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성의 마법사
루이스 새커 지음, 김영선 옮김 / 창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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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백 년 전 르네상스 시대, 유럽에 위한 왕국인 '에스콰베타'의 공주 '툴리아'는 견습 필경사 '피토'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공주는 달림프 왕자와 결혼해야 했기에 피토는 누명을 쓰고 지하 감옥에 들어가 사형을 앞두게 된다. 툴리아는 궁정 마법사 '아나톨'에게 그를 살려달라고 부탁하고 아나톨은 '기억의 물약'을 통해 툴리아와 피토, 두 사람에게 서로의 기억을 지우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피토의 사형은 그대로 진행될 예정이라는 말을 듣게 되는데... 서로를 잊게 된 툴리아와 피토 두 사람은 어떻게 될까? 그리고 아나톨은 어떤 선택을 할까?

✏️ 사랑이란 무엇인가?

나에게 사랑은 아직 아득하기만 한 감정이다. 누군가와 제대로 된 사랑을 나눠본 적이 없고 그저 매체에서 접한 낭만적인 사랑만을 꿈꾸던 순간에서 벗어난지도 얼마되지 않았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조금 색다르게 다가왔다. 소개글을 처음보았을 때는 그냥 단순히 마법사와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고만 생각했고 글에서도 '사랑'을 강조하는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직접 펼쳐본 '호랑이성의 마법사'는 달랐다. 공주와 필경사의 이루어질 수 없는 슬픈 사랑과 그 사랑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두 사람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라기보다는 궁정 마법사인 아나톨이 외로운 공주의 친구가 되어주며, 어린 나이에도 깊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필경사 소년을 구해주며 우정을 가지는 이야기, 그리고 그 속에 첨가된 사랑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나는 이 책을 '낭만적인 사랑'을 꿈꾸는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마치 판타지가 섞인 옛이야기를 보는 느낌 혹은 모험이나 우정에 관심이 있고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책에서 볼 수 있는 사랑이 앞서 말했듯이 비중이 많지 않을 뿐 전무한 것은 아니다. 공주로서의 삶을 살아온 툴리아는 사랑을 위해 아나톨에게 자신이 생각했던 공주로서의 삶이 아닌 사랑을 택하는 듯한 말을 하며 견습 필경사로서 초반에는 공주에 대한 마음을 드러내지 않았던 피토는 점차 공주에 대한 마음을 드러내며 장난스럽지만 조심스럽게 사랑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인다.

위와 같은 모습들과 함께 책 속에서 사랑의 비중이 크지 않지만 슬며시 떠오르는 장면들은 마치 삶 속에서의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현실 속에서는 생각보다 드라마 속의 불타오르는 사랑을 하는 경험은 많지 않다. 다만 일상 속에서 슬며시 떠오르는 사랑은 존재한다. 이러한 모습을 '호랑이 성의 마법사'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기억을 잃은 두 사람이 다시 점점 사랑에 빠지는 듯한 장면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져준다. 기억이 없다면 우리는 같은 사람을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내가 사랑에 빠진 것은 그 사람일까 아니면 그 순간일까? 호랑이 성의 마법사를 읽어보면서 해당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 보는 건 어떨까?

📍마음 속 문장
• 처음 두 번의 실험 결과는 상당히 고무적이었다. 첫 번째 물약은 어린 나이에 감정을 억누르는 법을 배운 소년에게 사랑에 대한 들뜬 생각들을 표현하게 했다. 두 번째 물약은 기억력을 감소시키기는커녕 오히려 향상시키고 날카롭게 만든 것처럼 보였으나, 어느 기억에도 툴리아 공주는 등장하지 않았다.
뇌는 기억의 양동이다. 어떤 기억들이 확장되면 다른 기억들은 필연적으로 넘쳐 나갈 수 밖에 없다. 이것은 자연의 물리적 법칙이다. -p.69-

• "나는 진정한 사랑을 경험하지 못할 것 같아요."
그녀는 침대에 다시 누웠다.
"그게 내 의무죠."
나는 혼란스러웠다.
"달림플 왕자가 끔찍하다는 말이었습니까?"
그녀는 뭐라고 중얼거렸지만, 나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저는 두 분이 함께 계시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공주님이 미소 지으며 그의 손을 잡는 모습. 공주님께서는 그 분의 매력에 푹 빠진 것처럼 보이더군요."
툴리아는 눈을 감으며 말했다.
"오, 나토, 가끔 당신도 잊어버리는 것 같아요. 나는 공주예요. 그게 공주다운 처신이에요." -p.169-

[해당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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