. 하지만 50이후의 삶은 내가 선택할 수 있다. 오롯이 나에게 집중해 진짜 행복하게 사는 삶. 그러려면 우선 복잡하고 번잡한걸 털어내는 것부터 시작하자. 일상이 심플해져야 한다. 쓸데없이 나의 수고와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것은 버린다. 뺄쌤의 심플 라이프를 시작할 때다.




"쌓아두고 버리지 못하는 물건은 쓰레기일뿐이다"

그런데 이렇게 쌓아둔 물건은 나의 관심과 노력을 잡아 먹는다. 어딘가에 쌓여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리해야 하는데...'하는 찜찜한 마음을 갖게 만든다. 가지고 있으면 결국 사용하게 되고 어지르게 되고 내 일상을 난삽하게 만든다. 그러니 버려서 아까운 게 아니라, 버려야 비로소 개운해지는 것이다.

50에는 50에 어울리는 물건들에 의지해 최대한 단순하게 살면서, 아름답고 우아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쌓아두지 않고 버리는 것부터 시작하자.




'50부터는물건은 뺄셈 마음은 덧셈'은 가볍게 읽기 좋은 에세이입니다. 책을 펼치자마자 마음에 와닿는 글들이 많아서 열독을 했어요.

첫장부터 "쌓아 두고 버리지 못하는 물건들은 쓰레기 일뿐이다"는 말이 강하게 마음에 와닿았어요. 우리집의 옷장에도 아까워서 버리지 못한 유행이 지난옷, 살을 빼면 입어야지 하면서 보관해둔 옷, 두 절기이상 입지 않은 옷, 조금 비싸게 구입해서 버리지 아까워서 보관하고 있는 정장, 아이들이 안입어서 내가 입으려고 보관해 둔 옷등 다양한 옷들이 옷장을 차지 하고 있습니다. 분명 옷장에는 옷이 많은데 막상 외출을 할때 꺼내 입으려고 하면 왜 입을 옷이 없는걸까요? 버리는게 정리하는거라는걸 알기 때문에 계절이 지날때마다 1년에 두세번씩 옷장을 정리하지만 아직 아까워서 버리지 못한 옷들이 옷장을 차지하고 있어요.

저자는 1년동안 한번도 입지 않은 옷은 처분하고, 값이 싸서 여러벌 구입하게 되는 옷들도 사지 말라고 말합니다. 값이 싼만큼 빨리 낡아 다음해에는 입지 않게 되기 때문이죠.

옷 뿐만이 아니라 냉장고에 꽉 채워져 있는 식재료들 창고에 쌓여 있는 쓰지 않는 추억의 물건들 등 아까워서 다음에 사용할까봐라는 생각으로 버리지 못하고 가지고 있는 물건들이 참 많이 있어요. 이 책을 읽은 계기로 내일 당장 정리를 시작해야겠어요.

예전에는 50이면 대부분 손주들이 있고 할머니 소리를 듣을 나이이지만, 시대가 변화해서 지금의 50은 젊고 한 창 인생을 즐길 수 있고 젊은 시절에 못했던 공부나 취미활동 등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나이인것 같아요.

나이를 먹으면 그사람의 인격이 얼굴에 드러나 내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합니다.

나는 50부터 어떤 삶을 살것인가?

50부터는 앞으로 남은 30년을 어떻게 보낼것인가?

이 책에서는 50대인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조언을 해 주고 있어요.

이 책을 50대를 시작하기전 40대 중후반에서 50이 시작된 분들이 읽으면 좋을 자기계발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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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않아 이별입니다
나가쓰키 아마네 지음, 이선희 옮김 / 해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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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 않아 이별입니다" 제19회 소학관문고 소설상을 수상한 일본 장편소설입니다.

제목과 책 표지만 보면 젊은 연인들의 사랑이야기 일것 같아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책장을 넘겨봤어요.

이 소설의 주인공 이름은 시미즈 미소라. 장례식장인 반도회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입니다. 취직을 위해 6개월간 아르바이트를 쉬고, 부동산 회사에 지원을 하고 면접을 계속 보았는데도 계속 떨어져서 이제 지원할 곳도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청년고용률이 OECD 국가등 중 최악의 수준이라고 하고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청년들이 취업하기가 힘든 시기인데, 이 책의 주인공도 취업을 못하고 있는걸 보니 일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청년들의 취업난이 점점 심해지고 있나봅니다.

시미즈 미소라는 대학 4학년에 취업준비를 하며 지원서를 넣고 합격 전화를 기다리다 6개월간 아르바이트를 했던 반도회관의 정직원인 아카시아요코 선배로 부터 갑자기 일손이 필요하다는 전화를 받고 정례식장이 일손이 부족하면 얼마 힘든지 알기 때문에 거절을 못하고 6개월간 취업준비를 하며 힘들었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라도 다시 일을 할 수 있다는 기쁨으로 반도회관으로 다시 아르바이트를 나가게 됩니다.


"이별하는 곳"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찾아오는 도쿄 스카이트리. 그 바로 옆에 장례식장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스카이트리의 전망 데크에서 태평양 방면을 향한 쉬, 치바 쪽으로 몸을 약간 돌려 그대로 밑을 내려다 보면 제법 큰 4층짜리 건물이 레고 블록의 한 조각처럼 오도카니 놓여 있다. 바로 내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반도회관이다.


요코 선배가 시나 씨와 얼굴을 마주 보고 나서 말했다.

"우루시바라 씨는 우리 회사 사람이 아니야. 3년 전쯤 반도회관에서 독립했거든."

나는 지금까지 그가 반도회관 장례부 직원인 줄 알았다. 3년 전이라면 내가 막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을 무렵니다. 그런데 독립했다면 일주일 며칠밖에 오지 않은 내가 보지 못한 것도 이상할 게 없다.

"장례부 직원이 독립하는 건 그렇게 드문 일이 아냐. 그런데 우루시바라 선배가 담당하는 장례식은 거의 반도 사장님이 넘겨준 거라서, 반도회관의 지점이라고 해야 할까? 외부 현장도 많지만 여기에도 자주 얼굴을 내밀고 있지."

평소에 계속 사무실에 있어서 자세히 아는지, 요코 선배가 재빨리 덧붙였다.

"여기에 있을 때부터 사장님 부탁으로 특별한 일을 많이 했거든. 사장님이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그래. 그런 장례식은 역시 선배밖에 할 수 없어. 난 하라고 해도 못 하거든. 내가 가장 존경하는 선배지."

"그건 그래. 이을 완벽하게 마무리하니까."

시나 씨와 요코 선배는 서로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주로 어떤 일을 하는데요?"

나는 무심코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너랑 같은 부류라고나 할까?"

나에게 영감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요코 선배가 어깨를 들썩였다.

"그럼. 우루시바라 씨도......."


우루시바라 씨가 시킨 대로 서둘러 귀가해 저녁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욕조로 들어갔다. 코끝까지 물에 잠겨있다 서서히 흥분이 올라오는 게 느껴졌다. 사장님에게 칭찬을 받았다는 기쁨이 외부현장에서 일해야 한다는 불안보다 더 컸다.

천천히 목욕을 마치고 곧바로 잠들려 했지만 흥분으로 인해 눈이 말똥말똥하더니, 결국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몽롱한 상태에서 자명종 소리를 듣고 일어났다.

멍한 머릿속에는 어젯밤의 흥분과 반대로, 우리시바라씨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가득했다. 새벽에는 언니 꿈을 꾼 것 같기도 하다.


"누구든 사랑하는 사람 곁을 떠나고 싶진 않을 거예요."

"그건 그렇지만......."

"어제 겨우 깨달았어요. 저희 가족은 아무도 언니를 잊지 않았어요. 언니를 직접 만난 적이 없는 저만이 모르는척했을 뿐이죠. 그런데 히나를 보고 언니도 그런 식으로 가족 안에 있었다는걸 깨달았어요. 언니는 제가 태어나길 몹시 기다렸고, 그래서 지금 제 곁에 있다는 것도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초에 불을 켜고 향로에 향을 꽂았다. 그리고 차분하게 두손을 모으고 히나에게 말을 걸었다.

"히나, 아주 잠깐 헤어지는 거야. 무서워할 건 아무것도 없어."


"할머니 나이쯤 되면 항상 그런 마음으로 살아야 해. 이번에는 내가 하늘에서 너를 지켜보마. 이다음에, 오랜세월이 지난 후에 네가 올때까지. 그렇게 생각하면 아주 잠깐 헤어지는 게 아닐까 싶구나."

"그렇게 생각하면 외롭지 않을 것 같아요."

"그래. 우리는 항상 같이 있어, 마음 속에서는 말이야."


소설 "머지않아 이별입니다"는 시미즈 미소라는 취준생이 반도회관이라는 장례식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겪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요. 일본소설이라 일본의 장례식장이 배경입니다. 지금까지 장례식장에 조문을 하러 잠깐 들려보기는 했어도 아직 직접적으로 장례식을 치뤄본적이 없기 때문에 장례문화가 상당히 생소하고, 장례식장을 배경으로한 소설은 처음접해봐서 첫장부터 흥미롭게 다가 왔어요.

우리나라의 장례문화와 일본의 장례문화가 약간의 차이점은 있지만 비슷한 점도 많은 것 같아요.

처음엔 장례식장에서 상차림 아르바이트로 시작해서 어느순간 주인공이 영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두려움도 느끼지만 고인들의 넋을 위로하며 고인과 유가족이 아름다운 이별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일에 보람을 느낀 주인공은 대학까지 졸업해놓고 취업을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던 장례식장에서 장례디렉터를 선택합니다.

아르바이트의 연장선같은 상차림일을 하는 걸 반대하는 엄마의 반대를 극복하고 쉽게 선택하기 힘든일인 장례디렉터를 선택한 주인공이 멋지게 느껴지고, 장례식장에서 소중한 사람들을 읽은 유가족들의 아픔들을 보면서 그 아픔을 치료하고 아름다운 이별울 도와주려는 장례디렉터들을 보면서 이 소설을 통해 우리에게도 머지 않아 다가올 이별들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고민해봅니다.


지은이 나가쓰키 아마네

1977년 일본 니가타에서 내어났다. 다이쇼대학 문학부 일본문학과를 졸업했다. 2018년 「머지않아 이별입니다」로 제19회 소학관문고 소설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이후 「머지않아 이별입니다」 두번째 이야기 「머지않아 이별입니다 : 각자의 등불」을 출간했다. 나가쓰키 아마네라는 이름은 남편의 기일이자 음력 9월을 뜻하는 나가쓰키와 하늘의 소리를 뜻하는 아마네를 합쳐 만든 필명으로 슬픔을 딛고 앞으로 향하고자 하는 저자의 마음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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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게 저항하라 - 나를 지키고 이끄는 삶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조언
조주희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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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키고 이끄는 삶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조언

우아하게 저항하라

- 조주희 -


<아름답게 욕망하라>의 저자 ABC뉴스 조주희 한국 지국장의 10년 만의 신작!

세상이 제시하는 '보이지 않는 선'을 유연하게 넘나드는 법




저자는 초등학교때 미국에서 몇년을 보내면서 인종차별을 느꼈지만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하면 따돌림을 당하지 않을지, 어떻게 하면 친구들이 나에게 호감을 가질지 궁리하고 연구해서 행동으로 실천했어요.

공부도 열심히 하고 수영, 기계체조, 합창, 뮤지컬 등 온갖 방과후 수업에도 참여하며 웅크리기보다 나를 펼칠수록 친구가 하나 둘 생긴다는것을 어린나이에 일찌감치 깨달았네요.

대학 유학시절에도 차별을 느겼지만 무조건 피하지 않고 상대방을 재빨리 관찰하고 파악해서 내편으로 만들 전략을 짰고, 모르면 배워야 하고 무의미한 자존심을 내던질줄아는 모험심이 중요하며, 두려워하지 말고 몸으로 직접 부딪히며 얻은 경험이 강력한 무기와 힘이 된다고 강조합니다.

어릴적 다양한 차별을 스스로 노력해서 극복한 경험이 저자에게 큰 힘이 되어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과 외신기자생활을 하며 직장내 인종차별과 여성차별을 겪으면서도 좌절하고나 피하지 않고 자기만의 노하우를 찾아서 당당하게 극복하고 자기분야에 최고가 되었네요.

저는 어릴때부터 남자와 여자의 차별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남성중심적 사회에서 여성으로서 순종하는 삶을 받아들이는 교육을 받고 자라서인지 직장생활을 하면서 알게 모르게 여러분야에서 여성의 불리함을 겪었지만, 원래 우리사회가 그러니까 강하게 반발하지 않고 당연시하며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하지만 시대는 변화하고 있고 강경화 외교통상부장관, 코로나19로 엄청 고생하고 계신 정은경질병관리본부장 등 여러분야에서 여성들이 차별받지 않고 더욱 뛰어난 능력들을 발휘하고 있기때문에,

딸을 둘이나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아이들에게는 항상 강조합니다.

"지금은 엄마때와는 다르다. 시대가 바꼈다. 여자라고 안되는 게 없고 못 할 것도 없다. 너히에 능력을 마음껏 펼쳐라!"라고

세상은 아직 남성중심적이지만 우리나라도 서서히 변화하고 있고, 저자처럼 자기분야에서 차별을 극복한 여성분들이 당당하고 멋지게 삶을 살아가며 극복한 현실적인 노하우로 여성들에게 희망을 주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줘서 더욱 변화의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아요.

이 책은 여성이라면 꼭 읽어봐야할 자기계발서 입니다. 이 책을 읽고 저도 앞으로 우아하게 저항해 보려고 합니다.


#자기계발 #우아하게저항하라 #조주희 #중앙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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