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하늘말나리야 - 중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이금이 고학년동화
이금이 지음, 해마 그림 / 밤티 / 2021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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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보는 만화 소리가 울려대는 옆에서 책의 마지막 부분을 읽다가 결국 울고 말았다. 만화에 심취해 있는 아이 덕분에 눈물 콧물 짜내는 모습을 들키지 않고 실컷 울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한번 생각했다. 이 가슴 뭉클한 책을 두 번 읽을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고. 정말 다행이라고.



개정판? 개정판! 이 책은 전적으로 다시 읽으셔야 합니다~~~


2007년 개정판 버전으로 <너도 하늘말나리야>를 읽고 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친근하고 예쁜 표지로 새로 옷을 입은 개정판이 나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언제나 내가 처음 접한 버전이 더 익숙하게 느껴지곤 했기 때문인지 세 아이의 모습이 선명하게 표현된 개정판을 보면서 왠지 모를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내 마음에는 예전 버전의 이미지로 미르, 소희, 바우가 심어졌는데 그 느낌을 금세 새로 업데이트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었달까.


그래서 이 예쁜 표지의 책을 다시 잡기가 오래 걸렸던 것 같다. 이미 읽은 책이라는 생각, 그림이 달라진 게 가장 큰 변화이지 않을까 하는 추측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개정판의 책을 펼쳐 읽기 시작했는데, ......음? 내 눈을 의심하며 계속 이전 책을 찾아 들춰보게 되었다. 나는 개정판의 의미를 모르고 있었나? 개정판이라 하면 이전 책에서 발견된 오타나 오류를 조금 수정해 내는 것인 줄로만 알았다. 보통은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금이 작가님의 손을 거쳐 나오는 개정판은 달랐다. 이야기를 이루는 뼈대, 큰 줄기는 변함이 없었지만 문장이나 표현들은 똑같은 문장을 찾는 게 더 어려울 정도였다. 더 읽어나가기 쉽도록, 더 현대의 상황에 맞도록, 모든 문장이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다듬어져 있었다. 아아. 이금이 작가님께서 내시는 개정판의 클래스란 이 정도구나. 이미 발표된 작품이니 그냥 두셔도 문제가 없을텐데 고심하셔서 다듬고 고쳐야 하는 고된 작업을 해주심에 작가님의 작품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 진심이 느껴져서 뭉클했다.


개정판에서 가장 놀랐던 부분은 '외삼촌'이 '삼촌'으로 바뀌어 있던 부분이었다. '외숙모'는 '숙모'로, '외사촌 오빠들'은 '사촌 오빠들'로 바뀌었다. 혹시 설정을 바꾸신 걸까 잠깐 품었던 의문은 '고모도 언제까지 거기 있진 않을 거 아니에요.'라는 문장과 '큰삼촌은 막냇동생 걱정뿐이다.'라는 문장에서 풀리게 되었고, 의문이 풀리자 이해도 되고 감동도 왔다. 이런 세심한 개정이라니.


집착녀처럼 달라진 문장을 계속 찾아보던 나는 그제서야 비교를 포기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달라진 단어와 문장을 눈치챌 때마다 회심의 미소를 지어가면서. '남사친, 여사친', '마치 죽이 맞는 심야의 폭주족' 같은 단어가 들어간 것도 재미있었고, 다문화 가정의 이야기가 추가된 것도 좋았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소희와 진짜 친구가 된 미르의 마음을 더 자세히 보여주셔서 그 장면에서 줄줄 눈물이 났다.

'3일 동안 아주아주 잘해줄 거야. 혹시 나한테 서운하거나 뭇마땅한 게 있었더라도 다 풀고 갈 수 있게 할 거야. 떨어져 살아도 영원한 절친으로 남을 수 있게 만들 거야.'

이런 문장을 추가해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 닫혀 있던 마음이 열리는 모습은 언제나 감동적이다.




셋에서 둘이 된 사람들, 그리고...


'세 식구 중 한 사람이 빠진 생활은 바퀴 한 개가 빠진 세발자전거처럼, 나사가 빠진 물건처럼 불안정하거나 덜거덕거릴 거다.'


처음에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닿았던 문장. 이 문장은 다행히(?!) 개정판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몇 년 전에 삼총사였던 친구 중 한 명과 먼저 이별을 해야 했을 때 나는 3이라는 숫자의 불완전함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다. 3개의 선이 모이면 삼각형이라는 도형을 이룰 수 있지만 한 개의 선이라도 빠게 되지면 면은 사라지고 선만 남게 된다. 셋에서 둘이 되면서부터 자리잡은 왠지 모를 허전함. 그때의 내 머릿속에는 2개의 선은 불완전하다 생각만이 지배했고 그 생각은 엉뚱하게도 둘째 타령이 되었다. 일에 바빠 아이에게 소홀한 남편의 모습에 항상 불만이었던 나는 3이라는 숫자가 불안했으니까.


책에서 '이혼'이라는 단어가 가감없이 나오는 것에 놀랐었다.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에 이혼이라니! (그동안 나는 동화를 뭐라고 생각했던 걸까) 그런데 희한하면서 좋았던 건 미르와 미르 엄마의 마음을 찬찬히 따라가는 동안 내 마음을 다독다독 할 수 있었다는 거였다. 미르 엄마에게는 공감하고, 미르에게는 부모가 이혼을 하면 아이가 이렇게 힘든 거구나를 느끼면서 울컥하고...


미르네, 소희네, 바우네. 각자의 사정은 다르지만 모두 셋에서 둘이된 가족들이 나온다. 셋에서 둘이 되는 건 역시 쉽지 않다. 하지만 미르, 소희, 바우 그리고 미르 엄마, 소희 할머니, 바우 아빠는 결국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낸다. 셋이라고 완전한 것도 둘이라고 나쁜 것도 아님을. 가족에는 여러 형태가 있으며 그것은 옳고 그르거나 좋고 나쁜 것이 아님을. 가리고 예쁘게 포장하는 것이 아니라 솔직히 드러냄을 통해 깨닫고 치유하게 만드는 작가님의 글을 통해 배우게 된다.


그리고 나는 바우에게 고마웠다. 바우가 아빠에 대해 이해하며 마음의 문을 여는 모습을 보며 나도 아이에 대한 남편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


'엄마, 내 생각이 짧았어요. 우리 가족은 상사화 잎과 꽃 같아요. 서로 만나지 못해도 상사화의 꽃과 잎이 한 몸인 것처럼 만나지 못하고 살아도 우리는 한 가족이에요.

바우가 아빠에게 마음을 연 건,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 엄마와 다를 뿐 아빠 역시 자신을 사랑하고 있음을 깨달은 뒤부터였다.'




미르, 바우, 소희는 과연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책의 뒷표지에 써 있는 말이다.

서로 다른 아픔을 가진 미르, 바우, 소희는 결국 친구가 되었고, 아이들은 그 과정 속에서 자라났고, 그 모습을 따라가던 나도 조금은 자란 기분이 들었다.


친구가 된다는 것

가족이 된다는 것

사람을 알아간다는 것

서로 어울려 살아간다는 것


말처럼 쉬운 일들이 아니다. 미르처럼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화가 나기도 하고, 소희처럼 애쓰며 사느라 자기 마음을 모르기도 하고, 바우처럼 마음을 닫아버리고 싶을 때도 있고.....


나는 어른이지만, 아이들의 성장을 보며 나를 돌아볼 수 있었다.

내 안에 있는 아이도 위로를 받고 조금 자랐기를.


무슨 뜻인지 정말 궁금했던 <너도 하늘말나리야>라는 제목에 대한 물음표는 느낌표가 되었다.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꽃이라는 '하늘말나리' 꽃의 의미도 마음에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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