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근대는 종교개혁으로 촉발되어 이루어졌다고 이해해도 무방할 것이다. 종교개혁은 한 마디로 말하자면, 인간의 사유를 틀어쥐고 있던 교회의 교조주의를 깨뜨리고 자유롭게 사색하도록 하는 것이 가능해진 시기였다. 죵교개혁은 유럽이 재기하는데 중요한 열쇠였다. 하지만 종교개혁은 유럽에서 엄청난 결과를 이끌어낸 또 다른 발전인 정치조직으로서 민족국가가 부상한 것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종교개혁과 민족국가의 부상이 연관된 까닭은 루터를 비롯한 개혁가들이 로마교회에 저항했을 때, 그들이 유럽 군주 이 사람 저 사람에게 가서 피신했는데, 그 군주들은 해당 지역에서 종교 기관과 세속 기관 중 어느 쪽에 최종 권력이 있는가를 두고 교황과 한동안 싸워온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종교개혁은 유럽 도처에서 폭력이 분출하는 계기가 되었다가, 1555년 아우크스부르크 평화조약으로 마무리되었다. 충돌했던 세력들은 그 조약으로 획기적인 원칙에 합의했다. 군주들 각자는 크건 작건 자신의 나라가 로마 교회와 함께 할지 아니면 새로운 기독교 분파를 받아들일지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원칙이었다. 나중에 돌아보니 아우크스부르크는 단지 휴전협정일 뿐이었다. 눌려 있던 압력은 30년 전쟁으로 재발했는데 이는 유럽 전역을 휩쓴 일종의 내전이었으며, 기본적으로는 어느 종교가 이길 것인가를 두고 벌어진 싸움이었다. 마침내 분쟁이 잦아들고 난 1648년 베스트팔렌에서 조약을 맺으면서 유럽인들은 앞서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세운 원칙을 확정했다. 그로써 개인주의가 힘을 얻었으며, 프로테스탄트 종교개혁으로 이제껏 유럽 전역에서 민족주의를 고취하려고 교회와 국가가 서로의 세력을 강화해주는 체제의 편을 들어온 이데올로기는 해체되었다.


  민족국가의 기원은 1337년부터 1453년까지의 백년 전쟁 기간 동안 간헐적으로 전쟁을 계속해 온 잉글랜드와 프랑스에서 모습을 갖췄다. 백년 전쟁 이전에는 일글랜드나 프랑스라고 하는 나라가 딱히 존재하지 않았지만, 전쟁을 치르는 동안 공동의 국민의식이 성장하기 시작했다. 민족국가가 부상하기 전에 가장 강력한 정치조직은 여러 수준에서 여러 사람에게 반독립적인 권한이 있는 영지가 느슨하게 모인 형태였다. 

<이슬람의 눈으로 본 세계사> (뿌리와 이파리, 2012) 341~346에서 부분 발췌


  국민의식이 성장해 국민국가로 발전할 틀을 갖추었다고 해도 절대왕정이 수립된 유럽 국가들은 기본적으로는 가산국가(家産國家, Patrimonial State)라고 보아야 한다. 즉, 국가를 국왕의 자산으로 간주한다는 기본인식이 전제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그 수 많은 전쟁들은 국가의 영토확장이라는 욕구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비록, 프로테스탄트 국가를 견제한거나 왕위계승에 프랑스의 영향을 배제한다는 명분은 있지만 실속은 영토확장이었다. 유럽 역사에 대한 기본지식이 있다면 <30년 전쟁>, <이탈리아 전쟁> 같은 세부적인 전쟁사를 읽는 것은 괜찮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근대 유럽사에 대한 기본지식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30년 전쟁>이나 <이탈리아 전쟁>을 읽는 경우 100자평이나 리뷰에서 여러 사람들이 토로하는 것처럼, 익숙치 않은 인명의 숲에서 헤메이다가 책을 집어 던지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예비학습을 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그것도 책이 아니라, 방송을 통해서.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인 <벌거벗은 세계사> 방송편 중 근대 유럽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것들이 상당히 있다. 방송목록을 찾아보니 다음과 같은 회차들이 도움이 될 듯하다.이 프로그램은 요즘 진행자들이 바뀌면서 완전히 내 취향을 벗어난 이상한 주제들로 방송되어 이제는 더 이상 애정하는 프로그램이 아니게 되어 너무 아쉽다

  14~5화 프랑스 혁명 특집

  17화 엘리자베스 1세

  18화 루이 14세

  20화 콜럼버스

  42화 백년 전쟁

  79화 헨리 8세

  80화 여왕 마고

  108화 합스부르크 가문

  159화 루이 15세

  179화 30년 전쟁


  혹시 이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나오는 시대를 이해하는데 시오노 나나미 책이 도움이 된다는 소리는 절대 하지 말자. 그는 소설가이지 절대 역사학자가 아니다. 좋게 말하자면, 성공한 역사 동인지 작가이고, 베스트작가가 되는 바람에 성공한 덕후일 뿐이다.그의 오류는 여러 군데서 볼 수 있는데 몇 가지만 들어보자. 그는 역사 자체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특정 인물에 대한 애착이 지나치게 커서 논증 오류나 폄하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와 체사레 보자르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애정은 과다할 정도이다. 카이사르에 대한 애착은 키케로에 대한 심한 폄훼로 이어진다. 또한, 이탈리아에 대한 사랑이 과다해 기본사항조차 왜곡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내가 뭐 이 세세한 전쟁까지 읽어야 하나 생각하는 사람들은 <국제정치의 탄생>을 읽으면 될 듯하다. 각 시기별 패러다임이 왜 바뀌는지를 먼저 설정하고 전쟁을 설명해 나가는 방식이라 시대를 이해하기가 쉽고 전쟁과 알력의 원인과 결과를 파악하기에도 도움이 된다. 새삼 왜 우리가 유럽 근대정치사를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묻지 말자. 거기서 파생된 것들이 현재의 국제정치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 정치학자들의 견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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