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단 현상 - 초등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이금이 고학년동화
이금이 지음, 오승민 그림 / 밤티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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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색 언덕, 그 위에 핀 벚나무, 흩날리는 벚꽃잎,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로 노란색 종이비행기를 던지는 아이...

 

표지를 보고 그저 예쁘다 라는 것이 첫느낌이었다면 동화를 읽고 나자 그림이 달리 보인다. 특히 핑크색 언덕은 다름 아닌 털실 모양이었다는 것이 드디어 보이기 시작하면서. 아이는 종이비행기를 먼 곳으로 날리며 다른 세계로 한발짝 나아가려는 것일까?

 

이 책은 이금이 작가님의 단편동화 다섯 편이 실린 동화집이다. <꽃이 진 자리> <한판 붙어 볼래?> <금단현상> <십자수> <임시 보호>가 수록돼 있다. 책을 읽으며 받았던 인상은, 아이들이 다들 저마다의 중요한 사건들을 겪으며 조금씩 커나가고 있구나 하는 거였다.

 

나도 물론 그런 일들을 겪으며 그 시기를 지나왔을 테다. 그런데 어른이 된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러다가 작가님께서 기가 막히게 속마음을 보여주시는 책 속의 아이들을 통해 당연한 것들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아이들도 매일 많은 일들을 겪고 다양한 감정들을 품고 버티며 이겨내며 배워가고 자라는 거겠지. 커갈수록 더 많은 일들이 생겨나고 극복해나가야 하는 날들이 기다리고 있겠지. 그러다가 가끔씩 벚꽃 날리는 봄밤처럼 기억하고 싶은 순간, 예쁜 날들이 찾아오기도 할 거고... (생각해보면 어른의 삶이나 아이의 삶이나 다를 게 없는 듯)

 

고학년 동화라는 이 책을 저학년인 우리 아이에게 건네주니 앉은 자리에서 재밌게 다 읽었다. 지금은 아마도 겉으로 보여지는 이야기만을 따라가며 읽었을 거다. 나는 이야기 속에 나오는 아이들이 겪고 있는 일들이 마음에 쓰인다. 도시에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외로움(<꽃이 진 자리>), 무리로부터의 소외감(<한판 붙어 볼래?>), 짝사랑의 감정, 그리고 부당함에 맞서려는 마음(<금단 현상>), 집안의 냉랭해진 공기 버텨내기(<십자수>), 절친이었던 친구와 멀어지게 될 때의 속상한 마음(<임시 보호>)......

 

언젠가는 금쪽 같은 우리 아이가 하나씩 겪어내야 할 일들일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아리기도 하다. 그때 나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잘 대처해줄 수 있을까 하는 앞선 걱정이 들기도 한다.

 

그럴 때 우리 아이에게 이 책이 다가가 줄 수 있기를. 나랑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아이들이 있구나, 그 아이들은 이렇게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냈구나 하며 동화 속 아이들로부터 위로 받고 성장할 수 있기를. 이제는 어른이 되어버린 엄마가 해줄 수 없는 공감을 진하게 해주기를.

 

아이들의 감정을 세심히 표현하고 어루만져 주시는 이금이 작가님의 작품들이 있어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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