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나민애 작가님의 신간이 나왔다.
어느 날, 그분의 짧은 강의 속 청중으로서의 만남이었다. 따뜻한 봄 햇살 같은 분이라고 느꼈었는데 이렇게 또 봄 햇살 같은 예쁜 시 필사집을 출간하셨다. 한 번 뵈었던 분이라 그런지 이 책이 왠지 모르게 더 반갑고 애틋한 느낌이다.
시란 무엇일까를 종종 생각한다. 짧은 문장 속 마음에 보석처럼 콕콕 박히는 말 같기도 하고, 세상의 모든 열매를 모아놓은 잘 다듬어진 언어의 정수 같은 느낌이기도 하다. 때론 읽는 독자에 따라서 시는 다양하게 재해석 되어 내 마음에 각자의 방식으로 저장되기도 한다.
묘한 매력이 있는 고양이처럼 한번 보면 헤어 나올 수 없는 그런 것이 시가 아닐까!
평소 정지용 시인의 향수 작품을 좋아한다. 이유는 서정적이고 한국의 토속적인 느낌을 맛깔나는 언어로 잘 표현하기 때문이다.
나민애 작가님께서 추린 시 필사집에는 정지용의 '바다 3편'을 실었다. 외로운 마음이 한종일 두고 바다를 불러 바다 우로 밤이 걸어온다니, 그 당시 시를 배울 수 있는 환경도 아니었고, 지금처럼 미디어가 발달하지 않은 시절에 어떻게 바다 위에 밤이 걸어올 생각을 했는지 그의 시적 관점이 놀라울 따름이다. 한편으로는 너무 외로웠을 정지용 시인의 무거운 마음도 같이 느껴져서 슬펐다. 나민애 작가님은 이 시를 '여섯 줄이 전체인 시, 그것만으로도 꽉 차 있는 시'라고 표현하셨다. 나 또한 공감하는 바이다. 짧지만 절대 짧지 않은 힘을 가진 시, 백 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이 시가 사랑받는 이유일 것이다.
김용택 시인의 '그랬다지요' 작품을 보자.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사는 게 이게 아닌데 이러는 동안 어느새 봄이 와서' 꽃이 피고 져버리는, 그러면서 사람들은 살았다는 시를 읽으면서 삶의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다. 항상 완벽주의를 꿈꾸는 내게 이 시는 나민애 작가님의 해설처럼 '이게 아닌데'의 삶을 두둔하면서 완벽하지 못한 삶을 응원해 준다. 꿈이 이루어지지 않은 삶도 소중한 삶이라고 무던히 사는 삶도 아주 귀한 삶이라고 위로를 건네주는 해설에 마음이 고요하게 편안해지는 느낌이다.
정말 아름다운 작품들이 가득 실린 시 필사 집이다.
보통 사람들의 삶 속에서 탁월한 시적 표현을 적절하게 찾아 시를 쓰는 시인들의 특별함은 무엇일까?
그들의 심리 속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그들의 눈에는 아름다운 언어 필터가 있는 것일까?
같은 것을 보아도 적확하게 표현되는 시의 창의적 결과물을 보면 그들의 능력이 부럽기도 하다.
나민애 작가님은 황인찬의 무화과 숲 작품의 감상평에서 시인을 이렇게 표현했다.
'시인은 기억하지 못할 것을 기억하는 사람, 잃어가는 기억도 찾아오는 사람이다'라고 말이다.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눈 깜빡임이 있을 거다. 그 속에서도 한 번의 깜빡임으로 영롱한 보석을 찾아내는 일을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시인일 거라고 생각한다.
내 아이에게도 이런 언어 감각을 키워주고 싶다. 앞으로 AI의 발달로 우리 아이들의 미래 일자리 수가 많이 줄어들 거라고 한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에게 많은 경험의 장을 제공해 줘야 할 것 같다.
지금 태어나는 우리 아이들이 무엇을 하며 살아가야 할까에 대한 의문을 찾는다면 이 시집이 도움 될 것 같다. 어른뿐 아니라 아이도 함께 필사하면서 몽글몽글한 감정과 따뜻한 마음을 키울 수 있는 나민애 작가님의 <단 한 줄만 내 마음에 새긴다고 해도> 작품이다.
시라는 문학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그렇지만 시를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을 때 한 줄만이라도 필사하다 보면 어느새 내 마음에 새겨진 시가 많아지지 않을까!