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
이희영 지음 / 오리지널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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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고등학생 때부터 친구였던 '잎새'에게 자신이 쓴 소설을 건넨다. 소설 속에는 부모의 재혼으로 한 가족이 된 '정'과 '현',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막내 '진'이 있다. '진'에게 '정'은 엄마보다 더 엄마 같은 누나였고, '현'은 1년에 얼굴을 몇 번 볼까 말까 한 형이었다. 하지만 '정'과 '현', 두 사람 사이에는 가족이라는 말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미묘한 감정과 분위기가 흐른다. '진'은 그것을 눈치채지만, 진실을 마주할 용기도, 끝내 모른 척할 자신도 없다. 세 사람의 관계는 어디를 향해 흘러갈까. 그리고 '나'는 왜 이 이야기를 쓰게 되었을까.

✏️ 망한 사랑은 사람을 어디까지 낙하시키는가

우리가 흔히 '망한 사랑'이라고 부르는 사랑에는 여러 가지 모습이 있다. 서로를 죽도록 혐오하면서도 동시에 사랑하기에 끊임없이 상처를 주고받지만 끝내 놓지 못하는 사랑, 주변의 반대로 인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등. '낙하'는 그중에서도 이루어질 수 없으며, 사랑하는 것 자체가 죄가 되어 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다.

'낙하' 속 '나'는 한 편의 소설을 쓰고, 그 소설을 고등학교 친구인 '잎새'에게 보여준다. 이후 잎새와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과 소설 속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나오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소설 속에는 '정'과 '현' 그리고 '진'이라는 세 명의 인물이 등장하고, 이야기는 막내인 진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자신에게는 한없이 차갑고 정적이던 현이 정 앞에서만 장난기 어린 웃음을 짓고, 그런 현을 자연스럽게 바라보며 끌어안는 정의 모습을 본 진은 두 사람의 관계를 의심하지만, 끝내 그 관계를 열어보지는 못한다.

세 사람은 한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살아가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며 저마다의 망한 사랑을 품고 살아간다. 정은 자신이 태어나는 순간 아내를 잃은 아버지를, 현은 가정폭력 속에서 자신을 데리고 도망쳐 온 어머니를 외면하거나 더 힘들게 할 수 없다. 하지만 동시에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자라난 마음 때문에 더욱 괴로워하는 것 같아 보인다. 그리고 진은 자신의 온전한 세상을 사랑하기에 그들의 감정을 눈치채고도 애써 모른 척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하고 온전한 가족처럼 보이지만, 세 사람의 내면은 이미 조금씩 무너져 내리고 있다. 이러한 세 사람을 통해 '낙하'는 망한 사랑으로 인해 추락하는 사람들의 내면을 보여준다. 또한 정과 현의 관계는 끝까지 진의 시선을 통해서만 제시되기에 독자는 두 사람의 감정의 실체가 무엇인지, 진의 생각이 정말 맞을지 끊임없이 고민하게 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굳이 이성 간의 사랑이 아니더라도, 나는 나의 온전함을 지키기 위해 누군가를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로 인해 지금도 조용히 무너지고 있는 사람은 없는 걸까.

만약 당신 역시 말할 수 없는 마음을 품고 추락하고 있다면, '낙하'를 한 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마음 속 문장
• "인간관계에서 서로의 친밀함이 물리적 거리와 비례할 수 없잖아. 남녀 사이는 더 그래. 아무리 가까운 거리라도 그게 마음의 거리와 일치할 수가 없거든. 맞아 죽어도 아닌 건 절대 아닌 거야." -p.68-

• - 그러게 어린것이 겁도 없이.
그녀의 멍투성이 얼굴을 보며 사람들은 뒤돌아 혀를 찼다. 그녀는 그들이 쯧쯧거리며 뭉개버린 말들을 혼자서 추측해보았다. 어린것이 겁도 없이 외로움을 느꼈다는 것일까. 어린것이 겁도 없이 온기를 원했다는 것일까. -p.100-

• "조금 전 상황을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 관계가 익숙해지고 편안해지면 그 관계를 위해 참고 노력하는 쪽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아. 그게 자신이 아니라면 분명 상대일 탠데." -p.196-

• "인간은 누구나 비겁하잖아. 자신과 깊게 연관된 진실 앞에서는 더더욱." -p.249-

• "좋아하는 마음에 왜 죄를 물을 수가 없어요? 그게 얼마나...... 얼마나...... 잔인하고 끔찍한 결과를 불러오는데." -p.259-

[해당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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